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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화 속 눈의 마을, 시라카와 합장촌

    JUNE JUNE 2011.08.01

    카테고리

    일본, 기타, 역사/종교, 겨울

     

     

     

    동화 속 눈의 마을, 시라카와 합장촌

     

     

    written by 로지나

     

     

     

     

     

     

    도야마. 조금 생소한 지명이지요.

    일본에서도 '지붕'이라 불리우는 고산지대.

    그래서 겨울이 길고 봄이 더디게 찾아오는 곳.

    도야마 여행 중, 인상깊었던 장소 하나를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시리카와 합장촌'.

    합장(合掌)이라 함은 마을의 지붕 모양이 손을 모아

    합장하는 듯한 모습을 닮았다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하네요.

     

     이 시라카와 마을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요? 

     

     

     

     

     

    시라카와 마을의 정식 이름은,

     시라카와고 고카야마의 갓쇼즈쿠리 마을!

    (白川郷・五箇山の合掌造り集落)

     

    일본 혼슈에서도 내륙 지방인 '기후 현'에 위치해있죠.

    도야마 현과 인접한 곳이라 보통 도야마 여행을 가면서 함께 가게 됩니다.

    오른쪽 지도를 보시면 빨간 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바로 '기후 현' 이랍니다.

     

     저기서도 북쪽 고산지대에 시라카와 마을이 위치해있습니다.

     해발 2000m 이상의 산들이 (한라산 높이가 1950m라죠?) 지붕처럼 펼쳐져 있고,

     

    도야마, 기후, 나가노 등 일본 주부 지방이라고 불리는 이 곳들이 바로

    일본에서도 험준한 산들만 모여있다는 고산지대입니다. 

     

    드문드문 삐죽하게 올라온 3000m 높이의 산도 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남쪽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온이 낮고 눈이 많이 내리며 겨울이 길다고 하네요. :D

     

     

     

     

     

     

     

    이른 아침 호텔을 나서 버스를 타고 달려갑니다.

    흔들흔들 달리는 버스 안에서 기분 좋게 졸다 깨다 하는 사이 나타난 풍경.

     

    어느새 시내를 벗어나 인가의 흔적은 사라지고,

    지난 겨울 내린 눈이 채 녹지 않은 높은 산들이 나타났습니다.

     

    헐 벗은 겨울 나무들이 4월이라는 시기에 아랑곳 않고

    여전히 겨울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흐린 하늘조차 겨울 분위기를 더해주는 느낌.

    고산지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척 보기에도

    만년설이 쌓여있는 높은 산들에 둘러싸여버렸네요.

     

     

     

     

     

     

    그렇게 얼마나 더 갔을까. 자그마한 마을이 강 건너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친 나뭇가지 뒤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는 지붕들.

    버스에서 내리자 서늘한 공기가 느껴졌어요.

     

    옷을 따뜻하게 덧입고 목도리도 둘둘 둘러맵니다.

    이른 아침 안개가 자욱한 풍경.

     

     

     

     

     

     

     

    고요한 마을 정경을 천천히 훑어보며 강을 건넜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강물은 쨍, 하고 소리가 들리진 않을까 의심될만큼 맑고 투명했습니다.

    마치 안동 하회마을처럼 이 곳도 강에 둘러싸여 있네요.

     

     

     

     

     

     

    마을 입구에서 토리이를 만났습니다.

    토리이는 일반적으로 신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일본식 문인데요,

     

     

    꼭 신사뿐만이 아니라 보통 불경한 곳(이승)과,

    신성한 곳(저승)을 나누는 통로로서도 쓰입니다.

     

    아마 이 시라카와 마을이 엄격히 보호되어야 할

    또 다른 차원의 세계라는 뜻에서 세워진 것이 아닐까요?

     

      

     

     

     

     

    시라카와 마을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보호받고 있는 까닭은 ,

    다설지역의 일본 민간 생활이 그대로 보존 되어있기 때문이에요.

     

    60도 경사의 지붕은 굵은 억새로 수십 명이 힘을 모아 얽어내,

    마치 털모자를 쓴 듯 포근하게 겨울을 나게 해주고

    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은 못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오랜 건축양식을 따르고 있지요.

     

     예전에는 이 지역 일대의 모든 마을이 이런 양식의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시라카와 마을은 그 전통을 보전하고 있는 셈이에요.

     

     

     

     

     

     

    눈의 마을 답게, 이 날은 진눈깨비가 흩날렸어요.

    깨끗하게 정돈 된 거리를 우산을 받쳐들고 천천히 걸으니,

    뾰족한 지붕과 키 큰 나무, 커다란 눈 덩이, 낡은 나무 냄새가 참 낭만적이었어요.

      

     

    일본의 많은 곳을 가보았지만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낯선 모습에 새삼 이국적인 느낌을 받았달까요?

    일본다우면서도 어딘가 일본이 아닌 느낌.

     

     

     

    눈의 마을의 특징은 단연 두드러지는 지붕입니다. 

     두툼하고 폭신해보이는 모양이었어요.

     

     

    눈과 바람을 맞으며 하얗게 새거나, 이끼가 앉기도 한 자연친화적인 모습.

    낡은 지붕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쳐 새 지붕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한다고 하네요.

    그게 바로 '갓쇼즈쿠리(합장만들기)' 랍니다.

     

     

     

     

     

    * 이미지 출처 : 시라카와 공식 홈페이지 - http://www.shirakawa-go.org/

     

     

     

    바로 이렇게요!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ㅎㅎ)

    이 엄청난 협동심이라니 .. 장관이겠다 싶더라고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모아 갓쇼즈쿠리!

     

     

     

     

     

     

     

    모두 나무로 만들어진 순수 목재건물이기 때문에

    담배나 화기 사용은 엄격히 제한됩니다.

    집집마다 평범한 일상처럼 눈 치우는 도구들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눈이 내릴까요?

    적설을 대비한 높은 지붕처럼 '눈'에 포커스가 맞춰진 가택 구조.

    눈을 대비하고 눈을 치우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생활속에 녹아 있을 그들.

    한 겨울의 시라카와는 또 어떤 모습인지 무척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찾아봤더니 ..

     

     

     

     

     

     

     

    * 이미지 출처 : 시라카와 공식 홈페이지 - http://www.shirakawa-go.org/

     

     

     

    절로 웃음이 나오네요;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말 밖에는 ..

    눈이 소복하다 못해 수북하게 쌓인 모습이,

    마치 생크림 얹어놓은 집모양 과자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동화 속 풍경 같은 모습이긴 하지만, 이렇게 눈이 내리면

    집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고 꽤나 힘들겠다는 생각도 .. (^^;)

     

     

     

     

     

     

     

     

    그러나 이런 눈의 마을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 옵니다.

    눈이 다 녹지 않았어도 파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가지에는 꽃봉오리가 조랑조랑 매달려 피어날 준비를 하네요.

     

    어쩌면 일본에서 가장 늦은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일지도 몰라요. :)

    매섭게 추운 겨울을 견디고 피어나는 야무진 벚꽃을 말이에요.

     

     

     

     

     

     

     

    진눈깨비도 어느새 멎고, 개인 하늘이 파아랗게 드러납니다.

    따뜻한 햇살이 시라카와 마을을 잠에서 깨우듯 구석구석 두드립니다.

     

     

     

     

     

     

     

     

     

    아무래도 많은 눈이 내리는 지역이다보니 배수로가 곳곳에 잘 설치되어 있어요.

    맑은 물이 쉬지 않고 졸졸 흘러내립니다. 이게 바로 시라카와 마을의 '봄이 오는 소리'겠지요?

     

     

     

     

     

     

     

    햇볕에 드러난 마을은, 안개 속에서 처음 보았던 '몽환적'인 느낌을 벗고

    다정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마을처럼 보였어요.

     

    아담하고 소박한 생활이 그려지는, 일상적인 공간으로요.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생활의 공간인 것 처럼요.

     

     

     

     

     

     

     

     

     

     

    눈의 마을 시라카와.

     

     

    조금은 낯설고 생소한 풍경이었지만,

    마치 동화 속 어딘가에서 읽은 기억이라도 있는 것처럼

    다정하고 친근하게 다가오던 그 곳.

     

    깨끗이 눈을 씻어낸 마을은 곧, 다시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며

    부지런히 지붕을 쌓아올리겠지요. :)

     

     

     

     

    - 눈의 마을 시라카와 END -


     


    JUNE

    여행하고 글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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