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 9월에 있는 패션위크 출장 차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한 지 여러 해가 되었지만,
그동안 항상 가고 싶어도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
시간이 있어도 아무 때나 갈 수 없는 곳.
바로 Naviglio Grande (나빌리오 그란데) 앤틱 마켓이다.
아무 때나 갈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이 거대한 앤틱 마켓이
매월 마지막 주 일요일에만 열리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25일, 일요일
출장 일정을 요리조리 딱 맞춰서 드디어 일요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호텔을 나섰다.
햇빛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아침, 운하를 따라 펼쳐진 ‘장’을 보니
비로소 그간 ‘패션의 도시’로만 인식 되었던
밀라노의 진정한 주말 아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쪽을 입구라고 정의 내릴 순 없지만,
마켓에 들어서면서부터 만난,
일찍부터 득템하고 득의양양 돌아가시는 아저씨!
나도 오늘 여기서 제대로 된 아이템을
하나쯤은 꼭 건져보겠노라고 굳은 다짐을 해본다. ㅎㅎ
앤틱 마켓에서 거래되는 제품의 종류에는
정말 제한이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악세서리, 의류, 빈티지 명품백부터 시작해서
가구, 인테리어 소품, 인형, 책, 음반 등
찾는 건 뭐든지 있고,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궁금한 물건들도 너무 많아서,
꼭 무언가를 사지 않는다고 해도
구경만으로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갈 만한 알찬 곳이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지 않은 저 팔찌와 찻잔세트가 아직도 눈에 아른~
하지만 나빌리오 그란데 앤틱 마켓에서 느꼈던 또 하나의 재미는
바로 개성 강한 밀라노 사람들을 스캔해보는 "사람 구경"이었다!
2층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카메라를 응시해 주시던 그림 같은 아저씨
알프스의 소녀를 떠올리게 해준 이탈리아 여인!
오드리 토투를 닮았던,
패셔너블한 이 숙녀는 아마도 가격 흥정 중?
엄마의 긴 쇼핑에 지친 꼬마,, 엄마 빨리 가요~!
엄마,, 저 인형 사주세요~! ㅠㅠ
애견과 함께, 사랑하는(?) 남자친구와 함께 다정한 쇼핑도 하고,
누나, 내 선글라스 어때?
나 아빠가 자전거 사줘서 오늘 기분 최고라구~
여기에 이태리 훈남 느낌 물씬 나는 상인들까지~
정말 완벽한 관광 쇼핑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결국 고민만 많이 하고, 감탄만 하다가
건진 물건은 하나 없었지만,
운하를 따라 걸으며 만나는 사람들, 물건들, 추억들,
이 모든 것이 너무 완벽한 밀라노의 일요일 아침이었다.
다만, 나빌리오 그란데 마켓의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미리 장이 서는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
http://www.navigliogrande.mi.it
기본적으로 매 달 마지막 일요일에 열리지만,
간혹 앞 뒤로 날짜가 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11월 27일, 12월 18일에 올해의 남은 앤틱 마켓이 열리니,
독자 여러분도 밀라노를 여행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인상 좋고 정겨운 아주머니부터 스타일리쉬한 멋쟁이 오빠들까지,
시장 구경 사람 구경하는 즐거움에, 가격 흥정은 덤으로 따라오는
빈티지한 나빌리오 그란데 앤틱 마켓에서
세상에 딱 하나뿐인, 누군가의 추억이 묻은
숨겨진 보물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
Metro: Porta Genova FS
Address: Alzaia Naviglio Grande, 4, 20144 Milano
여행과 패션. http://luvcny.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