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집에 있는 게 미덕인 시대다. 집에만 있어 시간 가는 걸 몰랐지, 더위는 나라님도 못 속인다더니 어느덧 뺨에 닿은 바람에서 더운 내가 났다. 집에 앉아 있는다고 가실만한 더위도, 갈증도 분명 아니었다. 벌써부터 이리 덥다니, 올해 여름 나기를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 그래서 찾아 본 백신 같은 여행지 몇 군데. 모아보니 그곳은 강원도였다.
* 강원도 맛집은 무수히도 많아 제외하고 작성함.
올 여름을 가득 채울 강원도 여행지 4
놀기 좋은 고성
강원도와 여름, 이 두 단어를 읊조리는 순간 필연적으로 바다를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강원도 바다는 깊고, 푸르다. 바다에서라면 보통 해수욕과 물놀이를 즐기지만 고성 바다는 다르다. 동남아 해변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스노클링이 고성 문암해변에서도 가능하다. 동남아 바다와 비교하자면 덜 맑고, 물고기도 화려하지 않지만 떼 지어 재빠르게 다니는 물고기 구경이 재미나다.
한적한 문암해변과 달리 스노클링 포인트는 명소로 알려졌는지 이른 아침부터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리고 스쿠버다이빙이 더 어울릴 만큼 이 포인트는 매우 깊고, 매우 차다. 스노클링 포인트로 개발된 곳이 아니므로 준비 없이 덤비다가는 위험하니 장비와 준비운동을 철저히 지켜 즐기는 것이 좋다.
info. 고성 스노클링 포인트 - 문암해변 능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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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노클링이 신기하고, 물고기 구경도 재미나지만 깊고 차가운 물에 오래 있기 힘들다. 마치 바위가 댐 역할을 한 것처럼 바위 너머 해변가는 얕고도 따뜻해 물놀이하기에 딱 알맞다. 바위와 해초들이 가득했던 스노클링 포인트와 달리 문암해변은 하얀 모래 위, 에메랄드빛 바다를 뽐내는지라 강원도 고성이지만 이국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게다가 고성에는 아야진, 송지호, 봉포항 등 이미 유명한 해수욕장이 많아 문암해변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다. 한적하다는 표현조차 어색할 정도로 한적하고도 한적해 시기적절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방문했던 몇 년 전 여름에도 전세 낸 듯 문암해변에는 우리 일행 외, 아무도 없었다.
: 피크닉 대여 카페 '고성 헬로우씨'에서는 라탄바구니와 라탄주전자, 미니테이블, 테이블보, 린넨 테이블매트, 커피, 쿠키를 14,000에 즐길 수 있다.
바다를 좋아하지만 물놀이를 싫어하는 성격이라면 해변 피크닉을 즐겨보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도 훌륭하지만 잔잔하고, 맑은 고성 바다를 가까이 느껴보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파라솔 아래 린넨을 깔고 커피를 홀짝여보는 것도 색다른 기분일 것이다. 더욱이 피크닉 소품은 인스타 감성을 가득 채워놓아 인생샷 만들기에도 좋다.
걷기 좋은 화천, 별이 예쁜 화천
: 2길과 1길 사이 그늘아래 벤치가 놓여있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연꽃감상하기 딱 좋은 자리!
푸른 바다를 보며 마음을 탁 트여냈다면 초록을 보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시간도 필요하다. 화천 연꽃단지로 시작하는 화천여행은 그런 초록이 가득한 여행지다. 개구리 왕눈이 우산이 떠오를 정도로 넓은 잎을 쫙 펴낸 연꽃은 7월에 개화해 8월이 절정인 대표적인 여름 꽃이다. 강원도는 비교적 추운 날씨가 잦아 길게는 10월 초까지 볼 수 있다.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꽃잎은 깨끗하고 청초해 군자를 상징하거나 불교와 관련 있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 (재미난 건 연꽃의 원산지는 오스트레일리아다.)
듣기 좋은 상징성 때문인지 화천 연꽃단지는 총 23개에 다다르는 규모가 큰 연꽃 군락지를 지녔다. 23개 스폿들이 연꽃과 관련한 이름으로 만들어진 가운데 제2길만이 직접적인 뜻 그대로 연꽃길이라는 이름이다. 23개 스폿들을 보기 힘들다면 제2길 연꽃길에서부터 제1길 연못탐방지원길까지만 둘러보아도 연꽃을 즐기기 충분하다.
화천은 군사지역으로 유명하다 보니 문암해변과 마찬가지로 한적하고도 한적해 역시나 시기적절한 여행지로 꼽을 수 있다. 문암해변이 잔잔히 흐르는 바다를 감상하기 좋았다면 화천 연꽃단지는 푸릇한 논과 풀 길을 따라 산책하기 좋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풀들 속에서 샴푸 향, 아니 힐링을 느끼기 제격이다. 방문했던 시기에도 우리 일행만이 있었다. 한적한 화천 연꽃단지 산책이라면 모처럼 마스크를 벗고 몸 속 깊은 곳까지 기분 좋은 풀 내음을 쌓을 수 있을지 모른다.
: 18-205렌즈, ISO 3200 F4.0 노출 13 / 승리병원 버스정류장 근처
화천의 낮이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면 화천의 밤은 낭만적이다. 공기가 맑은 강원도인만큼 화천에서는 특별한 장비 없이도 쌀알 같은 별과 시기에 따라서는 은하수까지 감상 가능하다. 특히나 여름밤이 주는 미화된 기억을 아는 자라면 별구경 하기 좋은 화천의 밤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삼각대와 M모드가 가능한 카메라가 있다면 경험이 없더라도 충분히 별 사진을 남겨볼 수 있다.
info. 화천 별구경 포인트 - 수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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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예쁜 강릉
앞서 말했듯 내게 '강원도=바다'라는 공식이 통한다. 푸른 바다의 고성과 초록빛 화천이 있다면 푸르고도 푸릇하다, 강릉은 청량한 바다와 초록빛이 배어있는 진한 솔들이 가득하다. 서울에서 빠르게는 KTX로 2시간 남짓, 영화 한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한다면 잔잔한 바다와 초록의 힐링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지금껏 그래왔듯 강릉 또한, 한적하고 한적한 시기적절한 장소가 있다.
사실은 강릉에서 찾은 한적한 장소는 외국 못지않은 오션뷰 수영장으로 유명한 한 호텔 근처 해변에서부터 시작한다. 장군 동상이 눈에 띄는 이 구역은 호텔 조식을 따로 먹지 않고 간단한 식사를 먹더라도 만족스러운 아름답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지녔다.
조금 더 걷다 보면 강문해변이 나오고, 액자 모양의 포토존이나 랜드마크들이 하나 둘 보인다.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도 가까이 있다. 고성 문암 해변이 잔잔한 바다 하나만 있었다면 강릉 강문해변은 은은하게 실려오는 솔향을 느끼기 좋다. 포토존 근처로 드문드문 사람들이 있지만 비교적 한가해 마스크 착용 등의 주의사항을 신경 쓴다면 안심하고 강릉 해변가를 즐길 수 있다.
카페가 예쁜 춘천
카페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있으니 위험하지 않을까, 앞서 소개한 3개의 여행지에 비하면 찾는 사람들이 많은 춘천이지만 높은 인기와 같이 다양한 콘셉트의 카페들이 많아 골라가는 재미가 있다. 맛집은 소개하지 않겠다 밝혔지만 뜨거운 더위를 날리기 위해서는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외면하기 힘든 점도 있다. 다행히 야외 카페인만큼 개개인 주의를 요한다면 즐겨볼 만한 카페 두 곳을 추천한다.
info. Earth17 (어쓰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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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추천 카페는 청년 농부가 직접 가꾼 밭을 두고 있는 '카페 감자밭'이다. 4월 - 5월에는 감자꽃, 청보리, 양귀비 6월 - 8월에는 해바라기 9월 - 10월에는 맨드라미 10월 - 12월에는 핑크뮬리를 비롯해 갈대 등 때에 맞는 꽃밭을 가꾸는 걸로 유명하다. 꽃다발 만들기 같은 체험도 때때로 가능하다. 최근 유행하는 빈 백 야외 카페다. 꽃밭이 가까이 있다보니 벌레들이 있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꽃밭이 그림 액자처럼 보이는 2층을 추천한다.
info. 카페감자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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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아니면 여행, 신랑과 틈틈히 떠나는 주부여행자. 투어팁스 나트랑 가이드북 에디터 / 하나투어 달랏 패키지 컨텐츠 제작 / 한국관광공사 SNS 기자단 / SWALO 여행작가 / 두산백과 두피디아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