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레이저쇼를 감상할 명당 자리는 어디?
적어도 뒤통수만 실컷 보고오진 말자구요!
이번 홍콩 여행을 계획하며 가장 기대했던 것은
바로 사진 속 심포니 오브 라이트(A Symphony of Lights)!!!
심포니 오브 라이트는 매일 저녁 8시에
홍콩 빅토리아 항 고층 건물들 사이로 펼쳐지는 레이저 쇼입니다.
2004년 홍콩 관광진흥청에서 무려 4400만$(HK)를 들여 제작한 쇼라고 하네요.
이미 전세계 수 백 만 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감상했다는 이 쇼는
과거 홍콩을 한번 여행했던 제게도 큰 감동을 안겨주었기에
다시 그 감동을 느껴볼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떠나기 전부터 두근거리는 설렘을 느끼게 해주었죠!
쇼가 시작될 무렵이면 관광객들이 스타의 거리며,
해안 산책로로 몰려들게 불보듯 뻔하기에 ,
미리 서둘러 쇼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자리를 선점하고
쇼가 시작하기를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쇼가 시작하기까지 약 40여분 남은 지금 이 순간... 아직은 대낮 같이 훤하지만~
미리 자리잡고 앉아 친구와 즐거운 셀카도 찍고~
준비해온 밀크티와 커피를 홀짝거리다가~
멋진 홍콩섬의 빌딩 숲을 배경으로 기념사진까지 남기고 나니
어느새 하늘엔 어둠이 내려앉아 있더군요 :-)
점점 더 짙은 어둠이 깔리고,
낮보다 아름답다는 홍콩의 화려한 밤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그때, 저희가 자리잡고 앉은 계단 바로 앞 난간으로
사람들이 한두명씩 오가기 시작합니다.
눈앞에 펼쳐진 이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담겠다며 난간에 서는 이부터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민망한 포즈도 서슴지 않는 이들까지..
뭐 사진 한 두 장 찍고,
쇼가 시작되면 알아서들 비켜주겠거니 하고 그리 신경쓰지 않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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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가 시작되기 직전, 기어이 이런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저와 제 친구를 비롯한 수 십 명의 관광객들이
이 난간과 단 1m 떨어진 계단에 주르륵 자리잡고 앉아
오로지 이 쇼가 시작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느즈막히 이곳을 찾은 중국인들이 글쎄 떡하니
이 많은 사람들의 시야를 막고 난간에 기대서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설마... 설마... 저는 이때까지도 이들이 쇼가 시작되면
자리를 떠줄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몰라요,,,ㅠㅠ)
하지만 결국, 상황은 나아지긴 커녕 더욱 악화되어
쇼가 시작할 즈음엔 이 지경 이 꼴이 되었답니다~
이들은 아예 큰 소리로 손짓까지 해대며 친구들, 가족들을 불러 모으더군요. -_-;;;;
이 난간에 기대어 서면 주르륵 앉아 있는 사람들 시야를 가린다는 사실을
과연 이들은 정말 몰랐을까요?
그나마 몇몇 양심있는 사람들은 난간 아래 바닥에 철퍼덕 앉기라도 해주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꼼짝도 하지 않더라는거...
어찌나 화가 나던지 결국 바로 앞에 선 중국 남성의 등을 툭툭쳐서 양해까지 구했건만
그 남성분만 자리를 뜨고 그가 제 말을 전한 그의 일행은
끝까지 모르는 척, 못들은 척 그 자리를 지키더군요.
이대로 앉아있다간 그저 하늘에 쏘여진 레이저 빛줄기만 보다가 돌아갈 판이었습니다.
그 때 다행스럽게도 앉아있던 계단 위로 좁은 공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하지만 이건 쇼를 보는건지 남들 뒤통수를 보는건지
게다가 이 중국분들 어찌나 시끄러운지 음악이 들리지도 않습니다... 휴=3
안그래도 열 받아서 씩씩대고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이 키 훤칠하신 아랍 아저씨가
뚜벅뚜벅 제쪽으로 걸어오더니 떡하니 제 앞을 가로막고 서시더군요...
이분에게 전 투명 인간이었던 걸까요? 이분은 제가 보이지 않았던 걸까요?
이렇게 사진까지 찍는데 정말 제 시선을 느끼지 못하셨을까요?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데...!!!
방해없이 쇼를 감상하겠다고 미리부터 와서 그렇게 긴 시간 기다렸는데...!!!
그저 허무하고 허탈할 따름이었습니다. 울지 않은게 다행이었죠.
그.래.서. 저와 같은 일을 겪는 분들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방해받지 않고 레이저 쇼를 감상하실 수 있는 자리를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해안 산책로에는 전망을 감상하실 수 있도록 계단식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앉은 곳이 산책로 가장 바깥쪽 난간 바로 앞쪽에 놓인 그 벤치였구요.
그 위로 난간이 이어져있고 그곳에 걸터앉은 분들이 보이시죠?
그 난간이 바로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감상하는 명당자리 되시겠습니다.
처음엔 그곳에 앉을까도 싶었지만 무거운 카메라와 가방,
그리고 음료수를 내려놔야하기에 그 아래 계단에 자리잡고 앉은 것인데,
무거워도 번거로워도 그냥 그 위에 걸터 앉을걸 그랬어요 ;ㅁ;
매너 없이 그 앞으로 몰려든 사람들을 피해 걸터 앉은 자리가 바로
저 난간에 걸터앉은 사람들이 발을 짚고 선 그 부분이었고요.
바로 저 자리!!
편해보이지만 절대 피하셔야할 자리란 사실 명심하세욧!!
굳이 앉지 않고 서서 감상하시는 방법도 있습니다.
미리 와서 저 난간에 삼각대를 세워두고 서계신다면
알아서들 그 앞쪽 계단은 피해 앉을테고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방해없이 쇼도 보고,
더없이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겠지요!
아무튼 그렇게, 기대했던 쇼는 정신없이 끝나버렸지만
그래도 그 매너없는 이들로 인해 여행까지 망쳐버릴 수는 없는 일 아니겠어요!
긍정 마인드로 나쁜 생각일랑 툴툴 털어버리고 이 아름다운 홍콩의 야경에 취해보기로 했습니다.
레이저 쇼가 뭐 별거야? 이 야경이 백만불 짜리지! 암! 그렇고 말고!
이 멋진 풍경 앞에서 누군들 기념 사진을 찍고 싶지 않겠으며
누군들 더 가까이에서 방해받지 않고 레이저쇼를 감상하고 싶지 않겠어요.
하지만 서로 조금만 양보하고 배려해도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데
그 작은 양보와 배려, 그리고 매너가 참으로 아쉬웠던 홍콩에서의 첫날 밤이었습니다.
사진을 좋아하여 자연스레 여행을 하게 된 로맨틱 커플 여행가. 티스토리 여행블로거로서 '헬로뷰티플데이즈'라는 아기자기한 공간을 운영 중이다. (http://hellobeautifuldays.com/) => "블로그라는 작은 공간에 저와 사랑하는 남편이 함께한 로맨틱한 커플 여행부터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의 여행까지 5년여간의 추억들을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행복한 순간들을 당신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