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열기는 어느새 잊히고, 조금씩 차가워진 바람에 익숙해질 즈음 우리는 가을이 왔다는 것을 몸으로 알아차리곤 한다. 이제 가을이 왔구나 싶을 때 즈음 어느새 가을빛으로 변해버린 세상에 반해 금방 추워질 거라는 걱정은 잊어버리고 가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가을날, 누군가는 떠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 계절. 충청도의 노란 가을 여행지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충청남도 서천, 신성리 갈대밭
제 키보다 훨씬 커다란 갈대밭을 거닐며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자. 자연이 선물해 주는 가을빛 풍경에 빠져 한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골칫거리들이 서서히 잊힌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서천에 위치한 신성리 갈대밭은 서천군과 군산시가 만나는 금강 하구에 있는 갈대밭이다. 총면적이 10만여 평이 넘는 큰 규모의 갈대밭인데 산책로가 잘 되어 있어 가을이면 갈색빛 갈대밭을 거닐며 산책할 수 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며 한국의 4대 갈대밭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신성리 갈대밭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 해수욕장
가을 여행에 가을 바다가 빠질 수는 없지. 한여름의 열기가 빠져나간 바다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지만 그만큼 더 고요하면서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하늘을 나는 짚라인을 타거나 스카이 바이크를 타면서 가을 바다를 발아래로 내려다보며 짜릿한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한여름 대천해수욕장은 젊은 사람들의 여름 휴양지로도 유명하지만 노을 명소로도 이미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주변에 다양한 숙박, 오락 시설도 잘 갖추어져 있어 편안하게 머물다 가기 쉬운 곳이기도 하다.
대청 해수욕장
충청남도 보령, 은행 마을
조용한 마을이 가을만 되면 낯선 여행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마을이 있다. 바로 충청남도 보령시 청라면에 있는 청라 은행 마을이 그곳이다. 오래된 가옥의 너른 마당과 지붕에는 온통 노란 은행나무 잎으로 물결을 이른다. 어디 집뿐이겠는가, 마을 전체가 이미 노란색 은행나무 잎으로 뒤덮여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가을빛에 흠뻑 취하게 되는 곳이다.
아마 가을날 이 마을의 풍경을 그림으로 담는다면, 노란색 물감을 다 쓰고도 모자라지 않을까 싶다. 대청마루에 앉아 나보다 훨씬 많은 세월을 지내왔을 은행나무를 바라보다 보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되기도 한다.
마을은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다 보니 주차나 소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같이 민감한 시기에는 서로를 배려하며 현명한 여행을 즐기도록 하자.
청라 은행마을
주소 ㅣ 충청남도 보령시 청라면 오서산길 150-65
여행팁 ㅣ 마을 근처 옛 장현초등학교로 가는 길에도 아름다운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
충청남도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와 서산 천수만 철새 도래지
충남 태안에 위치한 신두리 해안사구는 마치 사막을 연상케 하는 생태계 보존 지역이다. 오랜 세월 바람에 의해 날라온 모래들이 쌓여 이룬 곳이며 국내 최대 규모의 사구지역이기도 하다. 또 천수만 철새 도래지 역시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이국적인 곳들이기도 하다.
드넓은 해안사구 산책길을 걷다 보면 바람과 함께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선선한 바람과 원시적인 사구의 모습은 황홀하다 못해 우아하면서 포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래언덕을 비롯해 초총용 군락지, 해당화 동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으며 가을날의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태안 신두리 해안사구
주소 ㅣ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산 263-1
여행팁 ㅣ 해변 근처에 해물칼국수 맛집이 많다. 가능하면 일몰도 꼭 보길.
아름다운 철새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천수만 일대는 국내의 다양한 철새도래지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다양한 철새때를 볼 수 있다. 큰 호수와 넓은 농지 그리고 이따금 지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평온한 모습까지 마치 그림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가을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단, 철새들을 관람하려거든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념해야 한다. 일단 철새를 보기 위해서는 해가 저물 무렵이나 새벽이 좋고, 밝은 옷은 피하고, 큰소리를 내거나 뛰는 것은 삼가야 한다.
서산 천수만 철새 도래지
주소 ㅣ 충청남도 서산시 부석면
여행팁 ㅣ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바로 근처 서산 버드랜드에 방문해보자.
계절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위대하고 경이롭다. 어디로든 마음 놓고 떠나기 힘든 요즘, 북적대는 인파를 피해 조용한 나만의 여행을 즐기기 위한 충청남도 여행은 어떨까? 가을과 함께 즐기는 충청남도 여행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자연과 가을색으로 색다른 여행을 선사해 줄 것이다.
버릇처럼, 열두달 여행. 어느새 버릇이 되어버린 여행. 덕분에 좋은 사람, 좋은 추억이 더 많이 쌓여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