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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이슬람의 라마단 체험기!

    스누피 스누피 2011.08.05

    카테고리

    중동, 에피소드

     

     


     

    이미지 출처 : Google



    지난 8월 1일부터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라마단'이 시작되었다.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9번째 달을 이야기하는데, '더운 달'이란 뜻도 지니고 있다 한다. 더불어 천사 가브리엘이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모하메드에게 가르침을 내린 달이라고.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 있는 동안 먹는 것, 마시는 것(액체 / 기체 모두 금지), 남녀의 19금 행위가 모두 금지되며, 욕망을 철저히 절제해야 한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누려왔던 행위들을 멈추고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를 공감해보라는, 알라의 가르침에 충실한 삶을 사는 기간인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끗이 정화하는 것이 라마단의 본래 취지다.








    나는 작년 라마단에 모로코에 있었다.  아랍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슬람교라는 종교가 지닌 매력을 발견했고, 라마단이 매우 중요한 기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참여해보기로 한 것이다. 어디에서 보내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몇 안 되지만 여행해본 아랍 국가 중에서 가장 좋았던 모로코를 택했다. 비장한 마음으로 스위스를 떠나며 앞으로는 먹을 수 없을 햄과 돼지고기류를 맥주 안주 삼아 잔뜩 먹어두었던 기억이...(이슬람교에선 알콜이 함유된 음료도 금한다~ ^^;)


    그리고. 한 달. 모로코 각지를 돌아다니며 정말 다양한 라마단 풍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단식에 참여함으로써 그들이 신체적으로 겪을 고통을 함께했고 틈틈이 코란을 읽으며 그들이 받들려는 가르침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온몸과 온마음을 다 바쳐 경험한 내 생에 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이었던 이 라마단에 대한 나의 결론은 단 한 줄로 요약할 수 있다.



     


     

    참 신기하고 신비로운 시간.



     

     

    과연 무슬림들은 한 달 간의 라마단을 어떻게 보내는 것일까?

    여기 평범한 모로코 가정의 라마단 속 하루를 소개해본다.

    (지금 내가 소개하는 시간은 작년 라마단을 기준으로 하므로, 매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음을 참고 바람)

     





     

     

     

     

    새벽 3시 경.


    창 밖에서 한 남자가 북을 치며 뭐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여봐요들, 이제 곧 해가 뜰 터이니 라마단의 새 하루를 준비하세요!"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개는 이 북 치는 남자의 신호가 먹고 마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면 된다. 이때 가족 모두 모여 마지막 식사를 양껏 하고는, 모스크로 가서 기도할 사람들은 기도하러 휴식을 원하는 사람은 잠자리에 든다.




     

    새벽 3시 반 경.

     

    모스크에서 공식적으로 이제 성스러운 시간이 임박했으니,

    먹는 것과 마시는 것 등 코란에서 금지한 행위들을 멈추라는 안내문이 흘러나온다.





    새벽 4시 경.

     

    첫번째 기도시간이 된다. 이제 모두 다시 엄숙하고 경건한 시간 속으로 잠긴다.



     

    해 뜨고 해 질 무렵까지.


    모두 일상을 영위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직장에 나가고(다만 이슬람교가 국교인 나라에서는 단축해서 근무할 것을 권고한다) 집 안에 있는 여자들은 벌써부터 저녁에 먹을 음식들을 마련할 궁리에 분주하다. 대개는 너무 덥지 않은 오전에 밤 동안에 먹을 음식들의 장을 보러 가는 것이 가장 큰일이라고 볼 수 있다. 


    라마단에 참여하지 않는 어린 아이를 둔 엄마라면 아이의 밥을 챙기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을 봐와서는 집안일을 하고 좀 쉬며 낮잠을 자다가 적어도 오후 3시부터는 음식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하레라(모로코와 튀니지의 경우 공식적인 첫 식사인 '이프란Ifran' 을 '죽'이라는 뜻의 '하레라Harera'라고 칭했다)를 만드는 일이 꽤 오랜시간을 잡아먹기 때문. 


    각종 재료를 다듬고 향신료를 섞어 통에 뭉근하게 2시간 넘게 끓여야 하레라가 완성된다. 음식을 만들며 가장 괴로운 건 그 냄새를 온전히 느끼면서도 맛을 볼 수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웬만한 가정에서는 일단 하레라를 슴슴하게 간한다.









    집 밖에서 목격한 일상의 경우 40도를 웃도는 한낮의 열기 속에서도 사람들은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생업에 종사하며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었다. 미용실이나 다리미질 할 때 쓰는 물뿌리개로 서로에게 물 뿌리는 장난을 하며 미소로 더위를 잊기도 한다. 관광객에게는 장난을 건답시고 뿌려서 일부 관광객들의 짜증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라마단에 참여 중이었던 나로서는 내가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뿌려달라고 해서 허를 찌르기도!


    하지만 역시 먹고 마실 수 없는 건, 특히 푹푹 찌는 여름에는 너무 잔인하고 힘든 일이어서 모든 사람들은 욕구불만 및 짜증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그 짜증은 오후 3시부터 크게 증가하기 시작하여 5~7시 경에는 극에 달한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그 억눌린 욕구들을 이상한 방법으로 분출시킨다.


    범죄(절도 및 폭력...실제로 나는 카메라를 도난당했다. 신고하러 간 경찰서. 싸우다 피흘리며 경찰서로 찾아온 여러 사람들과 함께 꽤 오랜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야 했다)가 증가하고 숍에서는 판매량이 급증한다. 사람들이 더 많이 사고 많이 먹다는 것. 성스러워야 할 시간이고 그걸 지켜가려는 사람들의 노력도 있지만 다른 면에는 저런 사실 또한 존재한다는 점이 재미있다.






     

     

    해가 지고...



    집 안에는 각종 음식물의 향기가 풍긴다. 하레라가 완성되어가고 팬케이크를 구워 버터와 꿀을 듬뿍 발라 접시 위에 잔뜩 쌓는다. 달달한 밀크 커피를 끓이고 생선 요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냉장고에 얼려뒀다 꺼낸 시원한 과일쥬스, 생수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녹아 있다. 삶은 달걀, 올리브 절임, 치즈, 과일, 빵, 말린 대추야자 등을 접시에 담아낸다. 밥을 먹을 테이블을 준비하고 식구들과 초대한 손님들이 하나 둘 그곳으로 모여든다. 다들 담소를 나누거나 텔레비전에 집중하는 척하지만 모두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기도 소리...! 그 소리를 기점으로 모두 일사분란하게 손을 음식 위로 뻗는다. 신에게 감사하며 서로에게 덕담을 하며 음식을 나누는 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도로가 한산하다. 폭력도 없다. 오직 평화와 풍요로움, 인자와 자비(부자들은 음식을 넉넉히 차려 가난한 사람들을 식사에 초대한다)가 넘친다. 아마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닐까.


    하레라를 무사히 마친 사람들은 선선해진 바깥으로 나간다. 공원이나 주변을 산책하고 찻집에 가서 친구들과 한가로운 시간을 보낸다. 여자들의 경우 다시 두어시간 뒤의 식사를 준비해야 해서 여전히 분주하지만 그래도 마음만은 좀 누그러진 상태다. 음식 냄새를 맡으며 간도 못 보는 일은 없을 테니. 사람들은 저마다에게 다시 주어진 여유로운 시간과 풍요에 감사하며 모스크로 가서 기도를 하고 또 모여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밤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다시 새벽!

     


    라마단이 끝나는 그날까지 이런 하루들이 반복된다. 나는 이 기간 동안 참 많은 사람들로부터 초대되어 하레라를 함께 나누며 그들의 신이 내려주는 축복을 함께했다.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고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없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처절한 것인가를 정말 뼛속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시간 속으로 누군가 강요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무슬림들의 굳은 의지에 감탄했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존재하듯 밝은 라마단의 뒷면에는 어두운 라마단의 측면도 존재하지만 한 달 내내 모스크에 모여들어(유명한 모스크의 경우 바깥까지 신도들이 모여들어 바리케이트가 설치되기도 한다) 알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바치기 위해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람들의 비장하기까지 한 얼굴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라마단이 참 근사한 한 달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듯 테러의 의지를 다지는 의식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의 내면에 평화가 깃들기를 그리고 이 세계에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하게 염원하는 의식이다.


    올해도 라마단이 시작되었다. 전세계 무슬림들이 무사히 알라가 그들에게 원한대로 경건하게 잘 이 한 달을 지낼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Ramadan Kareem!

     

     

     

    스누피

    글 쓰기, 사진 찍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길 잃어버리기, 여행 다니기, 맛있는 음식, 와인, 달콤한 것들, 홀짝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차, 책 읽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아주 보통의 지구인. blog_ http://peanutsholic.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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