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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틀랜타 공항을 경유한다면 - 델타 플라이트 뮤지엄

    테라노바 테라노바 2020.01.25

    카테고리

    미주, 미국, 예술/문화

    국 남부의 애틀랜타를 여행하거나 혹은 경유해 동부 지역으로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 있다. 애틀랜타 공항 바로 옆에 위치한 델타 플라이트 뮤지엄(Delta Flight Museum)이 바로 그곳이다.

    비행기가 등장하여 본격적으로 산업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였다. 초기에는 대부분의 작은 신생 항공사들이 주로 우편 배송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델타항공은 조금 특이하게도 비행기로 농약을 뿌리는 항공 방제회사로부터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1941년 현재의 이름으로 항공사 등록을 한 델타항공은 1940년대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항공사에 들어선다. 비록 공식적인 창립 연도는 1941년이지만 사실상 그 전신이 1920년대부터 사업을 시작한 만큼 델타항공의 역사는 곧 미국 항공사들의 역사, 더 크게 보면 세계 항공산업의 역사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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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델타항공은 1941년 본사를 기존 루이지애나 주 먼로(Monroe)에서 조지아 주 애틀랜타(Atlanta)로 옮겨온다. 넓디넓은 델타항공의 본사 단지 내에는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쓰던 2개의 비행기 격납고(Hangar)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데 그것이 오늘날 델타 플라이트 뮤지엄, 즉 박물관으로 변신해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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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제1 격납고에 들어서면 델타항공이 초창기에 운용하던 비행기들이 여기저기 진열돼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초기 주력 사업이던 농약 살포에 쓰였던 레플리카 복엽기가 머리 위를 날고 있다. 금방이라도 머리 위에서 농약이 뿌려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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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에는 우편배송 서비스와 함께 일부 승객을 함께 태우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1931년에는 Travel Air6000이라는 이름의 비행기를 도입했는데 이게 최초의 여객 전용기라고. 그 비행기가 승객 마네킹과 함께 진열돼있다.

    지금은 농약 살포나 특히 비행기로 우편배송을 주력으로 했다고 하면 왠지 '비행기를 고작 그런 곳에 쓰나?' 싶지만 당시에는 나름대로 앞서가는 산업 분야이자 중요한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원활하고 빠른 통신은 모든 일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역할을 인터넷이 넘겨받았기에 우리가 인식을 잘 못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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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1940년대 들어 본격적인 여객 운송 비즈니스가 시작되었는데 이때 DC-3라는 기종이 델타항공 여객기의 플래그십 기종이 된다. 이 기종은 당시 세계 어느 항공사에게나 비슷한 역할로서 의미 있는 기종이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곳 박물관에는 완벽하게 복원되어 보존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들어가 볼 수도 있다.

    하지만 DC-3의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주변에는 줄이 쳐져 있었다. 항상 공개하는 것은 아니고 매주 공개하는 날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내부에까지 들어가 1930~40년대 승객의 기분을 한 번 느껴보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날은 내부에 들어가 볼 수 없었다.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사전에 날짜를 확인하고 와야겠다. 이때는 소중한 ‘유물’을 잘 보호해야 하기 위해 특별 가이드와 함께 장갑과 발 싸개를 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이 비행기를 박물관에 모셔오게 된 계기도 재미있다. 1990년 델타항공의 퇴직자들은 1940년대에 도입했던 5대의 DC-3 기종을 찾아 박물관의 컬렉션에 추가하기로 했다. 과연 남아있는 비행기가 있을까 싶었는데, 기적처럼 당시 도입 5대 중 2호기가 현재까지 푸에르토리코에서 화물기로 '현역 활동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러자 델타항공의 복원팀은 현지로 찾아가 이 기종을 사들인 후 온갖 정성을 들여 결국 옛 델타 DC-3기로 복원해낸다. 그렇게 부활한 DC-3기종이 바로 현재 박물관, 정확히는 제1 격납고의 상징 비행기가 된 Delta Ship 41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비행기가 은퇴 후에도 박물관의 마스코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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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창기 기내식과 각종 객실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를 그 변천사를 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냥 대충 훑어본다면 별 느낌이 없겠지만, 내가 당시 승객으로서 탑승했을 때 트레이 위에 이런 것이 놓여졌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재미있는 것은 델타는 그 어느 회사보다도 코카콜라와의 관계가 돈독해 일찍부터 코카콜라를 기내에서 서비스했다는 점이다. 델타뿐만 아니라 코카콜라의 본사도 애틀랜타이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콜라보 마케팅이랄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부터 항공 여객산업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여행을 위한 항공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고 또 항공사들은 이들을 잡기 위한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의 광고 문구, 티켓, 충성고객들을 위한 고급 서비스 등의 발전 추이를 전시물로 볼 수 있다. 각 시대별 영업/마케팅의 포인트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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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인 만큼 이곳 역시 그 소명인 ‘교육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다. 곳곳에 교육적 전시물이 있지만 조종석 모양의 자리에서 손과 발을 이용해 조종 기기를 작동하면 비행기가 실제로 동일한 원리로 움직이는 전시물은 비행기 작동 원리를 직접 체감할 수 있어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였다. 추억을 남기고 싶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사진을 찍으면 그럴싸하게 나오는 포토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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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곳 항공사에서 운용했거나 현재 운용하는 모든 항공기가 모형으로 진열돼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을 보고 나니 옆에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터널이 있었다. 제1 격납고와 제2 격납고를 잇는 통로였다.

    불빛이 찬란한 터널 입구에 들어가 보니 프로펠러 엔진 소리가 들렸는데 걷다 보니 어느 순간 터널을 나올 때쯤에는 제트엔진 음으로 바뀌어 있었다. 제1 격납고가 초창기 프로펠러 엔진 비행기 시대를 보여줬다면 제2 격납고는 새로운 제트기 시대를 테마로 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재미있는 표현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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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 격납고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델타 정신(The Spirit of Delta)'이란 명칭을 부여받은 B767 실물 기체다. 박물관의 가이드인 슬라이 씨에 따르면, 델타항공이라는 회사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비행기라고 했다. 한때 회사가 어려울 때 보여준 직원에 대한 배려와 리더십 등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전 직원, 퇴직자 등이 돈을 모아 비행기를 사다 회사에 헌납했는데 그 비행기가 바로 이곳에 있는 '델타 정신'이라고.

    탑승교를 따라 내부를 들어가 보니 지금 당장이라도 비행기가 움직일 듯 잘 보존돼 있었다. 비행기 앞부분은 조종실부터 객실, 갤리, 좌석까지 예전 운항할 당시 모습 그대로 였고 뒷부분은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옛날 비행기라 나는 조금은 케케한 냄새가 마치 옛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해놓은 특수 효과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실물 비행기를 그것도 직접 타보고 만져보는 체험이 박물관의 제맛이 아닌가 싶다. 본래 이 박물관 및 전시물들은 항공사의 내부 컬렉션 용도었으나 인기가 있자 2014년 6월부터 일반에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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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무원의 유니폼과 휴대물품, 티켓 예약 시스템 등의 변천사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비행기도 얼핏 같은 모양 같지만 엔진에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예를 들면 같은 제트 엔진이라도 초창기 터보제트 엔진과 현재의 터보팬 엔진은 모양과 길이가 다르다. 이런 것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도록 나란히 진열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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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쪽에는 비행 시뮬레이터도 있다. 보잉 737 기종 시뮬레이터로(물론 현역에서 은퇴한 구형 기종) 실제 조종사가 되어 볼 수도 있다. 실제 비행기 운항과 동일하게 전 구간을 시뮬레이터로 조종해볼 수 있는 비행을 하는 것이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이 나눠서 이용할 수 있기에 인기가 많다고 한다. 조종사 지망생은 한 번 도전해 봄직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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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인 전시관 밖으로 나왔다. 전시물은 외부에도 있었다. 야외 전시물은 넓은 주차장 한켠에 있었는데, 한때 델타의 주력 기종이었던 B767, B747, DC-9-50 같은 비행기들이 마치 공항에 주기돼 있듯이 있다.

    특히 B747은 내부에 들어갈 수 있게 특별 개조되었고 특정한 시간대에는 가이드 투어도 할 수 있다. 기체 1,2층 앞부분은 운항 당시의 조종석, 1등석, 비즈니스석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고, 중후반부 동체는 모든 시트를 들어내고 일종의 전시장처럼 꾸몄다. B747 점보기가 큰 비행기라는 것은 새삼스러울 게 없는 얘기지만 시트 없는 내부는 처음 봤다. 비행기 내부가 아니라 무슨 건물 내부처럼 느껴졌다.


    어찌 보면 이곳은 일개 항공사의 박물관일 뿐이다. 하지만 델타항공은 현재 미국에서 운영되는 항공사 중에는 가장 오래되고 또 규모가 큰 항공사다. 이점을 감안하면 미국 또는 세계 항공, 특히 여객기 서비스의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박물관을 가기 위해 일부러 애틀랜타를 갈 수는 없지만 애틀랜타를 가거나 경유해서 어딘가를 여행한다면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다.

     

    [Information]

    델타 플라이트 뮤지엄 (Delta Flight Museum]
    입장료: 18세 이상 성인 $15.00 / 65세 이상 $12.50 / 5~17세 이하 $10.00  / 4세 이하 무료 
    주차: 무료

    웹사이트: www.deltamuseum.org
    주소: 1060 Delta Boulevard, Building B, Department 914, Atlanta, GA 30354
    전화번호: (404) 715 7886 
    개장시간:
    월, 화, 목, 금, 토 10:00~16:30
    수 휴무
    일 12:00~16:30
    외부 전시물 747 Experience 12:00~16:00 (목~화)

     

    테라노바

    낯선 환경과 문화에 던져지는 것을 즐기는 어드벤처 여행가. 육/해/공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골고루 즐기며 이를 통한 에피소드와 여행 정보를 다양한 매체에 기고 중이다. 여행 매거진 트래비의 객원 기자, 월간항공의 에디터, 일본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의 웹진 @DIME 에디터 등으로 활동 중이다. instagram.com/oxenho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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