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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 남망산 조각공원의 여유로운 오후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6.05.31

    느긋한 여행자들을 위한 통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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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한 활어들이 펄떡거리는 통영중앙시장 옆에는 푸른 바다와 알록달록한 통영 시내를 배경으로 15점의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작은 산이 하나 있다. 이 산의 이름은 남망산인데, 옛날 이 지역 방언으로 망은 봉우리를 뜻했고, 통영 시내 남쪽에 있어서 남망이라 불리다가 후대에 산자가 추가되었다고 전해진다. 사실 높이가 72m정도로 산이라기보다는 언덕이라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 작고 낮지만,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확트인 시야와 구석 구석 숨어있는 예술작품들로 통영 시민들에게 일상속의 쉼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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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 사이 사이에 여러 예술작품들이 숨어 있어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정식 입구는 지도상의 왼쪽 끝, 통영시민문화회관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차를 가지고 왔다면 이를 지나쳐서 계속 해안쪽 도로를 따라 조각번호 3, 4번까지 간다. 이곳에 커다란 주차장이 있어 차를 대고 공원으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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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장에서 공원으로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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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으로 오는 시간이 점심시간과 맞물려 근처 횟집에서 점심을 먹으려는 인파로 엄청 복잡했는데, 공원에 들어서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주변이 고요해졌다. 와이셔츠 차림에 답답했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 메고,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니 근처에 직장을 둔 사람들은 도시락을 들고와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여유를 찾는 듯 했다.
    우리도 공원 테이블 벤치에 앉아 가볍게 편의점 도시락으로 요기를 떼우고, 공원 산책에 나섰다.
    (공원안에 편의점이나 매점은 없으니 근처에서 사가지고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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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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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 Birth. 앤토니 곰리 Antony Gormley. 영국 England

     

    오솔길을 걷다보니 불쑥 이상하게 생긴 조각상 하나가 나타났다. 선인장 위에 앉아있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영국 작가 작품으로 인체와 소우주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제목은 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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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유 - 출항지 Metaphor - The port, 심문섭 Shim Moon Seup, 한국 Korea

     

    산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나타는 이것은 출항지라는 작품으로 만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인간을 여정을 표현했다. 바다와 배의 이미지에 음과 양, 무한과 유한 등의 동양 윤회 사상을 접목 시켰다고 한다.

    지극히 일반인의 눈이라 작품들을 보며 그런 심오함을 해석해낼 능력은 없었지만 어쨌든 푸른 잔디위에 멋지게 놓여있는 작품들 사이를 산책하니 기분만은 봄빛을 잔뜩 담고, 한껏 밝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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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사이에 우아하게 자리잡은 은행나무 한그루. 은행나무는 가을에 노랗게 물든 모습도 아름답지만 봄철 연한 연두빛으로 새 잎이 날 때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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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의 움직이는 풍경 Motion Pictures of 4 landscapes. 이토 가카미치 Ito Takamichi. 일본 Japan

     

    거울처럼 반짝이는 스테인레스 판들이 회전하며 사계절 다른 모습, 다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마치 사차원으로 가는 문이라도 열려 공간이 왜곡되어 보이는 것처럼 착시현상이 생기는 작품이라 한참을 이리 저리 쳐다보게 했다. 왼쪽에 있던 남편이 저쪽 반대편에 가있는 듯 보이기도 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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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수스 라파엘 소토 Jesus Rafael Soto. 베네수엘라 Venezuela

     

    앗! 스파게티다!
    작가에게 미안하지만 이것이 남편이 남긴 이 작품에 대한 첫인상이다. 게다가 나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키타에서 직접 만들어 봤던 이나니와 우동 건조장이 떠오르지 않았다고는 절대 말 못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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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관객이 직접 사이를 돌아다니며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체험하는 곳이라고 한다. 작가의 의도에 부응하기위해 우리도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다녀 보았다. 같은 시간에 있어도 다른 공간에 있는 듯, 바로 옆에서 남편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들리는데도 그 모습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이런 것이었을까? 하긴. 내가 이 공간에 있다고 해서 내가 온전히 이 시간에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마음은 언제나 콩밭에.
    그나저나 이거 작가 이름이 지저스, 예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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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공의 중심 The central point in the air. 김영원 Kim young won. 한국 Korea

     

    남편이 이건 보지마! 라고 외쳐서 돌아보게 되었던 작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강하게 하지말라고 외치는 건 꼭 하라는 소리 아닐까? ^^;
    삶과 죽음, 정신과 물질 등 이원론적 사고의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자연 그대로의 인간이 정신세계와 물질세계를 포용하는 순수한 생명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였다고. 인체를 놀랍도록 정교하게 재현하여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들도 감탄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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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에 가로수로 많이 심어진 종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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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제 No title. 자연 Nature

     

    이건 자연이 만든 작품. ^^
    통영에 도착했을 때 첫인상이 매우 이국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이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있는 종려나무 때문이었다. 제주도에서 많이 가져와 조경을 위해 심었다고 한다.
    남망산 조각공원내에도 종려나무가 많이 있는데, 요즘이 꽃필철이었던가보다. 몽글 몽글 꽃잎은 없고, 수술만 있는 꽃들이 나무마다 탐스럽게 피어있어 이목을 끌었다. 종려나무꽃은 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줄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꽃을 피우며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니. 이 나무 몇그루가 통영을 더욱 독특하게 만드는 듯 했다.

    공원에는 총 15점의 작품이 곳곳에 있는데, 숲길 사이사이에서 보물찾기처럼 만나게 되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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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의 반대쪽 전망. 미륵도에있는 마리나리조트와 국제음악당 그리고 그 뒤로 한산도가 보인다

     

    숲길을 걷고 있다 싶으면 어느새 푸르른 바다전망을 가진 잔디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숲길과 잔디밭, 바다 풍경에 예술 작품까지 작지만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남망산 조각공원에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통영에 오면 꼬옥 들렀다 가야할 필수 포인트라고까진 할 수 없지만 여유로운 신선놀음을 즐기는 여행자라면 들러볼 만 하다.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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