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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탄중아루 해변에서 일몰 기다리기

    담차 담차 2020.01.21

    가령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속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일몰을 기다리기에 이렇게 딱 맞는 문장을 찾을 수 있을까. 탄중아루(Tanjung Aru) 해변에서 일몰을 보기 위해 기다렸던 시간은 어느새 길었지만, 어느새 행복으로 남았다. 해가 쨍쨍한 한낮부터 일몰 이후까지 탄중아루 해변에서 보냈던 시간을 소개해볼까 한다.

    1_15626951.jpg:: TANJUNG ARU BEACH

    수영복을 입고 얇은 겉옷을 걸친 뒤 선크림과 모자, , 돗자리, 카메라 그리고 책을 가방 한가득 챙겨 탄중아루 해변으로 갔다. 세계 3대 석양으로 손꼽힌다는 탄중아루(Tanjung Aru) 해변에 가기 위해서다. 탄중아루는 말레이시아 사바주() 코타키나발루에 있는 해변으로 시내에서 6km, 공항에서 10km에 위치한 접근성 좋은 해변이다.

    2_74539186.jpg:: 오후 세 시의 탄중아루 해변

    오후 세 시의 탄중아루 해변은 한산했다. 유유자적하게 모래사장 위를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기는 몇몇 이들이 보였다. 햇빛에 반사하는 은빛 바다 위에 두둥실 떠다니는 요트를 타는 모습 또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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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km가량 펼쳐진 해변은 나무와 함께 어우러져 더 아름답다. 아루 나무라고도 불리는 카수아리나 나무와 야자수 나무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더욱더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더위에 지치지 않게 울창한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림자를 그늘 삼아 돗자리를 펴놓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곤 모래사장 위를 맨발로 걷기도 하고 바닷속에 몸을 풍덩 담가 물놀이를 하기도 했다. 바다는 보기보다 수심이 얕고 온도도 적당해서 더위를 가시기에 좋았다.

    5_46370014.jpg:: 비눗방울이 방울방울 

    일몰을 기다리며 바다와 놀고 모래성을 쌓고 노는 사이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해변 근처에는 상점들이 들어서고 사람이 한두 명씩 모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해변은 인산인해다.

    물놀이를 한 탓에 출출해져 간식거리를 먹고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자 비눗방울 부는 남자가 인파에 둘러싸여 있다. 남자는 커다란 막대에 비눗물을 묻혀 있는 힘껏 후, 분다. 남자의 숨을 지난 곳에는 커다란 하트 모양, 기다란 원 모양, 자잘한 작은 원 모양의 비눗방울이 방울방울 피어난다.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의 노랫소리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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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이 구름 사이로 얼굴을 감추고 달이 떠오른다. 수많은 인파가 해변에 모여 같은 풍경을 감상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기다려왔을 일몰이 시작된 것이다. 세 시간을 기다렸던 일몰이다. 노을을 벗 삼아 수영하는 아이들과 찰칵거리는 카메라 셔터음 사이로 부서지는 파도 소리와 넓게 펼쳐진 하늘을 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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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기에 찾은 탓인지 분홍빛, 보랏빛 하늘은 볼 수 없었지만 이런대로 또 아름답다. 바다와 하늘은 날마다 다른 만큼 오늘 본 풍경 또한 유일하다. 왁자지껄한 바다 앞,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엔 저마다 웃음이 배어있는 듯했다. 유난히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에 덩달아 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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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하늘과 바다를 몇 시간째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봐도 봐도 더 보고 싶은 탄중아루 해변에서 일몰을 기다리며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숙소로 돌아왔다. 한낮의 더위와 물놀이의 시원함과 달고 시원한 간식을 먹으며 일몰을 기다리던 순간이 하나둘 떠올랐다. 되돌아보니 기다림의 시간 또한 행복이었던 순간이었다.

    INFO
    주소: Tanjung Aru, 88100 Kota Kinabalu, Sabah, Malaysia

    담차

    매일 무언가를 쓰는 사람 담차입니다. 책, 차, 고양이와 여행을 좋아합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 뒤 <겨우 한 달일 뿐이지만>을 펴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귀 기울이며 글을 쓰고 기록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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