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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ng Song 2013.06.15

    카테고리

    교통, 칸사이

     

    JR타고 떠나볼까, 일본 기차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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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타고 신나게 달려가보자. 높은 산도 지나고 넓은 들도 지나고.
    푸른 산을 지날 땐 산새를 찾고, 넓은 바다 지날 땐 물새와 놀고,
    설레임을 가득 안고 달려가보자. 새로운 세상이 자꾸자꾸 보인다."

     

    어린 시절 가장 좋아하던 동요는 바로 이 곡, 제1회 KBS 창작동요대회 우수상 수상곡 "기차를 타고". 신나는 멜로디와 청아한 목소리도 하나의 매력이지만, 어린시절 내 마음을 훔친 건 다름 아닌 기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새로운 세상이 자꾸자꾸 펼쳐질 거라는 가사였다. 비록 기차여행을 하며 산새를 찾거나 물새와 노닐지는 못했지만 기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으니, 영 틀린 말은 아니었나보다. 그래서인지 난 유독 기차여행을 할 때 더 설레이는 기분이 든다.  

    기차는 유독 여행과의 궁합이 좋다. 그, 혹은 그녀와 떠나는 첫 번째 여행에 기차여행을 떠올리지 않은 이는 없을테고, 밤기차에 몸을 싣고 불쑥 떠나는 상상을 하지 않은 이 없으리라. 떠나는 이와 남겨진 이의 심경을 가득 담기에도 안성맞춤이어서일까 각종 영화와 노래에 소재로도 빈번히 등장한다. 비행기처럼 도심과 떨어진 공항에 일찌감치 도착해 줄을 서고 수속을 밟을 필요도 없고, 버스나 자동차처럼 도로가 막힐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저 여행을 떠나는 설레이는 마음, 주변 풍경을 즐길 여유와 티켓 한 장만 있으면 기차 여행 준비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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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대한민국 자유이용권을 손에 넣은 듯 청춘의 특권으로 떠났던 내일로 기차여행부터,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셀린느와 제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 반해 떠났던 오스트리아 기차여행까지. 안타깝게도 비엔나행 열차에는 제시는 커녕,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한 카페 객차의 종업원과 소녀시대와 카라에 열광하는 웬 30대 프렌치 아저씨만이 내 곁을 지켰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나고 나니 추억하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기차여행의 낭만이다. 이랬던 내가 오랜만에 기차 여행을 하게 되었으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철도왕국 일본에서 JR서일본철도의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패스(Kansai Wide Area Pass)가 그 주인공. 이 철도패스가 나를 또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가주리라. 

     

     

    JR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패스 (Kansai Wide Area 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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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가 떨어져 일본 물가에 큰 부담은 없지만 일본의 교통비는 여전히 만만치않다. 왜 일본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이 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지 그야말로 확- 와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 도시에만 머물며 뚜벅이 여행을 할 수는 없는 법.

    철도의 왕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게 훗카이도 레일패스, 간사이 쓰루 패스, JR패스 등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패스들이 마련되어 있다. 정기승차권을 제외하고는 내일로 패스와 자유여행패스 3종이 전부인 한국의 철도 시스템과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규모다.

    20개가 넘는 다양한 패스가 있으니 본인의 목적지, 여행일정에 따라 적합한 패스를 선택하면 된다. 정해진 기간 내 정해진 열차를 무제한 이용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내일로 패스와 JR패스는 많이 닮아 있지만 내일로 티켓이 전국구를 커버하는데 비해 대부분의 JR패스는 특정 지역에 국한되어 있고 열차 내 티켓 검사가 철저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45425" align="aligncenter" width="780"]출처 : JR서일본 여객철도 주식회사(http://www.westjr.co.jp/) 출처 : JR서일본 여객철도 주식회사(http://www.westjr.co.jp/)[/caption]

     

    오사카, 고베, 히메지, 키노사키 등이 목적지였던 내가 선택한 패스는 JR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패스. 4일간 7000엔(11세 이하 어린이 : 3500엔)으로 간사이 주요지역(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히메지)과 오카야마, 쿠라시키 지역 및 기노사키 온천을 연결하는 고속열차 산요 신칸센과 특급열차 및 기존 노선들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특별 레일패스다.

    게다가 간사이국제공항에서부터 이용가능하니 간사이 공항으로 입국해 간사이 지역을 여행하는 여행객들에겐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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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누구나 JR 간사이 와이드 에리어 패스를 구입할 수는 없다. 15일 이내의 단기 체류 외국인만 구입이 가능하다. 즉, 학생비자나 유학비자, 워킹홀리데이 비자 등을 소지한 외국인들은 구매가 불가능하다.

    패스 구입 루트는 세 가지다. 한국에 있는 여행사에서 패스교환권(MCO : Miscellaneous Charges Order)을 구입 후 현지에서 패스로 교환하는 법,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westjr.co.jp/global/kr/travel-information/pass/kansai_wide/agree.html)에서 예약 후 JR서일본 창구에서 수령하는 법, JR서일본 창구에서 현장 구매하는 법. MCO교환장소 및 현장구매가 가능한 JR역은 JR서일본 홈페이지에서 조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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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JR역 녹색창구, 즉 미도리노 마도구찌에서 현장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여권과 출국카드, 귀국 항공권(E-ticket 포함)이 필요하고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본인의 서명과 함께 거주 날짜, 이름과 국적, 여권번호 등을 기입하고 결제하면 패스를 손에 넣을 수 있다. 패스 발급과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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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의사항

    발급된 패스 위에는 투명의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 스티커가 벗겨질 경우 패스가 무효 처리되니 주의해야 한다. 또, 이 패스로는 지정석, 그린차, 침대차 승차는 불가능하니 필요한 경우 별도의 좌석 지정권, 침대권 등을 구입해야 한다. 일본 체재 중 딱 한 번만 구매할 수 있으니 이동이 잦은 여행객들은 본인의 동선, 일정을 고려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날을 패스 개시일로 지정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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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사이 공항특급 '하루카(Haruka)' 열차다. 좌석 간격이 넓고 데크에 가방을 보관할 수 있는 수하물 공간이 있어 여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하루카 운행구간인 간사이공항에서 교토역까지는 2980엔. 하루카만 왕복으로 탑승해도 무려 6천 엔에 가까운 가격이니 그 외 지역을 한군데 이상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충분히 찾는 셈이다. 게다가 기존의 JR패스 전국권을 구매해도 이용할 수 없었던 산요신칸센 노조미(신오사카-오카야마)도 탑승할 수 있으니 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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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 승차권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일반적으로 한국의 과거 지하철 승차권을 개찰구에 넣고 통과한 후 표를 다시 돌려받는 시스템이지만 패스 이용자들은 조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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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JR역의 맨 왼쪽 혹은 오른쪽에는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는 창구가 마련되어 있다. 패스 소지자들은 일반 개찰구로 통과할 수 없으니 맨 끝 개찰구를 이용하자. 개찰구를 출입할 때는 창구의 직원들에게 패스를 보여주고 유효기간 등을 확인 받는다. 교통카드를 삑- 하고 스캔하고 지나다니는 게 일상이던 한국인들에겐 다소 불편한 방법일 수 있으나 최소한 친절한 일본 직원들의 인사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으니 그걸로도 만족이다. 특히 여행을 하다보면 주변의 구경거리, 숙소 길찾기 등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할 일들이 빈번히 있는데 이 곳에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도 좋다.

      

     

    JR열차에는 여성전용칸이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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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버설스튜디오 재팬에서 오사카 역으로 가던 중 바닥에 적힌 'Women Only'라는 문구를 발견했다. 화장실도 아니고 탈의실도 아니고 지하철 역에 여성전용이라니. 유심히 살펴보니 이 줄에 기다리는 승객들도 모두 여자들. 남성 승객들은 아래 문구를 보는 즉시 다음 칸 대기줄로 자리를 옮긴다.

    알고보니 전체 JR열차는 아니지만 일부 JR열차는 실제로 여성전용칸을 운행중이다. 철도 이용이 생활화 되어 있는 일본인만큼 지하철 내에서 성희롱, 성폭행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JR서일본은 2002년 여성전용칸 제도를 도입해 노선에 따라 출퇴근 시간에만, 혹은 하루종일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치한이 걱정되는 이들, 미연에 방지하고 싶은 여성 승객이라면 여성전용칸을 이용한다고 한다. 여성전용칸 적용 시간 내에 탑승한 남성 승객에 대해서는 단속을 통해 벌금도 부과한다고 하니 여행객들 역시 유의할 것. 모르쇠로 일관하기에는 너무나 떡하니 영어로 "Women Only"라고 적혀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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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호선에서 9호선은 물론 분당선, 경춘선, 중앙선, 경의선, 공항철도가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서울 지하철을 문제 없이 이용하는 나인데, 열차를 이용하는 게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일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공항과 연결하는 라인은 영어 방송과 영어 자막을 이용할 수 있지만, 일본어를 모르는 외국인에게는 목적지를 읽는 것 조차 어려운 일. 게다가 영어로 된 안내판은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특히 환승역이라도 되면 그야말로 넘실대는 인파 사이에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같은 게이트에도 다른 목적지의 열차가 함께 들어오고, 어떤 역에서는 양 쪽 승강문이 동시에 열려 어디로 내려야하는지 몰라 갈팡질팡하기 마련. 하지만 위로가 되는 점은 양쪽 문이 열리는 열차에서 일본인들조차 이쪽과 저쪽을 오가며 헷갈려 한다는 것. 비단 나에게만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며 어쭙잖은 합리화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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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메지성으로 향하는 이른 아침 기차 안에서 샌드위치에 삶은 계란, 거기다 치킨에 과일까지, 푸짐한 도시락을 먹고 있자니 문득 어린시절 가족과 함께 떠난 기차여행이, 친구들과 떠났던 동해 밤기차 여행의 기억이 칙칙폭폭 스쳐지나간다. 그 때 그 시절 삶은 계란과 바나나우유, 버터구이 오징어와 왁자지껄한 수다들로 가득 채운채 달리던 기차처럼 오늘의 JR도 힘차게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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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에 젖은 기차가 또 다음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적어도 나에게 여행지에서 만나는 비는 성가시면서도 반갑기 마련. 사전에 계획했던 일정을 변경해야할 뿐 아니라 한 손에는 우산,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여행지를 거니는 건 여간 번잡스러운일이다. 하지만 갑작스레 내리는 비 덕분에 여행지의 색다른 매력을 만나볼 수도 있기에 또 하나의 비 내리는 일본이 내 기억에 스며든다.

    낭만을 싣고 추억을 배달하는 일본 기차여행. 또 다음 기차여행에서는 비 내리는 JR열차를 추억하게 되겠지.

     

     

    ※ 취재지원 : Get About 트래블웹진

     

     

     

    Song

    이야기가 가득한 일상을 꿈꾸는 20대. 터키교환학생을 비롯해 필리핀, 싱가폴, 뉴질랜드, 호주, 유럽 등을 여행하며 길 위에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세상을 배우는 중. 꿈꾸듯 행복하길, 매일 여행하길, 내일 더 사랑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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