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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just want a perfect world,

    JUNE JUNE 2010.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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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문화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지친 몸을 잠자리에 뉘여 시커먼 천장과 마주했을 때, 기분 좋은 탈진감 보다 막연한 아득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더, 훨씬 더 많다고 언젠가의 길에서 들은 적이 있다. 어쩌면 외로운 것일 수도, 앞으로 밟아나가야 할 인생의 행로가 부담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수험과, 졸업과, 취업과, 결혼과, 육아와, 노후를 거치는 평범한 인생의 행로가 말이다. 벌어먹으며, 누군가와 부대끼며 생을 이어나가는 나날의 버거움에 눈물을 흘려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 버거움 속에서도 살아있음과 만남에 감탄하며 행복에 가슴 뛰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위로’ 의 의미를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위로의 방식으로 인생의 무게를 견디고 있다. 음악에서, 영화에서,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괜찮아. 잘 하고 있어.’ 라는 토닥임을 받으며 기운을 얻고 용기를 낸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산을 오르거나, 좋은 책을 읽거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떠나면서도 인생의 무게를 덜어놓는다.



    ‘GET ABOUT’ 에서의 시작에 앞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생각해보았다. 점점이 떠오르는 수다거리 중에서도 첫 시작을 ‘위로’ 로 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어쩌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위로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무수한 공간에서 무수한 사람들을 만나며 무수한 에피소드를 낳는 일상이 진정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함께 웃어주고 울어주고 토닥여주는 아름다운 위로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2008년 7월, 캄보디아, perfect world



    2008년 여름, 캄보디아에서, 묵직한 공기가 떠돌던 킬링필드를 둘러보고 다시 프놈펜으로 돌아오는 길의 창밖에는 구름 사이로 해가 저물고 있었다. 야트막한 들풀 위에 외롭게 서 있는 나무 몇 그루 사이로 흐린 노을이 지던 그 때, 나는 위태롭게 흔들리던 낡은 버스 안에서 arco(아르코) ‘perfect world' 를 들었다. 수많은 다툼과 분쟁, 시각의 차이, 너와 나의 다름, 그 분주하고 번잡스러운 세상에게 내가 바라는 단 한 가지는 그저 아름다운 것들이 지켜지는 완벽한 세상이라는 크리스 힐리의 목소리가 읊조리듯 나를 토닥였다. 그 곡이 그 순간의 위로였던 셈이다. 다정하고 음울한 기타 선율과 캄보디아의 흐린 하늘을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arco는 누군가에게는 포근한 멜로디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지루한 멜로디가 될 수도 있는, 호불호가 갈리는, 취향을 타는, 우울한 정서를 담담하게 읊조리는, 사색적인, 그런 음악을 하는 런던 출신의 3인조 밴드다. 그러나 그들의 음악은 확실히 우리나라에서 사랑받고 있다. 소문에 의하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밴드라는 증명이 모호한 별명도 달고 있다는 듯하다. 이 'perfect world'는 커피프린스 O. S. T.로 유명해졌고, “직선은 안아줄 수 없어서 슬퍼” 슬로건을 달았던 스카이 휴대폰 광고에도 그들의 곡 lullaby가 쓰였다. 이처럼 CF와 드라마 삽입곡의 단골로서 사랑받던 arco가 2004년 이후로 6년 만에 신보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정규앨범이다.




     arco / yield

    2010년 4월 발매, 파스텔 뮤직


    “6년 후 다시 들은 그들의 음악과 그 안에 흐르는 정지되어 있는 슬픔들은 여전하네요.
    그래서 좋고 또 그래서 아쉽습니다. 마지막이라는 것이…….
    절제된 감정들과 연주, 크리스 힐리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계속 맴돕니다."   - 박지윤 (뮤지션)




    절망과 적막이 존재하지 않는 시대란 없다. 우리의 삶은 앞으로도 수많은 물음표들에 의해 조각조각 부서져 나갈 것이다. 무언가를 향해 끝없이 기도하고 외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찾아올 것이다. 무언가 영원한 것, 존재하지 않는 것, 모든 것의 시작인 것, 동시에 종말인 것을 향해서 기도하고 싶어지는 순간들이.


    그리하여 세상에는 위로가 있는 것이리라. 



    요즘은 유난히 슬픈 일이 많다. 슬픔은 길바닥에 버려지는 찌라시에, 아버지의 낡은 지갑 속에,  고양이의 저녁이 될 쓰레기통에, 무심히 뒤엎어진 강바닥에, 그리고 바다 저 밑바닥에도 가라앉아있다.


    나도,

    완벽한 세상을 바란다. 그저 아름다운 것들이 지켜지고 따뜻한 위로와 사랑이 있는, 설레며 기다리는 내일이 있는, 고단함이 눈 붙이고 불면의 밤이 끝나는 그런, 그런, 그런-



    JUNE

    여행하고 글 쓰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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