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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 항공사 승무원이 타 본 라오항공

    밤비행이 좋아 밤비행이 좋아 2019.11.21

    카테고리

    동남아, 기타, Tip, 항공/선박

     라오 항공 체험기 
    [남들은 관심없을 카트 속이 궁금하다]


    누구에게나 직업병이란 게 있다. 종종 나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발동하는 데 퍽이나 난감하다. 승무원이 되어 처음으로 타 항공사를 이용하면서 왠지 모르게 들뜨면서도 어색했던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왠지 모르게 다른 회사를 염탐하는 기분?

    '라오 항공은 어떤 서비스를 할까? 승무원들은 어떨까? 기내식은 어떻게 준비하지? 기내 방송은 누가 할까?" 그러니까 다른 승객들과는 다르게 기내식 메뉴나 제공되는 서비스 등 승객으로서 받는 건과는 하나도 상관없는 것들이 신경 쓰이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라오 항공을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로 알고 있다. 저렴한 가격 탓이다. 하지만 라오 항공은 라오스 국영 항공사로 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FSC(Full Service Carrier)다. 제공되는 서비스는 다를지 몰라도 국내 메이저 항공사처럼 기내식, 간식 등이 제공되는 라오스 최대 항공사인 셈이다.


    20191026_154614_34129916.jpg:: 라오 항공 국제선(인천 - 비엔티안 노선)

    솔직히 라오항공 처음 들어봤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고 궁금했다. LCC 가격으로 누리는 FSC라니! 비행기에 연결된 에로브릿지(Aerobridge)를 지나 라오 항공의 에어버스320(Abirbus320)에 들어선 순간 눈이 부신 파란 유니폼을 갖춰 입은 환한 미소의 승무원들이 맞아 주었다. '안녕하세요!' 한국말이었다. 두 손을 모은 라오스식 인사에 한국어 인사라니! 알고 보니 인천 - 비엔티안 노선에선 한국 승객들을 배려하여 항상 한국인 승무원이 탑승한다고 한다. 놀라웠다.

    외국계 FSC 항공사의 경우 인천 노선은 대부분 보잉이나 좀 더 큰 기종의 에어버스를 띄우기 때문에 종종 한국 국적의 승무원이 탑승하지만 항상은 아니다. (유럽 항공사 제외) 국적기가 아닌 비행에 언어가 통하는 승무원이 있다는 사실에 한국 승객들이 느끼는 안정감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에 최대 6명이 탑승하는 본 기종에 한국인 승무원을 포함하는 라오 항공의 배려가 참 고마웠다.

    라오항공의 인천-비엔티안 노선은 에어버스 320으로 운행된다. 통로 하나를 중심으로 3열씩 좌석이 배치되어 있고 약 120명이 탑승할 수 있다. 5시간이라는 비행 시간에 비해 작은 기종이지만 작은 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넓은 좌석과 깨끗한 기내에 더 이상 기종은 중요하지 않았다. 시작이 좋으니 기대감은 점점 높아만졌다.

    20191030_001444_80309291.jpg:: 라오 항공의 넓고 쾌적한 좌석

    20191026_143136_49073732.jpg:: 머리에 꽂은 라오스의 국화 참파꽃이 참 예뻤다

    기내식은 과연 어떨까?

    기내식은 모든 항공사의 메인 서비스다. 보통 대부분 국적기나 메이저 항공사는 이륙 후 30분 이내에 기내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각 항공사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메인 서비스로 시간이 꽤 걸린다. 왜 이렇게 늦게 시작하는 거냐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많은데 30분도 굉장히 빠른 편에 속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현지에서 냉동 상태로 실리는 기내식은 갤리에 있는 오븐을 사용해 10-20분 정도 데펴야 한다. 무엇보다 이륙과 착륙 시에는 조종실을 제외한 모든 구역의 전력 사용을 최소화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이륙 후에야 오븐을 사용할 수 있다. 종종 이륙 전 충전기 혹은 USB를 빼야 하는 경우도 이 때문이다. 

    탑승이 마감되고 단 몇 분의 지연도 없이 정시 출발한 라오 항공의 A320은 모든 게 순조로워 보였다.

    Untitled_70887982.png:: 갤리가 궁금했다

    탑승하자마자 갤리로 눈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미리 카트를 준비해야 이륙하자마자 빠르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라오 항공 승무원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카트 위에는 뭐가 있는지 궁금했다. 이륙 후 몇 분이 지났을까? 음료만 실은 카트가 먼저 나와 물, 주스, 탄산음료, 맥주 등을 제공했고 뒤따라 기내식 카트가 따라 나왔다. 각각 1개의 카트로 기내 전체를 서비스한다는 게 놀라웠다.

    굉장히 빠른 속도에 두 번 놀랐다. 보통 맨 앞에서부터 제공되기 때문에 맨 뒷 줄 손님은 상당히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한다. 게다가 기내식을 받았을 때 식어있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에 2개 이상의 기내식 카트가 사용되곤 한다. 하지만 맨 뒷자리였던 나에게도 따뜻한 기내식이 빠르게 제공되었다. 효율적이었다. (잠시나마 이직을 고민해봤다…)

    다만 사전에 메뉴 공지가 없어 기내식의 종류를 알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메뉴는 국수 종류와 닭 요리 2종류였다. 메인 캐서롤(casserole)을 제외하곤 한국식 디저트가 실리는 것도 신선했다. 한국 승객들을 배려한 서비스이리라.

    *갤리: 비행기의 맨 뒷쪽 혹은 중간에 위치한 부엌과 같은 곳. 서비스를 위한 모든 준비가 이뤄지는 곳
    *카트: 카트 안에는 기내식이 담긴 트레이가, 위에는 음료 서비스를 위한 용품이 세팅됨
    *캐서롤: 기내식에 제공되는 도시락

    20191026_112048_52030966.jpg:: 아침으로 제공된 한국식 닭요리

    20191026_142421_88081798.jpg:: 중간에 간식으로 제공된 삼각김밥

    기내식과 함께 라오비어(맥주)를 한잔하고 나도 모르게 노곤해지면서 잠이 들었다. 잠깐 졸다 눈을 떴는데 펼쳐 놓은 트레이에 물병이 놓여 있었다. 이어서 삼각김밥이 간식으로 제공되었다. 솔직히 놀랐다. 5시간밖에 안되는 비행시간 동안 메인 식사와 물병, 간식까지 제공된다니! FSC는 역시 다르구나. 보통 비행시간에 따라 제공되는 서비스 내용과 순서가 달라지는 데 라오 항공의 서비스는 별을 몇 개씩 단 해외 유명 항공사와 비교해도 지지 않을 내용이었다.

    20191026_161021_56020206.jpg::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 공항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 공항에 도착하여 라오 항공의 국내선을 타고 팍세 공항까지 1시간 30분 정도 날아갔다. 거의 이륙하자마자 착륙하는 수준의 짧은 비행에서조차 바나나칩과 물병이 제공되었다.

    엔진이 아닌 프로펠러로 돌아가는 작은 비행기가 불안해 긴장했다가 과일 칩의 달콤함에 취해 전부 잊어버렸다. 왜냐하면 이건 그냥 말린 과일 봉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파인애플, 바나나, 고구마, 감자 등이 한데 뒤섞여 있는 바삭한 과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정말 맛있게 먹는 게 보였는지 내 옆자리 신사분이 본인 것을 먹지 않고 나에게 건네주었다. 라오스어로 뭐라고 하셨는데 아마 '라오스에 어서 와요' 가 아니었을까 혼자 지레짐작해본다.

    결국 말린 과일에 반해버린 우리 일행은 라오 항공 사무실에 방문했을 때 국내선에서 받았던 그 과일 칩을 어디서 살 수 있냐고 열정적으로 물어보기에 이르렀고 근처 슈퍼에서 살 수 있다는 담당자분의 친절한 설명에 버스를 타고 슈퍼로 이동했었다. 혹시라도 근처 슈퍼에 갈 여유가 없다면 걱정하지 말자. 비엔티안 공항 면세점에 판매하고 있다. 맥주 안주용으로 지인 선물용으로 여러 봉지 쟁여왔다.

    20191026_162016_63232051.jpg:: 일행 모두가 열광한 말린 과일 칩

    오랜만에 타 항공사를 이용해 색다른 경험을 했다. 쓸데없는 직업병이 발동해 내가 과연 승객이었나 숨은 평가단이었나 헷갈리지만 라오 항공은 LCC가 언급되어서는 안 되는 항공사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낮은 가격이라도 말이다. 하도 LCC 가격이라고 홍보를 하길래 LCC인 줄 알고 탑승했다가 기내식이 나오고, 무한으로 맥주가 제공된다길래 놀랐다.

    다시 이용할 의향이 있냐고 물으신다면 당연히 YES! 이번에 다시 한번 국내선을 타게 되면 반드시 말린 과일 칩을 한 봉지 더 줄 수 있냐고 물어볼 것이다!

    밤비행이 좋아

    내 인생은 하나의 움직이는 축제에요.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걸 글로 옮겨요. brunch.co.kr/@avecr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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