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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로 가도 몽골만, 대책 없는 방랑기

    이교 이교 2011.10.21


     

     

     

     

    매년 7월 11~13일 몽골에서는

    최대의 축제 '나담' 이 열립니다.

     

    이번 여행은 작년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난

    요시라는 일본친구가 낮술 좋아하는 제게 나담축제에 가서

    아이락(마유주)을 마셔보라고 권했던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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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명이 거지이기도 하지만 실제로도 가난해서

    애초부터 비행기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습니다.

     

    대책 없는 낙천성과 고질적인 나태함 때문에

    축제 일주일 전에야 갑자기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고,

     

    부랴부랴 출발 당일에 몽골비자를 받고 조촐하게 짐을 싸서

    개막 5일전에야 다짜고짜 애드립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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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객터미널 인근에는 차이나타운, 동인천 삼치골목,

    화평동 냉면골목, 신포시장 닭강정 등 맛집들이 즐비합니다.

    일찍 도착해서 여유를 가지고 반나절 인천을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인천에서 중국으로 가는 여정은 정말 간단!

    일정을 미리 검색해서 출발일자와 목적지, 운항일정만 알아두고

    중국비자만 있다면 출발 2-3시간 전까지 도착해서

    어렵지 않게 표를 사서 바로 떠날 수 있습니다.

     

     

     

     

     

    리모델링 후에 깔끔해진 배에 놀라다가

    노곤한 몸을 이끌어 사우나에서 목욕재계하고

    족발에 맥주한통 마셨더니 금세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일어나보니 배는 이미 위해(웨이하이)에 도착해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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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베이징)과 가까운 진황도(친황다오)나 천진(텐진)은

    배 일정을 2~3일 기다려야 해서 무작정 위해로 향했던 까닭에

    북경까지 17시간 남짓 버스를 타고 가야 했습니다.

     

    최근의 중국 버스는 불평하기 미안할 정도로 정말이지 안락해졌습니다.

    화장실도 내부에 있고 좀 작긴 하지만 침대버스라 자세가 그리 불편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한 적이 있다면, 몇몇 배려없는 형님들의 발냄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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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의 육리교(류리차오) 터미널에서는

    매일 오후에 한편 몽골 국경가는 버스가 출발합니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국경가는 버스표는 몇일 후까지 매진.

    순간 막연하게 내몽골(네이멍구)에 가면 표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지도를 살펴보고 내몽골 최대도시 후허하호터행 표를 끊었습니다.

    별 생각 없이 결정했지만 고민은 가면서 하기로 했습니다.

     

     

     

     

     

    창 밖으로 드리워진 먹구름에 잠시 불안감이 엄습해 왔지만

    표 없으면 그냥 속 편히 동티벳 여행 때 만났었던 중국사진가 형들이 사는

    시안이나 방문해보자는 생각을 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라는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가는길에 마주친 하나의 이미지는 조각조각 많은 생각들을 안겨 주었습니다.






    1. 대륙시리즈가 유행이다. 스케일하면 역시 중국이다.

    2. 차별과 질시는 사람을 분노하게 한다.

    3. 내몽골 지역은 희토류와 다양한 광물자원, 석유 등의 중국 내 최대산지로

        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4. 올해초에 중국에서 고속도로에 트럭들이 일주일동안 갇혔다는 뉴스를 보았다.

        어딘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

    5. 희토류는 중국이 전세계 공급량의 97%를 차지한다고 한다.

    6. 6월에 내몽골에선 몽골족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계엄령이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7. 트럭들을 피해 갓길로 달리는 버스기사님의 운전실력은 마치 F1드라이버 같았다.

    8. 중국 최고의 부자마을은 내몽골의 오르도스시라고 한다.

    9. 내몽골과 사정이 비슷한 신장과 티벳에서도 소수의 한족이 부를 독점하고 있다.

    10. 한족의 급속한 유입으로 내몽골내에 인구수도 역전되었다.


     

     

     

    대륙의 스케일에 놀라며 단편적인 생각들을 하다가도

    당연해 보이는 인과관계들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전에 출발한 버스는 밤이 되서야 도착했고

    그간의 기우들을 놀리듯이 가뿐하게 표를 구했습니다.

     

    마치 축하해주는 것처럼 영문모를 폭죽은 쉴새없이 터졌고

    한결 느긋해진 마음으로 간단한 흥정 뒤에

    저는 역 앞 허름한 숙소에 짐을 풀었습니다.

     

     

     

     

     

     

     


    참새가 방앗간 출근하듯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역골목 사이로 펼쳐진 양꼬치 가게로 향했습니다.

     

    거리 악사들의 기분 좋은 연주를 배경음악 삼아

    일용할 양식을 제공해주는 양들에게 묵념하고

    맥주와 함께 게걸스럽게 양꼬치를 탐닉하는데...

     

     

     

     




     

    "펑요 (친구)~"

     

    누군가 저를 부릅니다.

    한시간 정도 옆자리의 이 친구랑 잔을 기울이며

    이래저래 수다를 떨었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에 이 친구가 계산을 해줬습니다.

    사실 제가 아는 중국어는 인사말 정도뿐입니다.

    이 녀석는 중국말로 저는 한국말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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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시간 내내 이어진 끝없는 평원을 달린 끝에

    드디어 몽골 국경에 도착했습니다.

     

     

     

     

    중국이 마주하고 있는 국가들의 국경을 대부분 넘어 본터라

    짚차에 실려 짐짝처럼 구겨져서 넘어야만 하는점과

    담합된 가격은 쉽사리 수긍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한건 병이라 막상 몽골에 들어서니 기분이 좋아져서

    인상좋은 아주머니께 사진 한장 부탁하고 속으론 덩실덩실~

     

     

     

    * * * * *

     

    이제 울란바토르까지만 가면 됩니다.

     

     





     

    국경마을 자민우드역.

    조그만 마을에 덩그러니 기차역이 있습니다.

    어김 없이 표는 매진이었습니다.

     

    다행히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다음날 기차표를 구해서

    편안한 마음으로 막차를 배웅해 주었습니다.

     

     

     

     

     

     기차역 주변 숙소들은 일찌감치 객실 예약이 마감됐길래

    기차역 광장 한켠에 짐을 풀고 노숙하려는데

    한 무리의 중국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갑자기 그 중 한명이 한글로 써진 방수커버를 보더니,

     

    "한국 사람이에요?"

    "네...안녕하세요!" (화들짝 놀라서)

     

    아이고, 몽골이 얼마나 위험한데...여기서 이러면 큰일나요!

    가만 있어봐, 내가 잘 만한 곳을 찾아줄게요.

    (본인은 일 때문에 몇시간 거리의 마을로 가야 한다며)

     

    저는 별 보며 잠드는 걸 좋아한다며 연거푸 사양했지만

    진정성이 묻어나는 그의 눈빛에 더 이상 호의를 거절하기 힘들어

    무작정 그의 뒤를 따라 나섰습니다.

     

    조선족 출신이라는 아저씨는 저한테 밥까지 사주시고

    돌아다니며 신세 질 만한 집을 알아봐주셨습니다.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된 곳은 역앞 조그만 숙소의 관리인인 알림 칸 아저씨댁.

    아주머니께 이미 밥을 먹었다고 말씀 드렸지만 알아들으실리는 만무했습니다.

     

    푸근한 인상의 아주머니와 달리 아저씨는 왜 그렇게 야위셨는지

    충분히 이해 가능한 요리실력? 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날 저녁만 3번 먹었더니 나중엔 숨쉬기도 버거웠습니다.

    다행히 술배는 따로 있어서 아저씨와 가볍게 맥주 한잔 하다가,

     

     

     

     

     

    일을 마치고 온 아저씨 처남과 클럽도 가게 되었는데

    황량한 국경마을에 클럽이 있다는것도 놀라웠지만,

     

    Beyonce의 Crazy in love만 나오면 서로 득달 같이 달려드는게

    한국 힙합 클럽이나 몽골 시골 클럽이나 마찬가지여서 속으로 피식 웃었습니다.

     

    신나게 춤추고 처남의 게르로 돌아와 술자리를 이어 갔습니다.

    몇 해 전에 몽골에서 직접 제조한 술을 마시다가

    3명이 죽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하는

    몽골사람들의 술 사랑은 어마어마합니다.

     

    3차로 보드카를 마시는데 65%라 적혀있는 함량에 놀라다가

    숫자를 상회하는 공업용 알코올 같은 맛에 더 놀라서 항복했습니다.

     

    주변에서 제법 술 좀 마신다고 손에 꼽히는 축인데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명함도 못 내밀었지만

    현명한 처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아무튼 역에서 만난 조선족 아저씨와 알림칸 아저씨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과분한 생일파티와 게르숙박이라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비록 하룻밤의 정이었지만 길을 나설 때 아저씨가 많이 서운해 하셔서

    가난한 댁에 신세지는게 죄송하면서도 떠나기 아쉬운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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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보면 참 미련한 짓입니다.

    비행기로 2-3시간 거리를,

     

     뻔히 매진일거 알면서도

    준비하나 없이 온갖 고생해가며,

     

    일주일 가량이나 간다는 게

    제 생각에도 결코 상식적이진 않습니다.

     

    겟어바웃 트래블웹진의 필진이 되면서

    '크루즈 여행'이라는 호사도 누려봤지만

     

    이런 여행 방식을 고집하고 앞으로도 꿈꾸는 이유는,

    부족한 제 경비 때문이기도 하지만,

    느리게 여행하는걸 즐기게 된 까닭이기도 합니다.

     

     

     

    * * * * *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여행을 떠올리면 사람들마다 각자 다르게

    가고 싶은 장소, 맛있는 음식, 편안한 휴식, 사람들과의 설레는 만남 등

    다양한 것들을 떠올리고 찰나의 행복에 잠깁니다.

     

    제 경우엔 여행에 빠지고 몇 해 전부터 사진을 찍게 된 계기가

    사람들과의 소중한 만남과 추억들, 눈부신 순간들을

    간직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던것 같습니다.

     

     

     

     

     




     











     





    18시간을 더 달려서 결국 울란바토르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곤 몽골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같은 방법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 * * * *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이번 여행을 돌아보면

    운 좋게도 모든 것들이 추억이 되었지만,

    대책 없이 무모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숙소나 이동수단, 무엇하나 예측 가능한 것들이 없었던 까닭입니다.

    때론 자연재해나 타인에 의한 불가항력적인 피해들이 닥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지나고나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려운 상황에 맞서 다시 떠날 용기란 선물을 가져다 주는 것 같습니다.

     

     

     

     

      

    이교

    유쾌하고도 진중한 여행을 꿈꾸는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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