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600만이 안 되는 인구를 가진 도시국가다. 중국계·말레이계·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이 싱가포르 사회를 구성한다. 이중 중국계가 7할이 넘고 말레이계가 13%, 인도계가 9% 정도의 비율을 차지한다. 다양한 문화가 숨 쉬고 있는 싱가포르에서 각기 다른 문화를 체험해보자.
'싱가포르 속 3개국(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여행'이라는 테마로 이채로운 공간 세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싱가포르 속 중국, 차이나타운
MRT 차이나타운역[NE4/DT19] 하차
싱가포르의 웬만한 곳은 지하철로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 출국하기 전 한국에서 싱가포르 지하철 노선을 상세히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다운로드하고 갔다.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은 'Singapore MRT'이다.
:: 지하철역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빠져나오자마자 보이는 광경.
차이나타운역 A 출구로 나오는 길에 차이나타운의 색다른 분위기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천천히 올라가며 느끼게 되는 이국적인 매력에 설렘의 크기가 배가된다. 싱가포르에서 느끼는 또 다른 중국.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식사 시간 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나타운의 식당에는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러 나라의 차이나타운을 가봤는데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차이나타운 특유의 '번잡함'이 참 좋다. 여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욱 크게 와닿기 때문이다.
한자로는 우차수(牛车水). 차이나타운에서 길을 걷다 보면 초콜릿, 엽서, 자석, 티셔츠 등 재미있는 기념품을 많이 구경할 수 있다.
한약재나 전통 수공예품, 서예 작품 등도 심심찮게 보인다. 싱가포르의 만만치 않은 물가를 감안했을 때 차이나타운 내 기념품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이 아니다.
에그타르트 가게, 동흥(東興)
285 South Bridge Rd, 싱가포르 058833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통흥>이라는 이름의 에그타르트 집을 찾아갔다. 한자로는 동흥(東興)이다.
포장해서도 팔고, 낱개로도 판매하니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가격 대는 1.9 싱가포르 달러, 한화로는 약 1천 6백 원 수준이다.
차이나타운 해리티지 센터
48 Pagoda St, 싱가포르 059207
http://www.chinatownheritage.com.sg/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페인팅. 절로 카메라 셔터에 손이 간다. 이 그림 안에도 싱가포르가 가진 다문화 요소가 잘 녹아 있다. 이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어 볼 것을 권한다.
차이나 해리티지 센터 거리 곳곳에 조악한 조형물들이 있다. 조형물을 통해 과거 싱가포르로 이주한 중국인들의 신산했던 삶을 엿볼 수 있다.
#2. 싱가포르 속 말레이시아, 사테 거리
MRT 래플스 플레이스(Raffles Place)역[EW14/NS26] 하차
이번엔 말레이시아를 느껴 볼 차례다. 말레이시아의 꼬치구이인 사테(satay)를 맛볼 수 있는 사테 거리다. 사테 거리의 가게들은 대부분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한다. 차이나타운을 오후 혹은 저녁에 갔다면 사테 거리는 그보다 더 느지막이 갈 것을 권한다.
본인은 해가 저물 때까지 알차게 여행을 다니다 밤이 깊은 11시 즈음 방문했다. 아무래도 심야이다 보니 여타 다른 블로그에서 봤던 것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늦게 갔던 덕분에 더 여유롭게 사테를 먹을 수 있다.
직원이 한국어로 유창하게 다가오니 홀린 듯 앉아버렸다. 사진 속 비주얼을 기대하고 주문을 했다. 새우,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 등을 다양한 소스와 함께 채소와 곁들여 먹을 수 있다. 꼬치구이를 먹기 전까지 자욱한 숯불 연기를 참아내야 했는데 과연 보람이 있는 맛이었다.
사테 거리에 방문하기 전에 저녁을 든든히 먹기도 했고 중간중간 군것질도 했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양의 세트 메뉴를 시켰다. 세트의 구성은 닭꼬치 10개, 양과 소고기 꼬치 10개. 새우 6개로 가격은 26 싱가포르 달러다. 꼬치 구이만 먹기엔 아쉬우니 차가운 타이거 맥주도 시킨다.
최근 한국 여행 프로그램에 방영된 이후 더욱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사테 거리를 소개한 한국 TV 화면과 책자를 프린트해 놓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노점 형태이다 보니 밖에서 시원하게 사테와 맥주를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선선한 바람, 바삭한 꼬치, 청량한 맥주 모두 다 좋았다. 싱가포르 여행 중 늦은 밤 즐길 거리를 찾고 있다면 반드시 사테 거리를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3. 싱가포르 속 인도, 리틀 인디아
MRT 패러 파크(Farrer Park) 역 [NE8] 하차
리틀 인디아, 말 그대로 작은 인도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살 거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한 쇼핑센터인 무스타파를 가기 위해 발길을 재촉했다.
지하철역을 나오자마자 다른 싱가포르 구역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생김새부터 판매 중인 물건과 후각으로 느껴지는 향신료 냄새까지. 모든 감각이 이곳을 '인디아'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곳이었다.
리틀 인디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무스타파를 중심으로 상점 거리가 형성되어 있다. 좁다란 도로 하나를 두고 양옆으로 인도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 주소 : 145 Syed Alwi Rd, 싱가포르 207704
무스타파 센터는 지하 2층부터 지상 4층까지 이어지는 대형 쇼핑몰이다. 여행 기념품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무스타파를 추천한다. 규모도 규모이지만 무려 24시간 운영된다.
주로 저가형 제품이 많다. 카야 잼, 해피 히포(킨더 초콜릿), 히말라야 립밤 등 여행 좀 다녀본 사람들은 한 번 쯤 들어본 인도, 싱가포르의 쇼핑 아이템이 이곳에 가득하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 차이나타운 못잖게 아기자기한 기념품이 다양하다.
분명 싱가포르 여행기인데, 중국과 말레이시아, 인도 이야기를 많이 한 듯하다. 그런데 이런 점이 싱가포르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싱가포르 총리는 독립기념일 연설을 할 때 중국어와 말레이어, 영어를 모두 사용한다고 한다. 이처럼 싱가포르는 여러 국가의 문화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곳이고, 모두가 서로의 문화를 인정하는 곳이다.
3개국 혹은 그 이상의 문화와 수시로 조우하게 되는 곳, 싱가포르. 싱가포르가 '아테네 이후 가장 놀라운 도시국가'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러한 다양성 덕분이 아닐까?
대학 졸업 후 보도전문채널 기자로 합격했다.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오늘이 가벼운 당신에게 오늘의 무게에 대하여》의 저자다.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팟캐스트 듣기를 좋아하고, 성대모사를 잘한다고 ‘착각’하며, 네 명 이하의 동년배들과 소주 마시기를 좋아한다. 아, 그리고 유부남이다. 행복하다. 진짜다. sbizconomy@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