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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무스, 고즈넉한 티벳인의 안식처

    이교 이교 2011.10.14

    랑무스(浪木寺)는 중국 간쑤성과 쓰촨성의 경계를 품고 있는 인근 티벳불교의 성지입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 신비하고 고요한 마을은 사원의 이름을 따라 그대로 랑무스라 불리고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제가 겟어바웃에 처음 올렸던 쇄불절 관련글에도 등장했던 사진입니다. 이제서야 랑무스에 대해서 쓰게 된건  게으른 탓도 있지만 저 같은 한량이 숭고한 티벳인들의 삶에 대해 함부로 다뤄도 될까 하는 일말의 양심 때문이었습니다.

    '티벳'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티벳인의 영적 안식처인 포탈라궁이나 조캉사원, 그리고 하늘에 맞닿은 암드록쵸나 남쵸 등 신성한 호수를 그리며 여행을 꿈꿉니다. 최근엔 '차마고도' 등 다큐멘터리를 통해 오체투지나 조장 같은 티벳인의 삶에 대한 관심도도 부쩍 높아져, 그들의 삶을 엿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라싸와 제 2의 도시 '시가체'가 칭짱 철도와 항공으로 연결되면서 급속히 한족화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삶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중국 정부와 인민해방군에 의해 영혼을 잃어가는 관광지가 된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분들도 적지 않고요.

    최근엔 역설적으로 중국 정부의 장기인 '도로 건설'로 '암도티벳'으로 불렸던 칭하이성이나 간쑤성 일대 티벳 오지마을들을 여행허가서나 차량을 임대하지 않고도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지역들이 티벳인의 삶을 온전하게 살필 수 있는 숨겨진 보석으로 각광 받기 시작한 것은 물론이고요. 그래서 겟어바웃 독자 여러분께도 조심스럽게 랑무스와 변방의 티벳인의 삶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 동틀녘의 운무가 장관인 랑무스

    랑무스는 해발 3350m 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통 3000m 이상에서도 고산병이 나타나는데 체격이나 체력에 상관없이 복불복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첫날엔 무조건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히말라야와 파미르고원을 다녀봤기에 방심하고 첫날부터 뛰어다니다가 거의 이틀을 죽다 살아났습니다. 고산병은 걸려 본 사람만 압니다 :)

    # 간쑤성쪽 사원입구

    # 쓰촨성쪽 사원입구

    마을 사이로 흐르는 백룡강은 쉽게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위압적이지 않지만, 간쑤성과 쓰촨성 성 단위 행정구역을 단숨에 나누어 버립니다. 동틀녘의 운무가 매력적인 이 소박한 강을 사이로 사원의 모습들도 차이가 있습니다. 간쑤성쪽이 좀 더 치장한 모습으로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쓰촨성쪽은 소탈한 모습으로 그 곳에 거주하는 라마승들의 수가 많습니다.    

      마을을 휘감아도는 운무는 간쑤성쪽의 사원에서 볼때 더욱 장관입니다. 이 운무를 따라 사람들은 하나둘 사원으로 모여듭니다. 예전 쇄불절관련글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티벳인들의 삶은 종교생활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고즈넉한 마을에서도 어김없이 코라(사원돌기)와 마니차(법륜돌리기) 그리고 오체투지의 행렬은 이어집니다.    

    간쑤성의 사원에서 자연이 만들어내는 신비한 분위기의 운무를 볼 수 있다면 쓰촨성쪽 사원에서는 경건한 분위기에서  라마승들에 의해 펼쳐지는 기품이 느껴지는 승무를 볼 수 있습니다. 경건한 의식이 끝나면 동자승들은 영락없는 아이들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 * * * *

    "왜 여행을 하는가? " 라는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하고, 스스로에게 자주 묻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어렴풋이 떠올랐던 답은 '사람' 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여행에서 사람과의 만남은 항상 설렘을 선사하고, 많은 추억들을 안겨 줍니다. 때론 타인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성찰의 기회를 갖기도 하죠. 예의를 갖추느라 카메라에 담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처음으로 조장의식을 보았고 이때의 경험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신의 존재에 대해 스티븐 호킹이나 리처드 도킨스의 의견을 지지하는데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어차피 썩을 몸, 더 늙기 전에 실컷 놀자고 쉽게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때 조장의 과정을 지켜보며 신의 존재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하고 부정하는것과는 별개로 삶과 죽음의 숭고함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같은 아픔을 겪은 먼 이웃으로서 그들이 겪는 고통에 조금이나마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여행 중 티벳의 내일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 대륙의 1/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목재와 우라늄광산 등 풍부한 자원이 숨겨져 있는 곳이라, 당분간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은 요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티벳인들은 신앙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지몽매한 민중을 해방한다는 이유로 중국은 티벳을 침공했지만, 그럴수록 티벳인들의 신앙심은 깊어져 갔죠.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은 고행이 험하면 험할수록 자신들이 죄가 씻겨지고, 다음 생에서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앙심으로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곤 합니다. 어떤 강력한 존재도, 이들의 숭고한 신앙심 앞에서는 그저 무의미할 뿐입니다.    

    그들은 지금도 매일 기원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이 잃어버린 나라인지, 절대자인 달라이라마를 향한것인지,

    아니면 다음생에서의 자신의 행복과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건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한때 스쳐 지나갔던 게으른 여행자일 뿐이지만

    냉엄하기만 현실 속에서 그들의 염원이 조금이나마 하늘에 닿기를 기원해봅니다.

    이교

    유쾌하고도 진중한 여행을 꿈꾸는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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