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한 장의 사진이었다.
엄청나게 높은 파도 위로 아슬아슬하게 흔들 다리를 통해 건너는 사람의 뒷모습. 내 생에 그렇게 역동적인 파도는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벌칙으로 이곳을 다녀간 사실을 알게 되었다. 족자카르타 여행 일정을 준비하면서 필수라기 보다는 '시간이 허락하면 가야지.'라는 생각이 더 컸던 곳이었다. 이유는 내가 이곳을 찾을 때만 해도 네이버 블로그 상의 띠망 비치를 다녀온 사람들의 글은 기껏해야 2~3개 정도였다. 그마저도 정보가 많이 담긴 글은 아니었다. 답은 현지에서 찾아야 했다.
막상 가보니 중국에서 인기있는 한국 예능 덕분에 중국인 여행객이 굉장히 많았고,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이거 하나 보려고 여기까지 가기엔 비용과 시간 대비 효율적이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아이와 나는 이곳을 상당히 좋게 기억한다. 띠망 비치는 거친 파도와 수동 목재 케이블이라는 볼거리 외에도 그곳을 가기 위해 지프차를 타고 험한 길을 머리 콩콩 엉덩이 콩콩 부딪쳐가며, 아직은 덜 알려진 마을을 찾아가는 재미를 선사했던 곳이다.
아이 사진 가득한 지극히 개인적인 여행기가 되겠지만 효율적이지 않아도 나처럼 사진 한 장에 꽃혔거나. 거칠고 높은 파도와 아슬아슬 수동 목재 케이블의 스릴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길 바란다.
띠망비치의 수동 목재 케이블은 랍스터 잡이 어부들이 저 건너편 섬으로 건너가 낚시를 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지금은 조금 더 시설을 좋게 만들어 관광객들의 용기를 시험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물론 지금도 낚시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이 작은 마을에 수동 목재 케이블카 하나로 관광 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느낌이다.
족자카르타에서 출발하는 투어 상품의 대부분은 여행자 거리라 불리는 소스로 위자얀 거리 에서 예약할 수 있다.
브로모-이젠 투어를 신청했던 곳에서 당일 즉흥적으로 가게 되었던 띠망비치. 띠망비치는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2-3시간을 꼬박 달려야 하는 비교적 거리가 꽤 있는 곳이라 투어 비용이 저렴하지는 않다. 우리는 프라이빗 투어로 기사포함 렌트카를 고용했는데 500.000루피아(각종 입장료는 별도)를 지불했다. 일행을 구해서 동행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근처에 위치한 고아삔둘 튜빙 체험과 함께 묶어 일일투어로 묶어서 다녀오는 걸 추천한다.
족자카르타 시내를 벗어나 언덕을 오르내리고 꽤나 오랜 시간을 달려 띠망비치로 향한다. 마침내 띠망비치가 가까워옴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분명 우리는 해변을 향해 가고 있는데 보이는 풍경은 산 마을 풍경이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건 토양이 매우 붉은 색을 띠고 있는 거였다. 마치 파인애플 농장의 그 붉은색이었다.
족자카르타에서 두 시간을 넘게 달려 도착한 한 마을. 기사는 도로변에 위치한 어떤 집 앞으로 안내한다. 여기서부터는 지프차를 타고 비치까지 이동해야 한단다.
지프차 이용 요금은 한대 당 350.000 루피아. 아까도 말했듯 일행을 구해서 방문하면 여러모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사실 이때까지만해도 이렇게 돈을 지불하고 왜 지프차를 타야 하는지 의문이 있었는데, 이내 수긍이 되고야 만다. 마을에서 비치까지 들어가는 길은 어머어마한 돌길을 달려야 하는데 와우 내 생애 이런 돌길은 처음 본다. 나름 어린 시절 시골 할머니 댁을 다녀본 지라 시골길 비포장도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긴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돌이 이렇게 촘촘히 박혀있는 도로는 처음 본다. 이곳은 돌이 가득한 산에 사람들이 정착하고 땅을 일구어 사는 곳이었다. 이렇게 척박한 땅을 일구어 마을을 이룬 사람들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이 길을 웬만한 신발은 버텨내기 힘들겠다는 생각과 여기서 넘어지면 아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프차 운전하는 청년은 꼬맹이 손님이 귀여운 듯 힐끗힐끗 반응을 계속 살폈다. 아이가 너무 움직이면 손으로 잡아주기도 하는 친절한 청년이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대부분 친절하고 언제든 기꺼이 도와주려 했다. 내가 인도네시아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착한 사람들이다.
그렇게 힘든 도로를 달려 도착한 띠망비치는 생각보다 관광지스러운 모습이었다. 많은 지프차들이 가득한 모습에 또 놀랐다. 알고 보니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티켓 부스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흔들 다리를 선택했다. 파도는 엄청났고 어떠한 안전장치도 되어있지 않다. 흔한 구명조끼도 준비해 와야 하는 곳이라. 직접 건너는 다리를 일단 먼저 경험해보고 원하면 수동 목재 케이블도 타보자는 생각이었다. 헌데 막상 가보니 수동 목재 케이블에 타는 시간은 30초 남짓. 굳이 수동 목재 케이블에 꼭 타야 한다는 생각으로 방문한게 아니라면 흔들 다리를 건너는 것도 괜찮다.
흔들 다리는 왼쪽, 수동 목재 케이블 타는 곳은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발아래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여기서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저 하얀 파도가 금세 나를 끌고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은 느낌!
옆을 바라보니 아슬아슬 수동 목재 곤돌라를 타고 건너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왔는데 땅이 엄청나게 거칠다. 마치 제주의 현무암 같은 느낌이다. 생각해보니 아까 지프차를 타고 달려왔던 길과도 비슷하다.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놓은 인증샷 장소에서 기념사진도 남겨본다.
파도가 어쩜 이렇게 역동적일 수 있을까. 활화산을 보며 자연이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띠망비치의 파도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다리를 건너와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바다와 수동 목재 케이블은 더욱 아찔하게 다가온다. 인도네시아의 바다는 정말이지 역동적이다 못해 사납다. 물론 지금은 이정도의 파도겠지만 태풍이라도 오면 어떤 모습일지 가늠이 안 가고 상상만으로도 무섭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만났던 강렬했던 선셋! 인도네시아의 자연은 정말이지 여행할 때마다 놀라움을 선사한다. 띠망비치는 족자카르타에서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역동적인 바다와 수동 목재 케이블, 흔들 다리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있는 스팟이었다. 조금 더 일찍 출발을 해서 근처의 볼만한 스팟들 까지 둘러보고 온다면 꽤 괜찮은 당일치기 코스가 될 것 같다.
아이와함께 여행하며 사진찍고 추억을 공유하고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