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약 180만 년 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 섬이다. 제주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이 ‘화산 섬’이란 단어는 문자를 읽는 것과 실제로 보고 느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곳은 더욱 제주를 잘 느낄 수 있는 산굼부리다. 이름도 모양도 신비로운 산굼부리, 제주의 화산활동을 따라 그곳으로 함께 가보자.
매표소에서 표를 끊고, 천천히 걷다 보면 나무로 만들어 놓은 ‘산굼부리’라는 글자가 보인다. ‘산굼부리’는 산에 생긴 구멍이란 뜻으로, 화산체의 분화구를 가리키는 제주도 방언이다. 제주의 다양한 굼부리 중 조금 더 특별한 모양을 띠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 6월 18일 천연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되었다.
잘 다듬어진 돌길을 따라 걷는다. 산굼부리를 보러 가기 위해 걷는 산책길이다. 경사가 높지 않아 힘들이지 않고 천천히 걸을 수 있다. 풀벌레 소리와 바람 소리, 넓은 하늘과 탁 트인 시야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돌길을 따라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무척이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 꼼꼼히 눈에 담기 바쁘다.
시야에 푸른 하늘과 오름이 보인다. 제주에 오면 좋은 점 중 하나는 넓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점인데, 산굼부리에서도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다. 또한 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북쪽은 붉가시나무·후박나무 등의 난대성 수목이 자라고, 그 밑에는 겨울에 익는 겨울딸기가 자란다.
분화구의 남쪽 사면에는 서나무·단풍나무·산딸나무 등 온대림의 대표적인 수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한정된 분화구 안에 온대림·난대림, 상록활엽수림·낙엽활엽수림이 자라는 신비로운 곳이다.
움푹 파인 분화구, 산굼부리는 거대했다. 산굼부리는 높이는 관리사무소에서 제일 높은 곳까지 31m, 이곳에서 분화구 바닥까지의 깊이는 132m이다. 분화구 바닥이 주차장 지면보다 100m나 아래에 있으니 화구 주위의 위치를 더욱 잘 상상할 수 있다.
이러한 모양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 지질학자들은 산굼부리가 용암이 분출된 후 마그마의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었거나, 마그마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지하에 공간이 형성되면서 지반이 가라앉아 만들어진 함몰 분화구라고 설명한다.
산굼부리는 학술 가치로나 관광자원으로서 높이 평가되는 마르(Maar)형 화구다. 이런 화산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한다. 마르형 화구는 화산활동 초기에 단시간의 미약한 폭발만이 일어나고 활동이 중지됨으로써 형성된다. 특히 그 폭발은 주로 가스만 터져 나오고 다른 물질은 소량이거나 거의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화구 주위는 낮은 언덕을 이룬다.
모두가 인증 사진을 남기는 산굼부리 글자 모형이다. 사진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광활한 산굼부리는 가을에 억새가 만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올가을엔 제주의 신비로운 화산 섬과 자연이 남긴 발자취를 따라 산굼부리에 가보는 건 어떨까. 천천히 걷고 풀냄새를 맡고 가슴에 하늘을 담다 보면 마음속엔 어느새 자연이 스밀 것이다.
INFO.
주소: 제주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38
관람시간: 3월~10월 / 매일 09:00 - 18:30 (입장마감 18:00)
11월~2월 / 매일 09:00 - 17:30(입장마감 17:00)
요금: 성인(대학생포함) : 6,000원 / 청소년 : 4,000원
어린이(만4세이상) : 3,000원 / 경로, 국가유공자, 장애인 : 4,000원
매일 무언가를 쓰는 사람 담차입니다. 책, 차, 고양이와 여행을 좋아합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 뒤 <겨우 한 달일 뿐이지만>을 펴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귀 기울이며 글을 쓰고 기록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