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겨울,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겨울 트레킹을 떠나보자!
겨울의 낭만을 느끼기에 이 계절은 생각보다 길지 않더라.
새해가 밝았다. 한 해의 시작과 함께 새로운 목표들을 세우고 각종 신년회 등 행사로 분주한 1월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이 계절, 겨울이 되면 달력의 나머지 빈칸 어딘가에 억지스럽게 욱여넣더라도 '겨울여행'이라는 네 글자는 꼭 써넣고 싶어진다. 겨울의 낭만을 느끼기에 이 계절은 생각보다 그렇게 길지 않기 때문에 서둘러 준비해야만 한다.
겨울, 어렵지 않게 눈 덮인 설산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디?
해발 1,572m의 함백산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꼽히는 곳
우리나라에서 추운 겨울 눈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준비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역시 강원도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처럼 강원도 어디를 향해도 굽이굽이 높은 산들이 저 마다의 매력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그 높은 산세만큼이나 정상을 정복한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오늘은 준비했다. 추운 겨울에도 그리 오래 걷지 않고 빼어난 설경을 만날 수 있는 곳. 바로 함백산 트레킹 코스다.
정상석에 버젓이 1,572m라고 쓰여 있는데 오래 걷지 않아도 된다니. 의아하겠지만 사실이다. 함백산은 그 높이로 보자면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높은 산이 맞다. 하지만 차를 타고 만항재(해발 1,300m) 쉼터까지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 트레킹을 하는 높이로는 약 300m가 채 되지 않는다. 만항재 쉼터에 주차를 하고 트레킹을 시작하면 어렵지 않게 함백산 정상까지 1시간 15분 정도면 도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1시간이 넘는 트레킹조차도 걷기 싫어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또 준비했다. 사실 함백산 정상에는 방송국 송신소 시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때문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차를 타고 거의 정상까지 이동이 가능했지만, 현재는 차량 출입이 통제되었다. 하여 만항재 쉼터에서 차를 타고 송신소 입구 통제선까지 찾아간다면 트레킹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아이와 함께 걸어도 40분이면 함백산 정상에 도착!
TIP. 가장 짧은 함백산 트레킹 코스 가는 법 1. 만항재 쉼터에서 고한, 사북 방면으로 내리막 진입 |
추위를 이기는 겨울 트레킹의 낭만이란 이런 것
아무도 걷지 않은 소복이 쌓인 눈 덮인 길 걸어보기
겨울 트레킹의 묘미라면 당연히 새하얀 눈길을 걷는 것이다. 온 세상이 하얀 눈으로 뒤 덥혀 온갖 어지럽고 복잡한 것들이 모두 순백색의 순수한 모습으로 변해 있다. 뽀득뽀득 소리를 내며 그 길을 걷는 즐거움이란. 그것도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이라면 더욱 그 즐거움은 배가 된다. 그뿐만 아니라 눈길을 걷다 보면 한해 두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잊혀진 감성과 어린 날의 순수했던 추억들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이런 낭만적인 겨울 트레킹에서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라면 겨울 왕국에서 만난 눈으로 한껏 들뜬 연인이나 가족들에게 군대에서 눈 치우던 동심파괴자 같은 소리를 자제해야 한다는 점과 꼭 필히 방한화를 착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직 산을 오르기도 전에 신발이 젖어 버리기라도 한다면 큰마음 먹고 떠난 겨울 산행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무리 가벼운 코스의 트레킹이라 하여도 겨울에는 채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
청명하고 건조한 날씨 속에 눈부신 햇살을 막아줄 선글라스와 장갑, 그리고 체온 유지를 도와주는 외투와 뜨끈한 보온병의 물 등도 필수다. 한걸음 두 걸음 산을 오르다 보면 꽁꽁 얼었던 몸에 열도 나기 때문에 트레킹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많이 가지고 오르는 편이 좋다. 기본적인 준비만 잘 갖춘다면 함백산의 낭만 트레킹 코스는 초심자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어 큰 걱정은 필요 없겠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아래에서부터 조금씩 산을 오를수록 함백산의 다양한 모습들도 볼 수 있게 된다. 아래에는 넓은 소나무 숲 사이로 펼쳐진 눈밭이 절경이었다면 그 길을 오를수록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강원도 정선이나 태백에 위치한 산들의 공통 점이라면 정상으로 오를수록 바위가 많고 큰 나무들이 별로 없다는 특징이 있다. 조금씩 광활한 산세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이제 곧 정상이다.
정상에서야 보이는 풍경들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서 볼 수 있는 곳
어느 순간 파란 하늘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이미 이 트레킹의 목적지인 함백산 정상이 그리 멀지 않다는 의미다. 조금은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며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두 다리는 아파지겠지만 이제부터는 여유를 가지고 즐길 차례다. 산을 오르는 길보다는 오히려 먼저 내려 쌓인 눈의 양이 적을 수도 있다. 나무그늘 하나 없는 양지바른 산 정상이기 때문인데 눈이 펑펑 내리는 날씨만 아니라면 특별히 아이젠을 낄 필요도 없다.
함백산 정상의 특징이라면 민둥산과 유사하게 나무가 없고 바위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꼭대기 위에는 뾰족하게 올려세운 돌탑이 하나 있는데 이곳을 대표하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이 돌탑과 함백산 정상임을 알리는 정상석 덕분에 나름 이곳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산을 즐겨 찾는 산악인은 물론이거니와 SNS 인증샷을 통해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선 곳'을 찾아 나선 이들의 인생 샷 포인트가 돼버렸다.
이렇게 산의 정상에 오르면 사뭇 다른 느낌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소소한 근심과 걱정들은 이미 산을 오르며 오롯이 정상을 향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인해 잊은지 오래. 땀 흘린 뒤에 보람을 찾듯이 정상에서 세상을 발아래로 내려다보면 포부도 커지는 느낌이다. 갑갑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깊은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 내쉬면, 그제서야 정상에서만 보이는 세상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게 된다.
눈에 꼭 담아야 할 함백산의 겨울
눈이 내린 바로 다음날이 피크
함백산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360도 파노라마 뷰는 누가 뭐래도 일품이다. 그것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으니 사실 이 계절, 겨울이 아니더래도 계절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 길은 끊이지 않는다. 봄에는 연분홍 철쭉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사방으로 푸른 녹음이 내려앉는다. 가을이면 알록달록 단풍과 낙엽으로 물들어 버리는 곳. 어느 계절 부족할게 없는 곳이지만 눈 내리는 겨울의 함백산은 모두에게 추천할 만하다.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지역이지만 진정한 설경을 맛보고 싶다면 눈이 펑펑 내린 바로 다음 날 산에 오르는 것을 추천한다. 함백산 정상의 눈은 아주 추운 영하의 날씨가 아니라면 강렬한 햇살로 인해 빨리 녹아 버리는 편이다. 때문에 눈 소식이 있다면 미리 방한화와 아이젠을 준비하고 하고 서둘러 함백산 겨울 트레킹을 떠나는 것이 좋다. 하늘과 맞닿은 눈과 구름 사이에서 천상에 올라온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참고로 최근 함백산 정상의 특징 있는 돌탑이나 방송국 송신소 시설 등이 알려지면서 한밤에 별 사진이나 일출, 일몰 등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야간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몇 해전 이곳은 태백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야간 산행은 원칙적으로 금지된 곳이다. 자연 훼손과 불미스러운 사고를 막기 위해 겨울 트레킹 준비 때부터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EPILOGUE...
겨울 트레킹 코스의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사실 깊은 고민에 빠졌다. 첫 번째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 중에도 걷는 건 1도 하기 싫어하는 여행러도 있다는 사실 때문이고, 두 번째는 이 계절이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도 강원도 정선과 태백이 맞닿아 있는 이곳은 꼭 한번 권해 보고 싶다. 이 겨울, 함백산 정상이 아니더라도 만항재 쉼터의 눈 길만이라도 꼭 걸어보시길...
공간디자이너 겸 여행사진가! 겟어바웃으로 인해 이제는 본업 보다도 프리랜서 여행사진가라는 타이틀이 익숙해진 지구별 여행자. instagram.com/601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