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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중해 크루즈 여행_바르셀로나 편

    DJDoor DJDoor 2011.11.28

     

     

    지중해에 나를 띄우다

     

    - 바르셀로나 편 -

     

     

    전날 마르세이유를 떠난 배가 동이 틀 무렵 바르셀로나에 도착했다. 크루즈 여행에 적응할수록 새로운 도시에 대해 들뜨는 마음은 조금씩 덜해지는 반면,  최대 11시간 정도 주어지는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컨셉으로 어떻게 돌아다녀야 좋을지 몇번이고 계획을 수정하는 습관이 생겼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 주어졌다해도 눈도장 찍듯 유명한 곳만 휘리릭 지나쳐버리는 건 정말이지 질색이다. 물론 배낭여행을 왔으면야 발길 닿는대로 시간 제약 없이 여유를 즐기겠지만, 여러 도시를 유랑하는 크루즈 여행의 특성 상 한 곳에만 오래 머물 순 없는 노릇이다.

     

     

     

     

    배에서 내리기 직전,

    바다에서 해가 떠올라  하늘에 짙게 드리운 구름 사이로

    강렬하고 뜨거운 빛을 발산한다.

     

     

     


    아직 쌀쌀한 새벽녘이지만 크루즈 선실에 딸린 자그마한 테라스에서 나만의 아침을 열어본다. 선실에 놓인 조식 리스트에 커피와 빵 등 먹고 싶은 메뉴에 체크를 한 뒤 전날 밤 문고리에 걸어 놓으면, 아침에 음식을 친절히 가져다 준다. 북적이는 뷔페식당을 돌아다니는게 귀찮은 아침이면, 내가 종종 이용한 서비스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모닝 커피에 갓 구운 토스트!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웅장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낭만적인 식사를 하는 기분이 꽤 괜찮다. 왠지 예감이 좋은 하루! ^^

     

     

     

     

    #1. 구엘 공원

     


    바르셀로나에 도착해 제일 먼저 들른 곳은 교외 언덕에 있는 구엘 공원이었다. 1900년 가우디의 경제적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이 영국의 전원도시를 모델로 60호 이상의 전원주택을 지으려 했던 곳이다.


    당시 구엘 백작은 스페인의 부유층에게 집들을 모두 분양할 계획이었는데, 자금난이 겹치면서 14년간 진행되던 공사가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시에서 부지를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더 많은 시민들의 안식처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공원 입구에는 경비실과 관리실로 쓰려던 두 건물이 있는데,

    그 모습이 꼭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과자의 집과 닮았다.

     

     

     

     

    공원을 거닐다 거리의 악사들도 종종 만났다. 스페인은 지중해 서부 문명의 발상지로, 유럽과 아프리카의 중간에서 여러 문화를 흡수해온 덕에 문화적 다양성이 존재하는 나라다.

     

    우리가 잘 아는  안달루시아 지방의 플라멩코(flamenco)를 비롯해, 아라곤 지방의 호타(jota), 카스틸랴 지방의 세기딜랴(seguidilla), 카탈루냐 지방의 사르다나(sardana), 갈라시아 지방의 알랄라(alalá) 등 다양한 음악적 장르도 그런 스페인의 특성에서 비롯됐다고 보면 된다.

     

    거리의 악사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듣다보니 빠른 리듬 속에 강렬한 혼이 느껴졌다. 어찌보면 우리 음악의 '한(恨)'과 같은 정서가 묻어나서, 낯설지만은 않은 느낌이었다.

     

     

     

     

    공원 곳곳에선 또한 가우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직선이 아닌 곡선으로 이루어진 인공 석굴이 인상적이었다.

     


     

     

    울퉁불퉁 불규칙한 선의 디자인과

    화려하고 독특한 모자이크 장식도 눈에 띈다.

     


     

      

    이렇게 멋진 공원에서

    매일 아침 산책을 하는 이들은 얼마나 좋을까 싶다.

     

     

      


     


    공원에서 내려와 지도를 보면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본다.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낯선 도시의 일상은 언제나 새롭다.

     

     

     

     

     

     

     

     

     

    #2.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필생의 역작이라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ilia)에 도착했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이 건물은 한 세기나 지나야 완성이 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 하기조차 힘들다. 

     


     

     

    지금은 3D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건축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엔 돌을 타원형으로 깎는데 6개월이 걸렸다면 지금은 10분이면 그 모습을 구현해 볼 수 있다고 한다. 한동안 가우디의 건축양식인 수작업 방식을 고집하던 이들과  IT 건축기술을 도입해야 한다는 쪽의 팽팽한 접전이 있었지만,  결국 현대 과학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단다.

     

     


     

      

    내부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이미 입장을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성당을 한 바퀴 빙 돌고도 남는다. 관광객의 입장 수입으로 건축 비용을 충당한다고 하던데, 나 역시 의미있는 입장료를 좀 내볼까 했지만 포기하고 말았다. 1883년에 첫 삽을 뜨고, 1935년 스페인 내전으로 중단되었다가,  2차 세계대전 후 다시 건축 공사가 재개되었다고 하는데, 이날 내부를 돌아보지 못한 것이 두고 두고 아쉽다.

     

     

     

     

     

    오돌도돌 튀어나온 것들도 자세히 보면

    하나하나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익히 보던 예수상도 가우디의 손을 거치면

    이렇게 하나의 멋진 예술작품이 되어 버린다.

     

     

     

     

    #3. 람블라 거리

     

     

    이번엔 활기 넘치는 람블라 거리(Las Ramblas)로 나서본다. 바르셀로나 북쪽 '카탈루냐 광장'에서 남쪽 항구 부근인 '평화의 광장'까지 약 1km 거리의 대로가 이어져있다. 

     

    이 람블라 거리를 쭉 따라가다보면 바다도 볼 수 있는데, 가는 길엔 구엘 저택과 피카소 생가 등 명소도 꽤 많다. 패션숍도 즐비해 쇼핑을 즐길 수 있고, 수많은 행위예술가들의 공연을 감상하며 문화의 향기에 취해볼수도 있다.

     

     

     

     

    뭐, 이곳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얘기도 있긴 하지만,

    사실 정신 팔린 사람은 어딜가나 털리게 되어 있다~ㅎㅎ

     

     


     

     

     

     

     

     

      

     

    노점상에선 피노키오처럼

    귀여운 인형들도 많이 팔고 있었는데,

     

     

     

     

    역시 축구의 도시 바르셀로나 답게,

    축구 선수 인형이 가장 많았다! ^^

     

     


     

     

    그렇게 정신 없이 볼거리 가득한 람블라 거리를 걷다보면, 유럽 최대의 재래시장이라 불리는 보케리아 마켓(산 호세 시장)에 닿게 된다.  사람 사는 냄새가 진하게 나는 이곳은 하루 종일 구경만 해도 전혀 심심하지 않을만큼 매력적인 공간이다. http://www.boqueria.info 

     

     

     

     

    관광객 만큼이나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곳으로,

    안에는 정말 없는 게 없을 만큼 다양한 물건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얼마전 돌아본 부산의 국제시장이 떠오를 만큼 큰 규모!

     

     

     

     

    신선한 과일과 해산물, 갖가지 고기를 비롯해

    온갖 견과류와 초콜릿이 한가득 놓여있다!

     

     

     

     

     

     

     

     

    이곳의 생과일 주스를 맛보겠다며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고 하는데,

    직접 마셔보니 정말 그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사실 이곳은 정말 우연히 발 닿는대로 들어가서 구경한 시장인데,

    나중에 여행책자에서 찾아보니 바르셀로나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중 하나였다!

    역시 여행지에선 때론 본능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

     

     

     

     

    자, 이제 시장 구경도 했겠다, 스페인에 왔으니 꼭 맛봐야 할

    빠에야를 찾아 맛집 탐방에 나서보았다!

     

    요즘엔 서울에서도 홍대나 신사동 일대를 찾으면

    스페인 레스토랑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긴 하지만,

    원조의 맛은 뭐가 달라도 다른지라 망설임 없이

    람블라 거리에 있던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근데 가격이 좀 비싸다.

    대다수 여행책자에서 람블라 거리에 있는 노천 레스토랑은

    가급적이면 가지 말라는 글을 나중에 발견한 게 참 안타깝다.

     

    노천 레스토랑보다는 거리 안쪽이나 레알광장 쪽으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저렴한 레스토랑이 몇개 있다고 한다.

     

     

     


     


    어찌됐든 햇살이 좋은 노천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맛있는 빠에야를 주문해본다!

    '빠에야'는 쌀과 각종 재료를 향신료와 함께 끓여낸 스페인의 전통 요리인데,

    가장 기본적인 '해산물 빠에야' 외에도 먹물, 치킨, 버섯, 야채로 요리한 다양한 빠에야가 있다.

     

    또 내가 빠에야와 함께 곁들인 '피데오'는 스페인에서 즐겨먹는 파스타인데,

     면이 짧고 얇은 것이 특징이고 알리올리소스와 비벼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힌다! 

     

     

     

     

     

    그렇게 바르셀로나에서 보낸 짧지만 강렬했던 하루를 뒤로 하고,

    이제는 집처럼 편해진 크루즈로 돌아왔다.

      

    항구로 돌아와 배에 오르던 그 순간까지도

    뜨겁게 내리 쬐는 치명적 매력의 스페인 햇살에서 벗어나기 아쉬웠지만,

    이런 아쉬움이 다음 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또다른 명분(^^)이 되리라 믿는다.

     

     

     

     

    점점 멀어지는 항구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며,

    바르셀로나에서의 빛나는 하루를 다시금 추억해본다.

     

     

     

    Brcelona, Spain

    Natura Classica, Konica Auto S3 / kodak E100vs 


    DJDoor

    Movie Maker / ideation / Film Camera / Guitar / Humanities / JazzPiano / DJing / 대상과 빛, 구도와 감정이 일치된 순간 셔터를 누른다 @Henri Cartier-Bresson / http://moviemaker.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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