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에서 유명한 투어는 섬 투어, 시티투어, 그리고 반딧불 투어를 들 수 있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끈 건 반딧불이 투어로, 여기가 아니면 어디서 반짝반짝 아름다운 반딧불이를 볼 수 있을까 싶어 신청했다. 결과는 만족! 반딧불이 투어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세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원숭이
코타키나발루 시내에서 두 시간가량을 달려 도착한 곳은 봉가완(BONGAWAN) 이다. 아무래도 도심보다는 좀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반딧불이를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 선택했다. 또한 원하는 곳에서 차를 타고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픽업, 샌딩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하는 일정을 짜기에도 좋다.
봉가완에 도착해 간단히 점심을 먹고 시작한 첫 번째 일정은 야생 원숭이를 만나러 가는 일이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배에 탑승해 우거진 나무 근처로 가면 직원이 새끼손가락만 한 바나나를 하나씩 나눠준다. 그러면 원숭이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건네주면 되는 거다. 사실 원숭이가 뺏어가는 거나 마찬가지지만.
원숭이들은 어떻게 아는지 관광객들이 들고 있는 바나나를 빠른 속도로 낚아챈 뒤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바로 배 천장으로 뛰어내려 두드리거나 바닥에 구르기도 한다. 그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재미있다.
TIP 귀엽다고 원숭이를 만지거나 손을 드는 등 동작이 큰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간식거리를 가방에 담고 간다면 통째로 잃어버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마지막으로 몸집이 어린아이만 한 대장 원숭이를 만났을 때는 싸움의 공격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눈도 마주치지 말아야 한다.
바나나를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그 모습이 너무 귀엽다. 원숭이들은 자유자재로 사람 무릎에 앉았다가 껑충껑충 뛰어다니기도 한다. 경계심이 있지만 위협하지 않는다면 쉽게 다가온다. 그리곤 다 먹은 바나나 껍질을 배 안에 툭 떨어뜨려 놓고 가는데,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두 번째, 일몰
배를 다시 타고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 저녁을 먹은 뒤 해가 지기 전 시간을 맞춰 이제는 일몰을 보러 바다로 간다. 바다로 가서 일몰을 본 뒤 돌아오는 길에 주변이 더욱더 어두워지면 나무에 숨어있는 반딧불이를 보는 게 마지막 순서다. 저녁을 먹고 나면 주위는 벌써 어스름이 깔려있다. 날씨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몰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늘과 바다가 넓게 펼쳐진다. 맑은 바닷물에는 하늘에 떠 있는 구름과 석양이 그대로 비쳐서 마치 공간이 뒤섞인 듯한 풍경을 자아낸다.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배에 탈 시간이다. 짧은 일몰은 언제 봐도 아쉬움이 남는다. 그만큼 아름다워서일 거다. 이곳의 일몰은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세 번째, 반딧불이
푸른색이 하늘을 물들이면 이제 반딧불이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반딧불이는 매우 작아서 비가 오는 날에는 잘 보지 못하는데, 다행히 투어가 끝나고 비가 와서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이 동그란 불빛으로 반딧불이를 유인한다. 그러자 반딧불이들이 반응하며 연두색 불빛을 보여준다. 나무 사이에서 반짝거리고 관광객들이 타고 있는 배까지 날아오기도 한다.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를 달아놓은 듯 반짝거리는 불빛을 보면 우와, 하는 탄성이 새어 나온다. 직원이 유인하는 빛에 반응하는 이유는 여왕의 부름인 줄 알기 때문이다. 고로 수컷이라는 뜻인데, 배까지 달려 나오는 반딧불이는 꽤나 용감하다고 할 수 있겠다.
진정한 여행은 잘 보는 것이 아닌가. 갈수록 보기 어려워지는 반딧불이의 아름다운 불빛을 두 눈으로 담아보자. 손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온전히 바라보자. 어느새 아름다운 불빛에 매혹될지 모른다.
TIP 반딧불이는 핸드폰, 카메라 불빛 등 빛에 취약하니, 다른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이 좋다.
INFO 주소: Jalan Kuala Bongawan, Pekan Bongawan, 89709 Bongawan, Sabah, Malaysia |
매일 무언가를 쓰는 사람 담차입니다. 책, 차, 고양이와 여행을 좋아합니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한 뒤 <겨우 한 달일 뿐이지만>을 펴냈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것들에 귀 기울이며 글을 쓰고 기록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