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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아오모리 코케시관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를 떠올리다!

    ytzsche ytzsche 2011.09.06

    카테고리

    일본, 기타, 예술/문화

     

     


     


     

     

    아오모리현은 일본 본주의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다. 

    겨울에는 눈이 6~7미터씩 쌓인다 할 만큼 다설 지역이라 한다.

     

    아오모리와 인근 히로사키 지역을 통틀어 쯔가루 지역이라 부른다는데,

    이 지역에 전승되고 있는 공예품을 구경하러 쯔가루 전승공예관에 들렀을 때,

    인형 하나하나에도 그런 지역적 특성이 여기저기 배어있다는 게 느껴졌다.

     

    예컨대 저렇게 털이 북실북실한 달마인형과

    따뜻한 등불이 맞이하는 전승공예관 입구!

     

     

     

     

     

    이 지역에는 과거에 사용했던 생활용품들도 일부 전시되어 있었는데,

    나막신 앞부분을 털가죽으로 덮어 발을 따뜻하게 하는 보온 장치가 눈에 띄었다.

     

    물론 발바닥이나 발가락 사이는 여전히 차갑고 시리지 않으려나 싶은데,

    예전에 게다를 신고 하코네 동네 한바퀴를 돌았을 때

    발가락이 찢어지는 줄 알았던 기억도 떠오르며 웃음이 난다.

     

     

     

     

     

    코케시관 입구. 네부타를 만들듯 철사로 이어만든 뼈대에

    일본 전통종이인 화지를 이어 붙여 색칠한  코케시 인형 등이 환히 밝혀져 있었다.

    옆의 포스터도 그렇고 등인형도 그렇고 눈매나 표정이 참 귀엽다.

     

     

     

     

     

     

     

    '쯔가루 코케시관' 이라 적혀있는 푸른색 현수막 앞으로

    셀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나무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얼핏 보기엔 다 비슷해 보이지만 일본 동북부의 각 지역에 따라

    나름의 특색과 차별성이 존재하는 듯,

     

    지도와 함께 몇몇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었는데,

    온통 일본어라 봐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치명적인 까막눈인지라.

     

     

     

     

     

     

    코케시란?

     

     

    코케시관에서는 쯔가루계 코케시를 비롯하여

    전국 11계통 3,000점의 코케시를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애초 코케시는 일본 본주 동북지방의 독특한 어린이용 완구로서

    1850년 경 부터 제작되었는데 1900년 경 부터는

    어른들의 감상용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렇게 따지면 생각보다 역사가 오랜 공예품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과 소박한 색채감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코케시 인형은 나무를 저렇게 깨끗하게 손질해서

    일정 크기로 거칠게나마 다듬어놓는 목재를 사용해 제작된다.

     

    코케시관 한쪽에 재연된 공방 풍경을 보면,

    굳이 일본어 설명을 읽지 못하더라도

    아, 이렇게 인형이 만들어지는구나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렇게 나무를 세밀하게 다듬어 목각 인형의 형체를 만든다.

    (멋지게 담배를 물고선 한껏 집중해 붓질을 슥슥 하는 장인의 손길!)

     

    이 장인의 손길이나 눈길에 서린 포스가 대단하다.

    2D 사진으로 보는 것 뿐인데도 왠지 보고 있는 나 역시 호흡을 잠시 멈추고

    붓이 삐뚤어질세라 손길이 흐트러질세라 가만히 지켜보게 되는 거다. 그야말로 장인의 풍모랄까,

     

     

     

     

     

     

    눈이 많은 쓰가루의 풍토가 낳은 쯔가루 목각인형은

    넓은 옷자락과 풍성한 가슴 등의 형상이 그 특징이라 한다.

     

    그리고 그런 쯔가루 지방 인형들이 갖는 공통점에 더해,

    다양한 변주를 가하고 눈코입의 위치나 모양새로

    지역 별로 인형에 확 달라진 뉘앙스를 싣는 건 온전히 장인의 몫이다. 

     

     

     

     

     

    마치 체스판의 폰(PAWN)을 닮은 목각인형의 형체는 그대로 두되

    그걸 하얀 도화지 삼아 전혀 새로운 색깔을 입히고 금박을 붙인

    천으로 만든 옷을 덧입히는 등 수많은 변주들도 눈에 띈다.

     

    전통을 그대로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유롭다 못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새롭게 해석해낸 인형들이 신선한 느낌을 주었지만,

    사실 '전통 코케시 인형'이 주는 소박하면서도 고졸한 멋과 운치는 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코케시 인형들 옆에서 발견한,

    왠지 낯익은 이 녀석들!

    어디서 봤나 했더니...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왔던 머리들이다!!!

     

    몸통은 없고 커다랗고 퉁퉁한 머리에

    툭 튀어나온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똑같다!

    (아마 그는 이 인형들에서 힌트를 얻었던 건 아닐까?)

     

    참고로 이 인형들은 달마 대사의 얼굴을

    목각 인형에 담아낸 것들이라 한다.

     

     

     

     

     

    실제 미야자키 하야오가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

    작품 속에서 이리저리 뒹굴거리는 머리 인형 세 개를 넣었는진 모르겠지만,

     

    눈 내리는 긴긴 밤에, 이 지역 아기들이 이 인형들을 갖고 노는 방식이  딱 그렇지 않았을까 싶다.

    아기들이 사방으로 툭툭 치고 다니면, 인형들은 자기들끼리 부딪히고 여기저기 데굴거리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인형은 근엄하다 못해 살짝 멍청해보이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2층짜리 건물에 빽빽하게 전시되어 있는 코케시인형과 달마인형들을 구경하고 나서

    1층 기념품샵으로 내려가는 길에 계단을 내려오다 문득 눈을 들어보니

    천장에도 코케시인형 모양의 길다란 연이 하나 걸려 있었다.

     

    바람을 받고 날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인 형태라서,

    다시 보니 연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

     

     

     

     

     

    기념품샵에서 눈에 콕콕 박히던 이쁜 코케시인형들!

    생각보다 가격이 좀 센 편이어서 놀랐다.

     

    사이즈로 봤을 때 8촌 짜리 인형이 거의 5000엔에 육박하고 있었으니까,

    한국돈으로 따지면 거의 6-7만원 수준인 셈이다.

     

     

     

     

     

     

    그래서 눈을 돌렸던 건 부채!

     

    코케시 인형의 오묘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찡긋 웃는 듯한 눈매와

    장난스런 입매가 그대로 살아있어 요모조모 눈여겨보게 된다.

     

    게다가 그 트레이드마크 같은 단발머리를 그대로 살려서

    부채에 그려놓은 '코케시 스마일!' 부채였다.

     

     

     

     

     

     

    그리고 쯔가루 지방의 민속공예품 중 하나인, 마치 룰렛처럼 생긴 팽이!

    (아이들 장난감일 수도 있겠고 빠찡코를 즐기는 어른들의 장난감일 수도 있겠다.)

     

     다양한 모양으로 숫자판 위에서 뱅뱅 도는 팽이들이 신기해서

    계속 돌려보고 사진찍고, 돌려보고 사진찍고, 멈추기 전에 사진찍고.

     

     

     

     

     

    쯔가루 전승 공예관 입구에는 야외 천연온천족탕도 마련돼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따뜻한 온천물에 족욕도 즐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날씨가 너무 뜨겁지만 않으면, 그리고 일정에 여유만 있으면

    잠시 양말 벗고 앉아서 쉬는 것도 딱 좋겠다 싶었던 공간이었다.

    특히나 추운 날이나 눈이 오는 날이라면 더욱 멋질 듯.

     

     

     

    ytzsche

    내 꿈은 한량. 숫자놀이나 감투크기엔 별 관심없고 그냥 내 깊이와 넓이가 궁금할 뿐이다. 무겁지 않게 세련되고 발랄하게, 무엇보다 재미있게 춤추며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러면 안 되나. 내 꿈은 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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