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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칸반도 여행의 신흥강국, 세르비아를 찾아서

    이수호 작가 이수호 작가 2020.05.25

    세르비아(Serbia)는 내전과 독립의 역사로 이뤄진 구 유고슬라비아의 심장과도 같은 나라다. 본래 구 유고슬라비아는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북마케도니아, 코소보가 하나의 나라였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섞여 각종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오랜 내전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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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르비아는 발칸반도의 중심, 판노니아 평원에 자리하고 있는 나라다. 구 유고슬라비아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나라로 예나 지금이나 베오그라드(Belgrade)를 수도로 하고 있다. 1991년과 1992년 사이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북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가 각각 독립하자 연방의 중심이던 세르비아가 크게 반발해 유고슬라비아 전쟁을 일으켰다. 그런 이유로 '유럽의 화약고'라는 오명이 붙었다. 여러모로 주변국들에게 민폐만 끼쳤던 세르비아는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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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쪽의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남쪽의 몬테네그로를 거쳐 육로로 세르비아 서남부로 들어섰다. 세르비아 서남쪽에는 성 사바의 유해가 묻힌 성소, 밀레세바 수도원이 자리하고 있다. 11세기 세르비아의 왕이던 스테판 블라디슬라프에 의해 지어진 수도원으로 최초의 세르비아 정교회 주교인 성 사바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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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세바 수도원 인근에 자리한 모크라 고라(Mokra Gora) 지역은 자동차로 접근하기 어렵다. 거대한 협곡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여행자는 '사르간8 협궤열차'에 올라 모크라 고라로 향한다. 영화 <삶은 기적이다>에서 나오는 증기 기관차를 복원한 것으로 아찔한 절벽과 협곡 사이를 누비며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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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르간8 협궤열차는 외국인 여행자는 물론 세르비아 내국인에게도 매우 유명한 교통수단이다. 모크라 고라에서 드르벤그라드 마을까지 운행하는데, 세 명씩 마주 보며 덜컹거리는 좌석에 앉아 떠나는 약 1시간의 여행은 21세기 이전으로 초대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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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모크라 고라 인근의 오래된 기차역은 사르간8 협궤열차를 타기 위해 모인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특히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작은 마을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기차역을 찾은 세르비아 청소년들이 많다. 그들 역시 드르벤그라드 마을까지 협궤열차를 타고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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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궤열차 종착역인 드르벤그라드(Drvengrad)는 아름다운 영화 마을이다. 영화 <삶은 기적이다>의 감독 에밀 쿠스트리차가 조성한 마을로 세르비아 동남부 모크라 고라 지방에 자리한다. 마을 자체를 영화 세트장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것이 특징이다. 작은 마을에 교회와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전문점이 드문드문 흩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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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르벤그라드 영화 마을은 느긋느긋 산책하듯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즐기고 개성 넘치는 아이템이 있는 기념품 숍에 방문하는 것도 좋다. 특히 발칸 지방의 전통술, 라키야를 매우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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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르벤그라드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나오는 오플레나츠(Oplenac)는 세르비아를 세운 이들이 잠든 마을이다. 이곳 토폴라 지역에 자리한 오플레나츠 수도원이 유일한 볼거리다. 오플레나츠는 1804년 세르비아의 혁명가, 카라 조르제가 지도자로 선출된 장소다. 당시 그와 그의 가문은 여기서 오스만 제국에 대항했고, 현재 세르비아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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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플레나츠 수도원은 정 조지에게 봉헌된 백색의 정교회 건물이다. 4천만 개가 넘는 모자이크 조각과 초대형 샹들리에, 다섯 개의 녹색 돔에 그려진 천장화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내부 또한 매우 화려한데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가운데 천장 화가 으뜸이다. 카라 조르제 가문의 무덤이 있는 아래층의 벽화와 장식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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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플레나츠를 뒤로하고 북쪽으로 향하면, 수도 베오그라드에 닿는다. 베오그라드는 현지어로 '하얀 도시'라는 뜻을 지녔다. 구 유고슬라비아의 수도였던 도시만큼 발칸반도의 심장으로 통한다. 올드타운과 쇼핑 거리, 유적이 어우러져 독특한 볼거리를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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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바 성당은 베오그라드의 랜드마크와도 같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정교회 성당으로 13세기에 출발한 세르비아 정교회의 창시자이자 초대 대주교였던 성 사바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터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성당을 모티브로 설계했으나 2차 세계대전으로 건축이 중단됐다. 이후 재공사와 내전을 거치면서 여전히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1만 2천여 명이 예배를 올릴 수 있다니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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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오그라드 성벽도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예부터 수많은 전쟁을 겪은 도시답게 베오그라드는 성벽이 크게 발달했다. 베오그라드 중앙역 기준, 북쪽 도나우 강변 언덕에 자리한 성벽 일대는 거대한 공원으로 꾸며놓았다. 칼레메그단 요새라고도 불리는데, 여기서 '칼레'는 터키어로 요새, '메그단'은 아랍어로 넓은 평원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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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오그라드 성벽은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번 무너지고 다시 지어졌다. 남은 흔적을 복원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데, 성벽 근처에 군사 박물관이 자리하고 주변으로 오래된 대포가 늘어서 있다. 승리자 동상, 사하트 탑, 군주의 문, 카를 7세 문 등도 꼭 둘러봐야 할 포인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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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는 '베오그라드의 명동'이라고 불릴 만하다. 시내 중심에 자리한 대표적인 보행자 전용거리로 17세기 후반, 흩어져 있던 구시가지를 연결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거리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으며 곧게 뻗은 거리를 기준으로 대형 백화점, 수공예 기념품 판매점,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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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바 강 서쪽에는 제문(Zemun)이라고 불리는 올드 타운이 자리한다. 작은 강 하나를 건너왔을 뿐인데, 베오그라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태 봤던 발칸과는 다른 이국적인 가옥이 즐비한데, 마치 중남미의 소도시를 찾은 느낌마저 든다. 이곳의 가장 높은 곳에 우뚝 서 있는 가르도스 타워는 베오그라드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멋진 명소다. 1896년에 지어졌으며, 천 년이 지나서 그런지 '밀레니엄 타워'라는 별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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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오그라드 북쪽 근교의 노보 호포보 수도원은 주라지 브란코비치에 의해 건축이 시작되어 16세기 후반에 완공됐다. <베들레헴의 아이들>, <교회당 학살> 등 수도원 내부의 벽화와 천장화는 꽤 볼 만하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수도사들이 직접 담은 고품격 와인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독특한 세르비아 와인을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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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보 호포보 수도원 인근에 자리한 스렘스키 카를로브치(Sremski Karlovci)도 명품 와인을 빚기로 유명하다. 베오그라드와 노비사드 사이에 자리하고 있으며, 30분 정도면 마을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성 니콜라스 대성당과 칼르로비차 짐나지아 학교 정도가 주요 관람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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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렘스키 카를로브치가 유명한 이유는 와인 때문이다. 스렘스키 카를로브치가 속한 이곳 일대는 세르비아 와인의 주 생산지다. 크고 작은 명품 와이너리가 도시 곳곳에 자리해 질 좋고 맛 좋은 와인을 쉽게 즐길 수 있다. 아직 세계적으로 발칸 와인은 변방에 가까운데, 그래서 더욱 유니크한 맛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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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오그라드 북쪽에 자리한 노비 사드(Novi Sad)는 세르비아 제2의 도시다. 도나우 강을 따라 차로 약 1시간 거리다. 17세기 도나우 강변에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고, 과거 오스트리아와 오스만제국의 경계에 자리해 군사적인 요지가 되었다. 베오그라드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기에 많은 여행자가 당일치기로 노비사드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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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비사드 여행은 시청 건물과 대성당이 있는 자유광장에서 시작한다. 자유광장은 노비사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으로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 여행자를 상대로 한 기념품 전문점이 즐비하다. 도나우 강과 노비사드를 한눈에 조망하고 싶다면, 강 건너 페트로바라딘 요새에 올라보는 것도 추천한다. 백색 시계탑과 중세 가옥이 그대로 보존된 구시가지에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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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유럽여행을 기대한다면, 동유럽 발칸반도의 세르비아는 어떨까.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의 인기에 아직 가려져 있어 유니크하고 순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인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코소보 등과 함께 여행하면 더욱 멋진 일정이 완성된다. 

    이수호 작가

    12년차 여행전문 기자. 온라인에서 ‘기곰천사’라는 닉네임으로 활동 중인 여행작가. 계획 없는 여행을 선호한다.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는 길 위에서의 불확실성을 즐긴다 - 국내여행잡지 KTX매거진 기자 - 해외여행잡지 <에이비로드> 기자 - 대한항공 VIP매거진 기자 - 제주항공 기내지 <조인앤조이> 기자 - 아시아태평양도시관광진흥기구(TPO) 매거진 기자 - 홍콩관광청 공식 가이드북 <홍콩요술램프> 저자 - 홍콩관광청 공식 미식가이드북 <美식홍콩> 저자 - 가이드북, <모로코 홀리데이> 저자 -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관광청 가이드북 공저, 감수 - 스위스 융프라우 철도 여행 가이드북 공저, 감수 - 여행에세이 <남미로 맨땅에 헤딩>, <남미가 준 선물>, <남미 찍고 미지의 중미로>, <중남미에서 꿈을 찾다>, <지중해, 뜨거워서 좋다!>, <일탈, 스페인 열정>, <진짜 모로코와 만나는 시간> 저자 - 72개국, 330 도시 여행, 취재 경험 - 2016년 1월, 대한민국 대표 여행작가로 핀란드에 초청 - 2016년 10월 SKT 대표 여행작가 내정 - 2017년 1월, 2년 연속 핀란드 초청 - 여행가이드북 어플, 트리플(Triple) 파리, 바르셀로나, 런던, 프랑크푸르트, 뉴욕 저자 - 2017년~ 이수호 여행작가와 함께 떠나는 여행상품(모로코, 페루&볼리비아) 출시 및 인솔 - 2018년 가이드북, <페루 홀리데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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