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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이타닉처럼 가라앉진 않을까? 태풍 속 크루즈 대처법!

    그린데이 그린데이 2011.09.07

    카테고리

    중국, 상하이, 항공/선박




    임신 6개월,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주위의 반응이 둘로 나뉜다.


    1) "크루즈? 영화에 나오는 그 호화 크루즈? 오~ 부러워!" 

    2) "태풍 온다는데, 괜찮은거야? 임산부가 애도 데리고... 위험하지 않아?"



    우리가 상상하는 크루즈 여행의 이미지는 대표적으로 이렇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호화로운 파티', 다른 하나는 어처구니없게도 '침몰'. 이 상반되는 이미지는 아마 영화 '타이타닉'에서부터 비롯됐지 싶다.


    영화가 개봉한 게 1998년이니 벌써 10여 년 전, 그때만 해도 국내에 크루즈 여행을 하는 사람이 드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배, 1등실과 3등실로 표현되는 신분차이, 애절한 로맨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했던 악사들의 연주는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크루즈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침몰하지 않을꺼라던 타이타닉은 결국 빙하에 부딪혀 비운의 운명을 맞이했다.

    태풍이 온다는데, 정말 난 떠나도 되는 걸까?

     







    출항 4일째. 밤새 심상치 않은 배의 움직임에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났다. 창밖으론 눈에 띄게 거칠어진 파도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3층 높이의 선실을 때리고 있었고, 흐린 날씨 때문인지 더욱 색이 짙어진 바다는 무섭게만 보인다. 







    태풍 무이파의 경로를 피해 가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상에서의 일정을 하루 늘리고, 기항 예정이었던 가고시마를 들르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날아왔다. 태풍의 영향을 덜 받는 항로로 운항한다고는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4m가 넘는 파도와 싸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불안한 마음이 커진다.





    태풍 속 크루즈 대처법 1. 항로 변경


    바다를 항해하는 크루즈 여행은 당연히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태풍의 영향이 없는 시기에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요즘은 위성을 통해 기상정보를 미리 알 수 있어 기상재해에도 대비할 수 있다. 태풍 예보가 있을 때는 항로를 변경해 태풍의 영향이 없거나 덜 미치는 기항지로 운항한다. 태풍이 지속될 경우에는 안전을 고려해 기항지 변경 뿐 아니라 일정을 축소하거나 비행기처럼 일정 자체를 취소하는 예도 있다.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에는 각 선사의 보상정책에 따라 보상받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







    상황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어 오픈데크로 나가려고 했지만, 밖으로 통하는 출입문이 모두 폐쇄됐다. 더불어 선내에 6개의 엘리베이터 중 11층까지 운행하는 두 개의 엘리베이터도 운행이 중지된 상태.








     

    어제만 해도 해수로 채워져있던 수영장에는 물 대신 그물망이 쳐 있고,

    수영장 주변의 썬배드는 차곡차곡 쌓아 묶어 놓았다.

     







     

    오픈데크 너머로 보이는 을씨년스런 바다의 모습

     

     




    태풍 속 크루즈 대처법 2. 오픈 데크 폐쇄

     

    비바람이 불거나 오픈데크의 바닥을 청소하는 날이면 승객의 안전을 위해 데크의 일부 또는 전체를 폐쇄하기도 한다. 엘리베이터도 날씨 때문에 정전이 되면 멈출 수 있기 때문에 잠시 사용을 금지할 수 있다. 이럴 때 승객들은 운행하는 다른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선박이 흔들리면 선내 이동시에는 복도에 설치된 안전바를 꼭 잡아야 한다.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흔들리는 배에서 살짝 어지러움을 느낀 난 창가에 앉았다. 

     








    중앙 홀 분위기. 파도에 배가 흔들리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행동에 크게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은 아니다. 야외 프로그램을 제외한 선장주최 환영행사 등 거의 모든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저녁에 대극장에서 열리는 쇼도 격한 댄스나 서커스를 제외한 연주와 노래가 차질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계단에는 혹시 모를 멀미하는 승객을 위한 오바이트 봉투가 설치되었고, 객실담당 선원들은 선실 내의 자잘한 물건들은 모두 캐비넷이나 서랍 속에 넣느라 분주했다.





    태풍 속 크루즈 대처법 3. 멀미가 날 때는 선미로

     

    웬만한 축구장 크기보다 큰 초대형 크루즈는 태풍과 맞서도 크게 흔들림이 없다. 하지만 배멀미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이나 예민한 여행자라면 멀미가 날 때 배의 후미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보자. 선박은 무게 중심이 뒤편에 있어 선수보다는 선미가 덜 흔들린다고 한다. 크루즈 선실을 예약할 때 선미 쪽 객실을 고르는 것도 좋겠다. 배에는 무료 멀미약이 상비되어 있지만 탑승 전에 자신에게 잘 맞는 멀미약을 하나쯤 준비하자.




     





    문득 눈에 띄는 작은 배. 크루즈에 비하면 1/10 크기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구명정이지만 무려 150명이나 태울 수 있다고 한다. 비상시에는 크레인으로 구명정을 내리고 탑승전 안내받은 안전구역에 모여 차례로 탑승한다.   




    태풍 속 크루즈 대처법 4. 비상시 대피요령

     

    객실에는 승객을 위한 구명조끼가 비치되어 있으며 승선 첫날 안전훈련 및 구명조끼 착용법에 대한 교육이 있다. 어린이용  구명조끼는 안내데스크에 문의하면 가져다준다. 만 12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승선 안전교육시 나이별 손목밴드를 받게 된다. 손목밴드의 색상과 쓰여있는 번호는 실제 응급상황이 발생했을때 크루즈내 어린이 담당자가 이들을 인솔해 먼저 안전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 표식이 된다. 비상시 우리 아이를 가장 빠리 찾을 수 있는 표식이기도 하다. 손목밴드는 부산 탑승시부터 다시 부산에 내릴 때까지 절대 빼면 안 된다. (실제로 가위로 끊지 않으면 빠지지 않게 되어있다)







     

     

    비상시 아이가 가야할 곳은 Deck 9. 만 3세 아이들은 노란색 손목밴드를 차게된다. 

     

     

      

     

     

    태풍이 지나간 후 안개에 휩싸인 바다

     



    막상 선상에서 직접 태풍을 마주하니 두려운 마음이 크다. 하지만 영화에서처럼 크루즈가 침몰하는 것은 현대에는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요즘은 위성이 있어 태풍이나 기상재해를 사전에 예측할 수 있고, 만약 타이타닉처럼 배에 구멍이 나더라도 수시간 내에는 절대 가라앉지 않게 세밀하게 블럭을 나눠 설계가 되어 있다고 한다.


    또 일반 건물보다 더 세심하게 연기 감지장치가 되고, 스프링쿨러 등의 시설이 되어 있다고. 혹시 모를 문제가 발생해도 주변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실제 타이타닉이 가라앉는 동안에 주변을 지나는 여러 척의 배에게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 자국 선박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냥 지나쳐 갔다고 한다)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것 같다. 사실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빙산과의 충돌 때문이라기보다는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 거라는 승무원들의 태도와 안일한 대처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객실 창가 자리.

     


    즐거운 여행길에 태풍을 만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경험해본 바 설사 태풍을 만난다고 해도 크루즈 내에는 다양한 안전시설과 시스템, 그리고 만약의 사고를 대비해 훈련된 승무원과 오랜 경험으로 인한 노하우가 있으니 그들이 안내하는 대로 따르면 제아무리 거센 태풍이 오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태풍으로 인해 기항지 한 곳이 취소되고, 선상 일정이 하루 늘었음을 알리는 안내문을 공유해본다. 비록 태풍으로 여행일정이 바뀌었다는 안타까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마지막에 '여러분의 즐겁고 편안한 휴가를 맑은 하늘 아래, 잔잔한 바다 위에서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문구가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한다. (영화 속 마지막까지 연주를 계속하던 악사들의 진심이 느껴지더란...)


    한중일 크루즈에서는 특이사항이 생길때마다 이렇게 친절하게 한글로 프린트한 안내문을 객실로 배달해 주는데 승객이 무엇을 걱정하고 원하는지 세심하게 살피며 대화하려는 모습이 참 만족스러웠던 여행이었다.



     

    덧) 세상에 이런 일이~! 타이타닉호 침몰 100주년 기념행사 

     

    내년이면 타이타닉이 침몰한 지 100년이 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침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타이타닉이 친몰한 1912년 4월 15일에 날 태어난 100세 노인을 대상으로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한다. 행사에는 당시 타이타닉에 승선했던 승객과 승무원의 후손들이 참석할 예정이며 침몰 전날인 4월 14일 1등 선실에 제공되었던 음식과 식기가 그대로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관련 기사: “타이타닉 침몰한 날 태어난 어르신 찾습니다”)


    타이타닉 메모리얼 크루즈 상품도 나왔다고 한다. 이 크루즈는 총 12일간 영국에서 출발해 대서양과 뉴욕으로 타이타닉이 운항한 여정을 그대로 재현한다. 총 3,000유로(약 450만 원)의 운임에도 상품은 이미 매진이라는. 승객 역시 타이타닉호와 같은 1,309명인데, 예약자 가운데에는 침몰로 숨진 희생자의 후손도 30명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타이타닉호 100주년 추모 유람선 매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100주년에 맞춰 3D 버전의 타이타닉을 2012년 봄에 개봉한다고 한다.



    그린데이

    뜻밖의 멋진 풍경, 알 수 없는 만남과 헤어짐, 다양한 사람들의 천차만별 삶의 방식, 해변의 석양과 맥주 한 병을 사랑하는 낭만 여행가. 10년간 IT기업 홍보팀에서 웹과 소셜미디어 관련 일을 했으며 현재는 여행 블로거로 '그린데이 온더로드'(greendayslog.com/ 2011, 2012 티스토리 여행분야 우수 블로그) 및 각종 매체에 감성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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