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일본 아오모리가 가슴 속에 아로 새겨진 이유

    dreamciel dreamciel 2011.07.28

    카테고리

    일본, 기타, 포토에세이

     

     


     

     

    일본 북쪽 지방으로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사실 일본 지진과 방사능 때문에 근심도 많이 들었다.

     

    원래 위험과 모험을 즐기는 나이지만

    주위 사람들의 염려는 여행을 망설이게 했다.

    하지만 난 일본으로 떠났다.

     
     

     


     

     


     

     


     

     

    방사능의 진원지인 후쿠시마에서 동경보다 먼 거리에 있는 아오모리 현.

    일본 입국을 환영하는 반가운 미소의 일본인들을 시작으로,

     

    차를 타고 바라보는 일본 시골의 풍경은 너무나도 고요하고 평화로워

    ‘이곳이 얼마전 참상을 당한 일본이 맞는가?’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 동양학과의 한 교수님이 해주신 말씀, 

    “예술가는 떠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력이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낯선 일본의 전원 풍경에 감탄하며 셔터를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지만 분명 일본의 시골 풍경은 일본 만의 독특한 풍경이다.

     아오모리 현은 북해도 지방과 가까워 겨울에는 눈이 보통 4m 까지 쌓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집들은 모두 지붕이 세모로 덮혀져 있다.

    무거운 눈의 무게를 이겨내기 위한 이 곳만의 건축적 특성이다.

     


     

     


     

     


     

     

     

    차창 밖으로 들어오는 시각적 정보들은 나의 가슴을 진동시켰다.

    일본 영화에서 보아왔던 서정적이며 평온한 풍경들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하늘로 높게 솟은 나무들은 떼를 이루어 강한 산소를 내뿜고 있었고,

    심장은 어느 때보다 맑은 공기로 인해 고요해지고 있었다.

     

     

     

     


     

     


     

     

     

    거리를 걸으며 듣던 신나는 일렉트로닉 음악 대신,

    내 귓가에는 자연스레 맑은 피아노 소리의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비발디의 플롯 악기가 이렇게 귀에 착착 달라 붙는 것은

    여행을 다닌 이후 처음 겪는 기분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시각적 정보들 속에 나의 시지각을 유혹하는 것은

     바로 일본의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었다.

     

     앙증맞게 귀여운 신호등과, 좁은 차도 사이를 오가는 자그마한 자동차들.

     마치 전기신호의 자극이 오면 반응하는 기계장치와도 같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도로 위 풍경은,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하게 만드는 한국의 도로와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보통 한 곳에 정착해 있으면 우리의 지각 반응은 너무도 무뎌진다.

     익숙함은 예술가들에게 있어 독약과도 같은 속성인데,

    여행을 떠나면 낯설음에 새로운 영감과 시각적 자극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

     

     여행자들이 여행을 가서 카메라의 셔터를 쉴 새 없이 누르는 건

    ‘나 여기 있었다’라고 하는 도큐먼트(document)적 사고방식 이라기 보다는,

    무언가 새로움을 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기록이다.

     

    물론 기념물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는 여행자들은

    두 말 할 필요 없이 예외적 상황에 놓여있다.

     

     

     


     

     


     

     

     

    여행을 떠나면 평소에 보던 익숙한 꽃들도 낯설게 보인다.

     ‘아 여기 네가 홀로 외롭게 자라나고 있구나’

     

     여행은 사람을 동심의 세계로 떠나게 하며,

     내가 다른 존재들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강력한 자극제이다.

     


     

     

     


     

     


     

     

     

    이불의 포근함 때문에 12시간 이상씩 자는 게으른 나에게

    ‘여행’이라는 선물이 주어지면, 급속도로 나의 수면시간은 짧아진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식사와 따뜻한 차 한잔 이후에,

    아오모리의 작은 마을을 산책하며 생각에 빠진다.

     

    파리의 음유시인 보들레르가 산책을 하며

    인간의 감정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시를 지어낸 것과 같이,

    나는 아침에 홀로 산책하며 아름다운 햇살에 비치는 사물의 속성을 기록한다. 

     

     

     

     


     

     


     

     

    가벼운 새벽의 산책길.

     

    아름다운 아오모리의 자연을 걸으며 시 한구절이 계속 머리속을 맴돌았다.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의 '가던 길 멈춰 서서'라는 시이다.

     

     

     

     


     


     

     

      

    숲을 지날 때 다람쥐가 풀숲에

    개암 감추는 것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햇빛 눈부신 한낮, 밤하늘처럼

    별들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볼 틈도 없다면

     


     

    눈가에서 시작한 그녀의 미소가

    입술로 번질 것을 기다릴 틈도 없다면

     

     그런 인생은 불쌍한 인생

     근심으로 가득 차 가던 길 멈춰 서서

     잠시 주위를 바라볼 틈도 없다면

     


     

    - 가던 길 멈춰서서 by 윌리엄 헨리 데이비스 -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도 중요한 것을 쉽게 잊고 만다.

    정작 중요한 것은 우리의 주위에 있는 소소한 풍경과 당신의 미소인데 말이다.

     

    어깨 너머 스치는 태양 빛 나무 아래 앉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가 고민하는 인생의 문제들은 너무나도 쉽게 풀릴 때가 많다.

     

    여행은 바로, 잊고 있던 자신의 또 다른 타자를 찾는 것.

    그래서 여행자는 잊혀지는 자신을 붙잡기 위해  계속 떠나는지 모른다.

     


     

     


     

     


      

    Sponsored by

     

      

     

     


     

    하나투어에서 이번 일본 아오모리 여행을 후원해주었습니다.

     다음에는 '아오모리 예술가의 혼과 도와타호수'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dreamciel

    대학원에서 'fine art-photography'를 전공했고, 내셔널지오그래픽 국제사진 공모전 우수상,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대상 등 20여회가 넘는 수상 경력이 있다. EBS 다큐멘터리 ‘커피로드’ 제작진으로 참여, 포토에세이 ‘히말라야의 선물'을 재능기부 형식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dreamciel

    같이 보기 좋은 글

    기타의 인기글

    dreamciel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