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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리스 섬 페리여행] 크레타 이라클리온 (IRAKLION)

    하슬라 하슬라 2011.07.01


      

    그리스 섬 페리여행

     

    크레타 이라클리온 (IRAKLION)

      

     

     

    어디든 적응이 되면 다 똑같구나. 처음 그리스로 올 때만 해도 갖가지 일들이 복잡하게 뒤엉켜있는 한국을 떠나 아무도 없는, 그래서 신경쓸 것 하나 없는 새로운 나라로의 '현실도피'가 은근히 신나고 좋았었는데, 9개월여가 지난 지금, 이젠 그리스가 점점 '현실'이 되어 다가오니 말이다.

      

    '방학 맞이 크레타 여행'

     

    섭의 여름방학이 시작됨과 동시에 잠시 아테네를 떠나기로 했다. 마음 같아서는 방학 기간인 4개월 전체를 여행에 써버리고 싶었지만 (무려 4개월 간의 방학이라니!)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2주로 낙찰, 땅땅!!

     

      

     


    피레우스 항구엔 오늘도 관광객들이 넘쳐난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여름을 만끽한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한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에서 그리스 경제의 위기감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스 곳곳에서 긴축재정에 항의하는 시위와 파업이 연일 벌어지고 있지만 지금 여기에 모인 사람들에겐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

     

     


     

     

    피레우스 항을 출발한지 7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크레타의 수도라 할 수 있는 '이라클리온(IRAKLION)'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크레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한 우릴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고요함". 

     

     서울 만큼이나 자동차와 사람으로 가득한 아테네에서 늘 갖가지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왔더니 잔잔한 파도소리 외엔 어떤 인공적인 소음도 없는 이 고요한 정적이 편안하면서도.... 어쩐지 무언가 하나 빠진 것만 같은 느낌이다. 어느 새 그 소음들에 익숙해져 버린 걸까.... 창문을 닫아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오던 "부르릉, 빵빵" 소리가 어디선가 다시 들려올 것만 같다.

     

     

     

     

     


     


     


     



     

    선착장의 수 많은 요트들. '자기 이름으로 된 집'에 강한 의미를 두는 우리와는 달리 그리스 사람들은 대부분 '요트 소유'의 꿈을 안고 살아간다. 특히 그리스엔 섬이 많아 요트를 즐기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는데, 아테네에서 멀지 않은 포로스나 에기나와 같은 섬들의 경우 주말이면 자신의 요트를 직접 몰고 온 아테네 사람들의 요트로 선착장이 북적이곤 한다. 

     

     


       

     

     

      

     

     

    아기자기 [부사]

     

    1. 여러 가지가 오밀조밀 어울려 예쁜 모양

    2. 잔재미가 있고 즐거운 모양

     

      

    은행이며 카페, 시장의 상점 등등 우리가 흔히 보던 일상의 요소들이 아기자기, 오밀조밀 어여쁘게 채워져있다. 혹시 이라클리온 전체가 '트루먼 쇼'와 같은 영화 세트장인게 아닐까, 저 활기 넘치는 상인들은 모두 숙련된 배우들이고 말야...

     

    실존하는 곳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예쁜 이라클리온 도심 풍경을 바라보며 혹시 어딘가 나를 찍고 있는 카메라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짐짓 심각하게 주변을 둘러보기도. 하하

      

     


     


     


     


     




    처음 그리스에 오면서 부터 사겠다고 벼르던 해면을 오늘에서야 장만했다. 그저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스펀지인줄로만 알았었는데 바다에서 직접 채취하는 '자연의 산물' 이라는 사실을 그리스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 과거엔 그리스 섬 사람들이 왕에게 바치는 '조공품'이었다고. 

      

     


     

     

    참고로 요 해면은, 크레타 이라클리온 재래시장에서 5유로에 구매!

      

     

     

      

      

     


     

     

    만일 한국에서 갓 들어온 여행자였다면 이 모든 것들이 이국적이고 새롭게 느껴졌겠지만, 내겐 그저 아테네 보다 조용한 그리스로 느껴질 뿐이다.

     

    5층 이상의 아파트들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아테네 도심에 비해 낮은 단층 건물로 여유롭게 지어진 이라클리온의 집들을 보며 "크레타 집 값은 얼마나 하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찌보면 이렇게 지극히 현실적인 마음을 지니게 된 것이 여행을 하는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된다. 그리스를 잘 알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널리널리 그리스를 알리고 싶다면 이렇게 모든 것에 점점 무덤덤해져서는 안 될 것 같은데.

     

     지나가는 큰 개도 신기하고, 그리스어로 씌어진 상점 간판도 신기하고, 경찰 오토바이에 시내 버스까지- 어느 것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던 그리스에 처음 왔던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아직 그리스를 잘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과 비슷한 시선으로 보다 상세히 소개하고 설명할 수 있을 텐데...앞으로 늘 잊지말아야 할 큰 짐을 짊어진 기분이다.

       

     




      

    13세기 무렵 크레타를 지배했던 베네치아인들의 흔적인 '베네치안 요새'는 이 후 1600년대엔 도시를 포위 공격한 터키군의 표적이 되기도 하였다. 잦은 외세의 침략을 견뎌내며 꿋꿋이 나라를 지켜온 이 나라의 역사는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참 많다.

     

    다른 것이 있다면 지배 받을 당시의 흔적들을 "잔유물"이라며 남김없이 없애버리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리스 사람들은 그 것 역시 자신들의 역사라는 생각에 있는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다.

     

    침략자들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과 그리스의 고유의 문화가 어우러져있는 풍경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기도 하는 것을 보노라면 일제 침략의 잔재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고유의 옛 풍경마저 사라져버린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한 낮의 뜨거운 열기를 피해 잠시 베니젤루 광장에 있는 분수 옆 카페에 앉았다. 사자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리니시 분수 역시 베네치아 인들이 건축한, 우리 말로 하면 '식민 시대의 잔재' 이다.  

     

      


     

     

    생각 없이 들어간 카페가 알고보니 그리스 전통 디저트인 '부가짜 (Bugacha : 크림 또는 치즈를 넣은 그리스식 디저트 파이)'로 유명한 곳이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답게 이 작은 카페도 1922년 부터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저 도시이기 때문에 "지나쳐도 좋은" 도시라는 평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그냥 지나쳐야 한다고 말한 그 분은 대체 어느 도시에 살고 계시는지 궁금하다. 문득 이라클리온 만큼이나 오해를 받는 또 다른 도시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아테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서 아테네 만큼이나 오해 많은 도시가 또 있을까. 유럽 여행 정보로 유명한 인터넷 카페 게시판엔 "아테네는 볼 것 없으니 그냥 패스하셔도 됩니다"라는 내용의 글들이 무수히 많이 올라와있다. 

     

    그 글들을 읽어보면, 아테네에서의 볼거리는 기껏해야 아크로폴리스인데, 그 마저도 막상 눈으로 보면 그저 큰 돌덩어리 몇 개일 뿐인 실망스러운 모습일 뿐이라는 것. 거기에 소매치기 등의 에피소드들 몇 개를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아테네는 절대 피하는게 당연한 유럽 최악의 도시임이 분명해보인다.

     

     

     

    아, 불쌍한 아테네.

     

    여행의 기억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다. 누군가에게 있어 최고의 여행지로 기억되는 곳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최악의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 반대로 누군가에게 최악의 여행지인 곳이 다른 이에겐 최고의 여행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을...... 하루, 이틀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마치 그 곳을 다 아는 것 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한 '오만'이지 않을까. 

     

    더구나 흔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아테네의 범위는 주로 "신다그마 광장과 아크로폴리스 주변" 인데, 우리나라에 빗대어 생각해 보았을 때 어느 외국인이 "명동과 종로" 만을 보고서 "한국의 서울은 그저 상점만 늘어서 있는 아주 복잡한 곳이야. 삭막하기만 한 서울은 여행지로써 큰 매력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해."라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어떤 감정이 느껴지며 그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을지를 생각해 본다면, 아테네의 억울함이 조금은 짐작 되리라. 

     

    오랜 역사와 더불어 켜켜이 쌓여있는 각기 다른 나라들의 지배의 흔적, 그 속에서 꽃 피운 그리스 전통 문화와 예술은 물론이거니와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자신들만의 오랜 삶의 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

     

    그 자체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9개월 정도 아테네에서 지낸 나 조차도 아직까지 충분히 경험했다고 말하기 어려운데, 아테네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는 사람들에게 본인의 정확하지 않은, 그것도 부정적인 느낌을 단언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라클리온에 와서 아테네를 생각한다. 내 나라도, 고향도 아닌 도시에 대한 변명을 스스로 나서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느 새 아테네를 많이 사랑하게 되었나보다.

     

     

     

     

    - 하슬라의 그리스 여행기 시리즈 -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섬, 한 겨울의 산토리니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47854

     

     

     

    보석처럼 아름다운 섬, 이드라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48373

     

     

     

    그리스의 신비로운 공중도시, 메테오라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48373

     

     

     


     






    하슬라

    : 언제나 신혼여행 중 : 아테네, 하노이를 거쳐 2013년 현재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살고 있습니다. 눈으로만 하는 여행이 아닌 현지 문화를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을 추구합니다. ♡ pinkyballoon.blog.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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