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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정스님의 발자취를 찾아서, 순천 불일암

    트레커 트레커 2011.11.11

    카테고리

    한국, 전라, 역사/종교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집필한

    순천 조계산 불일암의 가을 정취

     

     

     

    '무소유' 삶을 살다간 법정(法頂)스님은 없지만 스님이 남긴 자취는 오롯이 남아 있었습니다. 전남 순천 조계산 송광사 불일암(佛日庵). 그곳엔 스님이 남긴 말씀과 가을 정취가 함께 있습니다. 가을에 찾은 불일암은 곳곳에 낙엽이 소복히 쌓여 간혹 바람에 나뒹굴고 있는 풍경입니다. 스님이 직접 만든 빠삐용의자는 여전히 주인을 떠나보낸 빈 의자로 홀로 불일암을 지키고 있습니다.

     

    빠삐용 의자 위엔 방명록과 스님 말씀이 새겨진 책갈피가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방명록을 열어보면 이곳을 먼저 찾은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빼곡합니다.  간단하게 잘 다녀간다는 인사부터 스님에 대한 그리움을 긴글로 남긴 방문자도 많습니다.  예쁜 바구니엔 사탕이 들어 있고 그 옆엔 스님 말씀이 새겨진 책갈피가 놓여 있습니다. 누구든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불일암 앞 공터엔 작은 주전자와 찻잔이 가지런히 놓여 있습니다. 누구든지 직접 따라 마시도록 배려해 놓은 모습입니다. 나무 그루터기 모양 의자는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 앞엔 법정스님이 36년 전에 직접 심어 놓은 커다란 후박나무가 한 그루 서 있습니다. 나무 아래 작은 화단은 스님 다비식 이후 일부를 산골해 놓은 곳입니다.

     

    후박나무 아래론 아담한 텃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텃밭 모퉁이엔 노랗게 익은 감이 가득 매달린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습니다. 그 옆 태산목은 색깔 고운 낙엽을 하나 둘씩 땅에 떨구고 있는 모습입니다. 막 떨어진 낙엽을 주워 보니 그 색감이 너무 예뻤습니다. 불일암을 찾은 기억을 남기기 위해 몇 개를 주워 배낭 속에 담습니다.

     

     

     

     

     

     

     

    불일암(佛日庵)은 법정스님이 세랍 43세 때인 1975년부터 1992년까지 17년 동안 홀로 수행하던 곳입니다. 스님은 이곳에서 1976년 <무소유>를 집필했습니다. 이후 스님은 불일암에서 수행과 책읽기, 집필작업에 주로 몰두했습니다. <무소유> 이후 세간의 관심이 커지면서 방문객이 늘자 스님이 미련없이 강원도 산지로 다시 거처를 옮기기까지 불일암은 곧 법정스님이었습니다.

     

    불일암은 원래 송광사 7대 자정국사가 머물던 자정암에서 시작된 오래된 암자입니다. 불일암 옆 언덕엔 자정국사 부도가 있습니다. 불일(佛日)이란 ‘부처의 빛’이라는 뜻이지요. 법정스님이 이곳 불일암에 있을 때 이해인 수녀님이 방문했던 당시 일화가 기억납니다. 우연찮게 스님과 수녀님 두 분만 남아 어색하게 마주 앉아 있을 때 헛기침만 연발했다는 당시 법정스님에 대한 수녀님의 재미있는 회상을 한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 법정스님에 대한 추억 하나

     

    개인적으론 법정스님을 산중사찰인 아닌 일반서점에서 직접 만났던 인연이 있습니다. 이 만남은 법정스님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되었지만 평소 책을 무척이나 좋아했던 스님을 사찰이 아닌 서점에서 직접 만날 수 있었던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매년 4월 23일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 지난 2006년 4월 22일 법정스님 특별강연회가 한 대형서점에서 있었습니다. 이 날은 강원도 외진 산골에서 홀로 수행하며 ‘무소유’삶을 실천하고 있던 스님이 오랜만에 일반 독자들과 함께 한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강연회에서 현재와 같이 인간부재와 소외의 시대엔 '인문'과 '고전'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또한 스님과 책에 관한 몇 가지 개인적인 일화들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나에겐 마실 차와 들을 음악, 볼 책만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말하던 스님이 “어떤 방해도 없이 쾌적한 상태에서 읽고 싶은 책을 편안하게 읽고 있을 때, 독서삼매경에 빠졌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던 고백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 만남 이후 4년 만인 지난 2010년 3월 11일 오후 2시경, 법정스님은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서 지병인 폐암으로 입적했습니다. 스님이 입적한 날 저녁엔 성북동 길상사를 찾아가 깊은 애도를 표하기도 했었지요. 스님과 단 한 번의 직접적인 만남이었지만 당시 스님이 들려주던 좋은 책에 대한 안목과 책을 읽는 자세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삶의 지혜였습니다.

     

     

     

     

     

    2006년 4월 22일 세계 책의 날 강연회에서 법정스님

     

     

     

     

     

    ‘마음을 비우는 무소유길‘ 송광사에서 불일암 찾기

     

    불일암은 송광사에서 가는 길이 두 곳입니다.  하나는 송광사 일주문 못 미쳐 율원으로 올라가는 길을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계곡 다리를 건너 울창한 편백나무숲 옆으로 다져진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송광사 율원이 나옵니다.  계속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꽤 큰 암자인 감로암을 마주하게 됩니다. 감로암 왼쪽 길을 따라 잠시 오르다보면 돌무더기가 놓여 있는 가파른 오솔길로 오르는 작은 길목이 있습니다.

     

    이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오른 후 약 15분 정도 평탄한 숲길을 걸으면 불일암 입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일주문 근처 계곡 다리에서 율원을 지나 감로암까지는 약 550m (12분 소요). 감로암에서 불일암까지는 약 700m (20분 소요)거리입니다.

     

    다른 길은 송광사 매표소를 지나 옛길을 따라 다송원과 탑전까지 이동한 다음에 삼나무와 대나무으로 우거진 숲길을 거쳐 약 850m (25분 소요) 정도 오솔길을 따라 가는 코스가 있습니다.  이 두 코스를 이용해 불일암 입구를 거쳐 한바퀴 일주하는 데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물론 이 시간엔 불일암을 둘러보는 시간은 제외하구요.

     

     

     

     

     

     

     

     

     

     

     

     

    불일암에서 싹 튼, 스님의 정신적 유산 <맑고 향기롭게> 살기 운동

     

    17년 동안 수행한 불일암을 떠나 강원도 산골에 새로운 수행처를 마련한 법정스님은 1993년 답답하고 삭막한 현실을 정화할 수 있는 범국민적인 운동을 떠올리게 됩니다. 결국 스님은 이 사회에 맑고 향기로운 ‘마음의 연꽃’을 피워보자는 뜻에서 1994년 1월 14일 <맑고 향기롭게 살기운동본부>를 발의하게 되지요. 그 해 3월 26일 구룡사에서 있었던 <맑고 향기롭게> 발족 당시 강연에서 법정스님은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무소유' 정신을 다시금 재천명합니다.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고 하지 마세요.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어버립니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 게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입니다. 만족 할 줄 알면 비록 가진 것은 없더라도 부자나 다름없습니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맑고 향기롭게> 살기 운동은 스님 입적 후에도 서울 성북동 길상사를 중심으로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운동은 법정스님이 불일암에서 수행한 17년 동안 사부대중을 위해 생각하고 정리해 온 ‘참살기’ 실천운동으로써 스님이 남긴 소중한 정신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천 조계산 불일암

     

     

     

     

    서울 성북동 길상사

     

     

     

     

     

     

    불일암을 잇는 법정스님의 또다른 발자취, 길상사

     

    길상사는 도심 속 대표적인 사찰로 '맑고 향기롭게 근본도량'으로 불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 성북 2동의 완만한 동남향 경사지에 가람들이 배치되어 있는 길상사는 1997년 12월에 개원법회를 열었습니다. 원래 길상사 터는 '대원각'으로 1960~70년대와 1980년대 말까지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고급요정으로 유명했던 곳입니다. 당시 이곳의 소유주였던 김영한(법명 길상화)불자가 당시 7,000여 평 대지와 수십 여동의 건물들을 법정스님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기증하면서 사찰로 거듭난 곳입니다.

     

    길상사는  휴일이면 불자는 물론 성북동 나들이에 나선 일반인들도 잠시 휴식을 겸해 둘러보는 명소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만일 법정스님이 남긴 지난 발자취를 직접 느끼고 싶다면 순천 조계산 송광사 불일암과 더불어 서울 성북동 길상사는 꼭 함께 둘러보아야 할 곳입니다.

     

     

     

    트레커

    프리 저널리스트이자 건축가. 산을 사랑하여 자주 트레킹과 도보답사여행을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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