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입구에는 듬직한 모습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을 맞이하는 수문장이 서 있다. 수문장은 조선시대에 도성과 궁궐의 문을 지키던 책임자로 한양의 안위를 담당하는 수호신의 역할을 했다. 수문장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광화문을 여닫고 근무교대를 실시했다. 현재 한국문화재단에서는 과거 문헌을 바탕으로 경복궁 수문장의 교대의식을 재현해 선보이고 있다.

수문군이 든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오후 1시 50분, 광화문과 흥례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2시부터 시작되는 수문장 교대의식 때문이다. 여행객을 제지하는 차단 벨트가 설치되고 광화문 수문장 교대의식을 안내하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덩달아 관람객의 눈과 귀, 그리고 카메라를 든 손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원색의 복장과 구성진 연주 가락 덕분에 눈과 귀가 취타대에 집중된다.

'둥, 둥, 둥!' 교대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세 번의 북소리가 울린다. 곧 협생문에서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강렬한 대비를 이룬 복장을 한 취타대가 입장한다. 취타대는 불거나 치는 악기를 연주하는 대열을 말하는데 주로 임금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 등 나라의 큰 행사나 중요한 일에 등장하곤 한다. 취타대의 등장만으로도 수문장 교대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행사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취타대의 선두는 나발과 태평소 등 관악기가 차지한다. 이들이 멜로디를 만들고 뒤따라 오는 타악기 행렬이 박자를 맞춘다.

수문장을 선두로 한 교대 수문군이 취타대의 뒤를 이어 입장한다.

취타대에 이어 교대 수문군이 입장한다. 교대 수문군은 당직 수문군과 업무를 교대할 수문군이다. 위엄 있는 모습의 수문장을 선두로 하여 입장하고 정렬한다. 수문군은 깃발, 창, 방패 등 저마다 각기 다른 것을 들고 있다. 주로 창과 방패 등 무기가 많은데 자세히 보면 창의 모양도 다양하다. '좌로 가!', '제자리에 서!' 등 수문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따라 수문군 전체가 움직이고 교대를 위해 대열을 변경한다. 모든 절차는 일사분란하고 엄숙하게 진행된다.

교대 수문장과 당직 수문장이 광화문에서 마주한다.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고 수고에 감사를 표하는 건 아닐지.

오후 2시 10분, 드디어 광화문 앞에서 두 수문군이 마주한다. 교대 수문군이 광화문으로 이동하면 교대 수문장과 당직 수문장이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신분을 확인한다. 업무의 교대가 이루어지는 중요한 순간이다. 그뿐만 아니라 궁궐 더 나아가 나라를 지키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두 수문장이 서로에 대한 존중을 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의식은 당직 수문장은 교대 수문장의 안녕을 기원하고 교대 수문장은 당직 수문장의 수고에 감사를 표하기 위함이 아닐까?

퇴장하는 당직 수문군. 조선을 지키는 진정한 수호자다.

'둥, 둥, 둥!' 수문군 점검이 끝난 뒤 당직 수문군이 퇴장 준비를 마치면 또다시 세 번의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난 시간도 안전하게 나라를 지켰다는 안도감과 뿌듯함 때문일까, 퇴장하는 수문군의 모습이 더욱 위용 있게 느껴진다. 20여 분의 수문군 교대의식은 이렇게 끝이 난다. 교대의식이 진행되는 짧은 순간 나는 조선시대의 백성이 되어 보았다.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을 지켜준 수문군에게 존중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TIP 1. 광화문 밖에서 진행되는 파수 의식과 협생문 밖에서 선보이는 공개 훈련도 함께 볼 만하다.

광화문 앞에서 진행되는 파수 의식

협생문 밖에서 선보이는 공개 훈련

TIP 2. 광화문 옆에서 수문군의 의복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 INFORMATION | 

· 교대 의식 일정 (1일 2회)
·  수문장 교대의식 : 10시, 14시 (소요시간 20분)
·  광화문 파수의식 : 11시, 13시 (소요시간 10분)
·  수문군 공개 훈련 (협생문 밖) : 9시 35분, 13시 35분 (소요시간 15분)
·  한국문화재재단 홈페이지  https://www.chf.or.kr/c1/sub2_tab2.jsp
    * 경복궁 휴무일인 매주 화요일은 행사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