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떠있는 서점 '워드 온 더 워터', 럭셔리한 살롱에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는 '메종 애슐린', 갤러리와 서점이 한데 모인 복합문화공간 '타셴 스토어'. 지난 런던 여행에서 방문했던 세 곳의 서점은 각자의 이색적이고 독특한 매력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물 위에 떠있는 서점
1 워드 온 더 워터 Word on the Water
워드 온 더 워터는 킹스크로스 역 근처 운하에 위치한 물 위에 떠있는 서점으로, 사진 속 모습처럼 배를 개조해 만들어졌다. 가까이 다가가니, 마법사 모자를 쓰고 턱수염을 길게 길러 <해리포터> 속 덤블도어 교수를 연상케하는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동화 속에 나올 법한 낭만적인 서점에 꼭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서점은 외관에서부터 책으로 빼곡했다. 우드톤 책장과 초록색 간판, 그 안에 꽂혀있는 알록달록한 책들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은 그 자체로 아름다웠고, 여행 전 사진을 보며 품어왔던 기대감을 가뿐히 충족시켰다.
내부 역시 외부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소파에는 강아지가 나른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고, 사장님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는 단골손님들도 공간에 온기를 더했다. 책뿐만 아니라 일러스트 엽서, LP 등 다양한 소품도 판매해 볼거리 또한 다양했다. 워드 온 더 워터는 '물 위에 떠있다'는 특징 하나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매력 넘치는 서점이었다.
럭셔리한 살롱에 온듯한 분위기
2 메종 애슐린 MAISON ASSOULINE
타셴, 파이돈과 함께 세계 3대 아트북 출판사로 꼽히는 메종 애슐린에서 운영하는 서점 겸 레스토랑이 런던 피카딜리에 있다. 두바이에도 지점이 있으며, 런던 지점은 포트넘 앤 메이슨과도 가까워 함께 방문하기 좋다. 마치 럭셔리한 살롱에 온듯한 분위기의 내부는 중심의 커다란 책장을 기준으로 레스토랑과 서점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아트북 출판사에서 만든 서점답게 미술에서부터 건축까지 전분야를 총망라하는 다양한 아트북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미술관에 걸려있는 작품처럼 보이게끔 배치한 섬세한 디스플레이 덕분에 머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메종 애슐린 런던 지점은 다채로운 브런치 메뉴를 판매해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카페와 바로도 운영되어 음료 한 잔과 함께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다. 2층 좌석에서 서점의 전경을 조망하며 마신 아메리카노 한 잔은 여전히 기분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서점 내부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1층을,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2층을 추천한다.
갤러리와 서점이 한데 모인 복합문화공간
3 타셴 스토어 TASCHEN STORE
메종 애슐린과 마찬가지로 세계 3대 아트북 출판사 중 하나인 타셴도 런던에 지점을 두고 있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독일에서 세워진 출판사이지만, 런던이나 파리 등지의 서점에서도 쉽게 타셴의 책을 만날 수 있다. 사치 갤러리 앞에 위치한 스토어에서는 미술, 영화, 건축, 인테리어 등 타셴에서 출판된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접할 수 있었다.
타셴의 베스트셀러는 각 아티스트의 작품에 대해 상세하게 알아볼 수 있는 '타셴 베이직 아트(Taschen Basic Art)' 시리즈이다. 테이트 모던이나 파리 퐁피두 센터의 북숍 등 유럽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시리즈이긴 하지만, 다른 서점들은 큐레이션해 들여놓기 때문에 타셴 스토어만큼 방대한 종류를 선보이지는 않는다. 또한 보통의 아트북은 크기가 꽤 크고 무거워 여행 중 구입하기에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은데, 이 시리즈는 A4 용지 정도의 크기이고 가격도 1만 원 내외로 국내에서보다 저렴해 기념품으로 구입하기도 좋다.
런던 타셴 스토어의 즐거움은 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하에는 갤러리가 마련되어 있어 일반적인 서점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대형 아트북과 사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비틀즈, 롤링 스톤즈, 잭슨 파이브 등 1970~80년대를 휩쓴 스타들의 젊은 시절 모습이 담긴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미술의 도시 런던에서 예술적 즐거움을 더하고 싶다면 서점과 갤러리가 한데 모인 타셴 스토어로 향해 보자.
24개국 59개 도시 여행. 퇴사 후 여행 작가 겸 프리랜스 에디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며 여행하고,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다룬 에세이 <제가 어떻게 살았냐면요>를 출간했습니다. 원고 및 취재 문의 dyom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