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연인들의 성지, 피렌체를 느리게 거닐다

    스누피 스누피 2011.12.20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히 사랑을 맹세하는 곳...

    내 서른번째 생일날 나와 함께 올라가주겠니?"

     

    - 냉정과 열정사이 中 에서 - 

     

     

    photo by 이교 님

      

     

    피렌체 Firenze

     

    위의 대사는 영화와 책으로 유명한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등장하는 말입니다.

    책 속으로 빨려들어가 도서관에 앉아 수업도 땡땡이 치면서

    두 권의 책을 연달아 읽어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저는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피렌체를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피렌체에서는 커다란 감흥이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전날 베네치아에서 5시간을 떨며 기다린 끝에(아시죠? 유럽의 툭하면 터지는 교통 파업;) 수백 명에 끼여 겨우 올라 탄 기차에서 지칠대로 지친데다, 힘들게 찾은 호텔은 난방이 되지 않았고, 직원은 끝내 이불을 가져다주지 않아 밤새 오들오들 떨었으며, 온수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몸살기운까지 몰아치는 가운데... 네. 너무 지쳐있었거든요. 

    어쨌든 당시에도 제 친구는 두오모만은 언젠과 연인과 함께 와서 오르겠다는 선포를 했고 저 역시 '뭐 그럼 나도 담에 연인과 함께...'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지요. 그러나 10년도 넘는 세월이 흐를 동안 다시 페렌체를 찾지 못할 줄은 몰랐습니다. '연인들의 성지'라는 것을 몰랐던 그 때. 저와 친구의 피렌체 여행의 목적은 오직 '우피치 미술관 관람'이었기에 '두오모'는 저에게 감동의 장소는 아니었던 셈이지요. 그러나... 저 '냉정과 열정사이'를 본 순간, 다시 한번 피렌체 두오모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맹렬하게 들었습니다. 벼르고 벼르기를 수 년, 드디어 이번 타비오(Tabio) 여정에서 피렌체 땅을 밟게 되었네요.

      

     

     

     

     그래서 눈 뜨자마자 밥 먹고 달려간 곳도 바로 두오모였습니다.

    이미 이 유명한 성당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많더군요.

     

    다행이도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랬는지 쿠폴라에 오르는 줄은 그리 길지 않았어요.

    표를 끊고 올라가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

     

     

     

      

     

     

      

    하도 많은 사람들이 계단을 오르다보면

    내가 뭐하는 짓인가 생각하게 된다기에

    꽤 커다란 각오를 하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만...

     

    올라가는 길에 조각상들과  하부의 '마지막 심판'으로 유명한 

    장대한 돔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한적한 덕분에 마음대로 멈추고 싶을 땐 멈춰

    숨을 고르며 올라갈 수 있는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힘들지 않게 꼭대기에 도착했습니다.

     

     

    "우와~!"

     

     

    도착한 쿠폴라에서는 저도 모르게 저렇게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야말로 반짝이는 아침의 햇살이 드리워진 피렌체가 제 발 밑으로 펼쳐졌기 때문이죠.

     

     

     photo by 이교 님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멀리 보이는 낮은 산들의 모습도 붉은 지붕들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이 위에 올라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면 지키지 않을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한동안 넋을 놓고 벤치에 앉아 풍경을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벌써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더군요.

     

     

     

     

     

    이곳이 사람들로 더 미어터지기 전에 얼른 둘러보자 생각하고

    연신 셔터를 누르며 한바퀴 돌았습니다.

    물론 그 사이 수많은 연인들의 사진을 찍어줘야 했던 솔로의 설움은....ㅠ_ㅠ

     

    원하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가진 뒤 계속 꾸역꾸역 올라오는

    사람들의 힘든 표정을 보며 저는 경쾌한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습니다.

     

     

     

     

     

    두오모 :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Duomo : Basilica Santa Maria del Fiore

     

     

      

     

    - 오픈  시간 -

     

    성당 (오전 10시 ~ 오후 5시 / 토요일은 오후 4시 45분까지)

    쿠폴라 (오전 8시 30분 ~ 오후 7시 / 토요일은 오후 5시 40분까지)

     

     

    - 휴 일 -

     

    성당 (일요일, 부활절, 성탄절, 1월1일)

    쿠폴라 (6/24, 8/15, 9/8, 11/1, 12/26에 추가로 문 닫음)

     

     

    - 요 금 -

     

     성당은 무료, 지하 3유로, 쿠폴라 8유로

    (아침 일찍 서둘러서 가면 여유롭게 쿠폴라에 오르고 둘러볼 수 있어요~ ^_^)

     

     

     

     

     

     

     

    함께 간 친구들과 젤라토를 하나씩 입에 물고 마구 깔깔 까르르 웃으며 피렌체 거리를 쏘다녔지요. 예쁜 물건들이 가득해 우리를 유혹하는 숍들이 가득한 거리를 지나 광장과 가죽시장 거리를 지나 이름도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의 원본이 있다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앞에 줄을 섰습니다.

     

    그리고 다비드 상과의 감동적인 만남! 사진 찍는 것을 철저하게 금지해서 그 순간을 포착해올 수는 없었어요. 하지만 그 근사한 돌로 만들어진 청년과의 만남에서 오는 감동은 저렴하지만은 않은 입장료를 내며 느낀 정체를 알 수 없던 슬픔을 즉시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답니다.

     

    역시 다비드 군을 가장 아름답게 잘 관찰할 수 있는 스폿에서 멍 때리며 세기를 초월한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해주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유유히 흐르는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우아한 베키오다리를 건넜지요.

     

     

     

     

     

     

     

     

     

    지금은 값비싼 보석과 미술품을 파는 상점들로 가득하지만

    처음에 이 다리가 만들어진 중세에는 푸줏간들이 들어차 있었다고 하지요.

     

    영화 <향수>로 더 유명세를 타게 됐답니다.

    하루를 홀딱 투자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감상을 하고 나왔다고 할 수 없을 만큼

    명작으로 가득한 우피치 미술관을 지나는데 엄청 가고파졌어요.

     

    걷다 보니 뭔지 모르게 근사하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풍겨나오는

    레스토랑/카페 모요Moyo를 발견하고는 여기다! 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 기다리면서 와이파이를 즐겨주시고...

    틈틈이 그곳을 드나드는 근사한 양복쟁이 회사원 아저씨들과 잠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보려고 이곳에 들른 기럭지 길고 스타일리시한 피렌체 오라버니들을 감상!

    중후한 매력과 상큼한 매력을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즐거웠습니다.

     

     

     

     

      

    음식들도 깔끔하고 맛있었어요.

    저는 카프리제를 먹었는데 역시 본토의 맛은 다르더군요.

    잊을 수 없는 모짜렐라 치즈의 쫄깃고소함...!!!

     

    함께 마셨던 이탈리아의 생맥주도 어찌나 시원하게 꿀꺽꿀꺽 잘 넘어가던지요!

    점심까지 배부르게 먹고 나니 다시 타비오(Tabio) 일행을 만나

    다음 도시인 로마로 이동할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약속 장소인 산타크로체 성당 앞으로 가서

    얼른 성당 안에 들어가 이 도시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간절한 마음 한 조각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나와 일행과 함께 이동, 버스에 오릅니다.

     

    제 기도가 하늘에 닿았다면 언젠가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요?

    그 날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냉정과 열정사이>에 나온 대사를 떠올리며 피렌체에게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약속은 미래야. 추억은 과거. 추억과 약속은 전혀 다르겠지...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질 않아 우리를 늘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초해하면 안 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는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2039 젊은 여행

    하나투어 타비오 원정대란?

     

    => http://getabout.hanatour.com/archives/84126

     

     

     

    스누피

    글 쓰기, 사진 찍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길 잃어버리기, 여행 다니기, 맛있는 음식, 와인, 달콤한 것들, 홀짝일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차, 책 읽기를 무지하게 좋아하는 아주 보통의 지구인. blog_ http://peanutsholic.blog.me/

    같이 보기 좋은 글

    서유럽의 인기글

    스누피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