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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누피 스누피 2011.11.21



     

    파리는 홍차의 향기를 남기고

     

     

     

     

    사진 출처 : Flickr



    저는 홍차를 무지하게 좋아합니다. 어쩌면 그것은 커피를 거부하는 몸으로 태어난 죄일 수도 있겠지요. 커피 좋아하게 생겨서 그게 뭔 말이냐 마셔봐라, 하는 짖궂은 사람들도 있지만 제가 컨디션 안 좋을 때 커피를 마시면 불안, 심장박동수 급격 증가, 경미한 호흡곤란, 소화기능 장애 등...  곤란한 일들을 겪어야만 하지요. 그러니 혹시 저를 언젠가 어디선가 만나게 되더라도 커피는 권하지 말아주세요! ㅋㅋ


    그나마 다행이 제 몸이 모든 카페인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서 커피를 제외한 세상의 모든 차는 아무렇지 않게 마실 수 있답니다. 백차, 녹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 허브티까지 다 좋아합니다. ^_^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임에는 의심함이 없습니다만 차에 있어서만은 외국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 커피 인구는 매우 많아서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반면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한정된 선택밖에 없답니다. 그게 아니면 엄청나게 비싼 수입차를 마셔야 하는데 지갑이 얇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비운이 아닐 수 없지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파리에서 1박 2일 미션 중 하나가 바로 한국에서는 비싼 홍차를 열심히 사자! 뭐 이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지갑이 얇은 저로서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요. 왜냐고요?





    파리에선 슈퍼마켓에만 가도 저런 장면을 마주하게 되니 말입니다.

    참고로 제 카메라의 화각이 작아 다 담지 못했음을 말씀드립니다.

    대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시나요?

     

    게다가 프랑스에는 그저 마트나 슈퍼에서는 구할 수 없는

    꽤 고가의, 하지만 맛은 천국 같은 블렌딩이 많은 찻잎들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요.

    어쨌든 지금부터 제가 파리에서 업어온 차들을 소개합니다!

     

     

     


    쿠스미 차 Kusmi Tea

    www.kusmitea.com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가 발견한 쿠스미 숍.  홀린 사람처럼 그 속으로 스르르 빨려들어가서 착실하게 쌓인 수많은 차들을 보며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쿠스미는 원래 러시아 브랜드였지만 1917년 파리로 본거지를 옮기고 나서 유명세를 얻었다고 하지요.








    정갈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쌓여 있는 저 차들이 보이시나요? 도대체 어떤 차를 골라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경이지요.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너무나도 예쁜 티포트들도 잔뜩 진열되어서 저를 유혹하는데 참 난감했습니다. 열심히 근무 중이던 귀여운 직원에게 뭐가 제일 유명하냐고 물으니 디톡스 Detox를 권해주더군요.






    다른 틴들에 비해서 예쁘지 않아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이미 한국에서도 여러차례 좋다고 들어왔던 녀석이라 덥석~ 집었습니다. 남미의 유명한 마테차와 말이 필요 없는 중국 녹차, 상큼한 레몬 그라스와 레몬이 블렌딩 된 녀석입니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소문이 나서 더 유명한 것 같은데 구성을 살펴보면 오호라, 싶지요. 레몬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레몬 다이어트가 유명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고 마테 역시 남미 미녀들의 음료라고 알려져 있잖아요. 


    녹차가 성인병 예방부터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란 것이야 원래 유명하고요. 실제로 요즘 저녁마다 이 녀석을 마시고 있는데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풀리면서 좋아진 기분으로 잠들 수 있게 됐습니다. 긴장될 때 마셔도 참 좋은 것 같고. 이것저것 더 집어 오고 싶었지만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고 아쉬운 마음을 안고 숍을 나섰습니다.


    귀여우신 직원분은 제가 조르자 시음티를 챙겨주며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안방에 앉아 차를 받아 마실 수 있다며 예쁜 명함을 건네주는 것 또한 잊지 않으셨어요. 스트레이트 티보다는 여러가지 화려한 블렌딩, 특히 녹차 베이스의 차들이 유명한 것 같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웹사이트를 체크해보세요!








    마리아주 프레르 Mariage Frères

    www.mariagefreres.com

     

     

    음,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홍차계의 귀족 마리아주 프레르입니다. 마리아주 프레르는 1854년부터 시작된 프랑스 홍차 역사의 산 증인이지요. 왕실에 차를 납품해왔다고 하고 지금도 세계 최고의 찻잎만 취급한다고 해요.


    제 목표가 바로 파리의 숍들 중 하나를 방문해서 옆에 있다는 티 살롱에서 우아하게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것이었지만 시간은 저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게으름이 문제였지요. 제대로 지도도 뽑고 오픈시간도 알아놓았어야 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인연이 있으면 만나게 되리라' 따위의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무작정 파리에 갔으니 말이죠. ^_^;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친절한 파리 사람들 덕분에 백화점 내에 입점해 있는 마리아주 코너를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제 마음이 두근두근! 드디어 제일 좋아하는 홍차 마르코폴로를 사서 마음껏 마실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 때문이었어요.








    홈페이지에 적힌 소개를 살짝 가져와보면 이렇습니다.


    "마르코폴로는 중국과 티베트에서 피어나는 꽃과 과일의 향기를 담고 있다. 독특하면서도 벨벳처럼 부드러운 맛을 선사한다. 이 차의 보기 드문 꽃들의 조합은 마르코 폴로를 전설적인 가향차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뭔가 참 거창한 찬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정말 이 차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힘을 가진 차랍니다. 저도 원래 스트레이트로 홍차를 마시지 못했는데 이 차를 통해서 우유나 설탕 없이도 차를 마시는 성숙한(?) 차인으로 거듭났어요.  고심 끝에 틴은 무게가 나가니 리필백으로 두 개를 집어들었습니다.






    마리아주의 티 살롱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행운은 놓쳤지만 마리아주에서 무려 5년을 일했다는 전문가 아르노와 친구가 되었지요. 두 시간 동안이나 뭘 사야 하나 뭐가 맛있나 안절부절 못 하는 저에게 친절함을 잃지 않고 상세한 설명을 해주고 여러가지 차들의 향기를 맡게 해주었어요.


    "Merci Beaucoup, Arno!"


    아르노 뒤로 보이는 차들 보이시죠? 저 안에 개성이 다 다른 맛있는 차들이 꽉꽉 채워져 있답니다. 진짜 그 숍을 통째로 집으로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ㅠ_ㅠ꼼꼼하게 파리에 흩어져 있는 각 숍과 티 살롱의 오프닝 시간을 적어주는 아르노. 하지만 저는 내일이면 파리를 떠나야 했지요. 다음에 다시 파리로 돌아오면 반드시 잘 찾아가 우아한 애프터눈 티를 즐기고야 말겠다고 결심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퍼마켓! 앞서 엄청난 차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던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저는 정말 심각한 고민 끝에 몇 개를 장바구니에 넣었는데요~비록 프랑스 브랜드는 아니지만 홍차, 하면 빠뜨릴 수 없는 립톤. 티백을 고안해내서 차를 보다 쉽게 마실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회사이지요. 그런데 잎차도 나오더군요. 처음이라 신선하기도 했고 마침 구하고 싶었던 랍상소우총이 있어서 골랐습니다.


    랍상소우총은 중국에서 1630년 경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홍차라고 합니다. 소나무를 태운 연기로 훈연시켜 찻잎에 훈연 향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그래서 굉장히 강렬한 훈연의 향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호불호가 꽤 강하게 갈리는 차이기도 한데 저는 이 독특함이 좋아서 선택을 했고, 스모크 치즈나 연어랑 먹으면 궁합이 잘 맞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저거 외에는 겨울이 왔으니 캬라멜과 메이플시럽 가향의 달달한 차를 골랐고 마시고 싶던 백차 티백도 하나 골랐습니다.


    루이보스도 다 떨어졌으니 하나, 브렉퍼스트 계열도 떨어졌으니 하나....이렇게 하나 하나 챙기다보니 어느새 차오르는 바구니...그 외에도 진짜 사고 싶은 차들이 매우 많았지만 "안돼!!"를 외치며 겨우 멈출 수 있었습니다. 파리는 이번 타비오(Tabio) 여정의 단지 첫번째 도시에 불과했으니까요.






    하지만 또 차와 찰떡궁합인 달달이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는지

    제 손은 어느새 본마망의 마들렌을 하나 집어들어

    바구니 속으로 밀어넣고 있더군요~

     

     


     

    홍차인들의 사랑을 받는 설탕계의 왕자 '앵무새 설탕'을 마지막으로

    저의 숨가빴던 파리에서의 홍차 쇼핑은 막을 내리게 됩니다.

     

    왜 이 설탕이냐고요? 저도 잘 모르지만 이 설탕이 가장 밀크티와 잘 어울린다네요.

    겨울엔 역시 밀크티이고 음..그리고 또... 결정적으로 가격이 2유로밖에 안 해서 살 수밖에~^^;

     

    이후에도 스위스에서, 이태리에서 진열된 차들을 보면 마음이 흔들렸지만

    불어난 저의 짐이 무서워서 차마 더 구매하진 못했더랬습니다. 얼마나 슬프던지요! ㅠ_ㅠ



    향기롭고 맛있는 홍차는 여행 중에도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친절한 허반장께서 친히 사오신 마카롱은 반드시 프랑스에서 먹어줘야 한다며

    마리아주 프레르의 홍차를 정성스럽게 우려 함께 냠냠!

     

     

     



    집에 돌아왔지만 파리에서 사온 홍차들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파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전 덕분에 자주 다시 파리로 돌아갈 수 있게 됐네요.

     

    거리의 소음과 메트로의 냄새, 호텔 린넨의 감촉,

    에펠타워가 반짝거리던 순간의 기쁨~

    제 티타임이 덕분에 더 풍요롭고 행복해졌어요! ^_^



    더불어 다른 나라에서 건져올린 마실거리도

    여러분께 살짝 소개해보아요~! ^^

     

     

     


    스위스의 오보말틴 (Ovomaltine)


    코코아이지만 달지 않고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이 가루는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사랑받아왔다지요. 스위스에서 만들어졌고 지금은 꽤 여러 국가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아닙니다만, 코코아가 뭐 이리 밍밍하냐! 며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아침에 이 녀석을 따뜻한 우유에 타서 마시고 나면 꽤 든든한 기분이 들어서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작년에 스위스에서 한 달 지낼 때 반해서 이번에도 스위스 가면 꼭 사려고 했는데 다행이 목적을 이루었답니다. 물론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슈퍼에서 찾아보세요. (가격은 스위스가 가장 쌉니다)







     

    이태리의 보리커피 오르조 (Orzo)



    카페인이 건강에 독인가 득인가를 놓고 많은 사람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지요. 결과가 무엇이든 저는 커피를 마실 수 없는 인간 부류의 한 명입니다. 그 사실에 대해 좀 슬프게 여겨왔는데(이번에도 로마에서 커피 마셨다가 경미한 호흡곤란 와서 무서웠어요... ㅠ_ㅠ) 이태리에는 카페인이 두려운 사람들이 보리커피를 마신다는 소문을 듣게 됐습니다.


    알아보니 보리를 커피 로스팅하듯이 가공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결국은 태운(?) 보리차? 뭐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이태리 사람들에게는 엄청 사랑받는 음료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하나 건져서 돌아왔습니다.


    맛은 제가 아직 개봉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마셔본 사람들은 굉장히 진한 보리차 같다고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feel이 난다고 하니 저로서는 기대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구할 수 있다고 하니 저처럼 커피를 동경하지만 마실 수 없는 분들 계시면 마셔보심이 어떨런지요?




     

     

    - 닮은꼴 여행기 (세계의 茶) -

     

     

    향기로운 파리, 마레 지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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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 한잔의 행복, 파리에서 만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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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리랑카로 떠나는 가을 홍차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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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 바람 불면 생각나는 터키 차, 살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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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래플즈 호텔에서 즐기는 우아한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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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신주쿠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애프터눈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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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여행 상품 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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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누피

    글 쓰기, 사진 찍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길 잃어버리기, 여행 다니기, 맛있는 음식, 와인, 달콤한 것들, 홀짝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차, 책 읽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아주 보통의 지구인. blog_ http://peanutsholic.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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