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공방 체험, 눈처럼 하얀 치즈를 만들다
수도권에서 가까우면서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당일 여행지로 인기 있는 포천에도 요즘 유행하는 치즈 공방이 있다. 이곳에서는 내가 만든 치즈와 함께 점심을 먹을 수 있으니, 포천 여행 중 점심 코스로 끼워 넣으면 좋을 듯하다.
공방을 찾아 포천에 도착했더니, 도심에는 녹고 없는 흰 눈이 소복이 쌓여 금세 자연 속으로 포옥 파묻힌 느낌을 준다.
하얀 설원에 하네뜨 치즈 공방 건물이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작은 치즈 제조 시설을 갖춘 체험객을 위한 공방이고, 젖소를 키우는 농장과 치즈, 요거트 등을 가공 생산하는 곳은 근처에 약간 떨어져 있다고 한다.
치즈 만드는 고소한 시간
치즈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가공법과 숙성에 따라 치즈를 분류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오늘 우리가 만들어 볼 치즈는 카테지 치즈(코티지 치즈)와 스트링 치즈다.
치즈 공방의 대표님이 직접 설명을 해 주셨는데, 부드럽지만 열정적인 말투에서 우유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느껴졌다. 왜 요거트와 치즈 연구에 몰두하시는지도 설명해 주셨는데, 그 이유가 재미있다. 우유를 만드는 집으로 시집을 왔지만 사실, 본인은 우유를 마시면 배탈이 난다고 하신다. 그러다 우유를 요거트로 만들어 마시면 배탈이 안 난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유제품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고, 그 열정이 공방까지 차리게 되는 지금에 이르렀다고.
공방 뒤쪽의 치즈 제조 시설. 우유를 저온으로 끓여 살균하고, 린넷을 첨가하는 등의 작업을 하는 곳이다.
1. 코티지 치즈 만들기
첫 번째로 간단한 코티지 치즈 만드는 방법을 설명해 주셨다.
1. 우유 1리터를 35-40도 정도로 데우다가 불에서 내린다.
2. 레몬 1개 분량의 즙을 데운 우유에 넣고 슬슬 저어준다. 이때 레몬즙 대신 식초를 사용해도 되는데, 나중에 만들어진 치즈에서도 콤콤한 식초 냄새가 나니, 싫어하는 사람은 주의할 것.
3. 몽글몽글 카제인 단백질이 굳어 덩어리가 지기 시작하는데, 30분쯤 그대로 둔다.
4. 거즈에 걸러서 굳어진 단백질 덩어리와 유청(빠져나간 물)을 분리한다. 유청은 버리지 말고, 세안용으로 쓰면 피부가 고와진다.
▲ 우유에 산(구연산이나 식초, 레몬즙)을 첨가하자 몽글몽글 굳어가고 있는 카제인 단백질
▲ 거즈로 꾹 짜서 소금 간을 약간 하고, 냉장해 두고 먹는다
2. 오늘의 하이라이트, 스트링 치즈 만들기
코티지 치즈는 맛보기 수업이었고, 치즈 공방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스트링 치즈를 만드는 것이다. 저온살균한 원유에 린넷을 첨가해 굳어진 치즈로 모양 만드는 것인데, 사실은 조물딱 조물딱 갖고 노는게 더 크다. 살균이나 린넷 첨가 등은 우리가 직접 하지 않고, 이미 준비된 연치즈 덩어리가 따뜻한 유청에 담겨 나오는데, 그 말랑말랑 미끈 미끈한 느낌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하염없이 갖고 놀고 싶게 한다.
그리고, 많이 보셨을 치즈 늘리기. 어찌나 탄성이 좋은지 한 덩이를 잡고, 일정한 힘으로 다같이 당기면 이렇게 트램펄린같이 넓게 펴지며 늘어난다.
한참 주물러서 탄성을 좋게 한 치즈를 이제 가래떡 모양으로 길게 만들어 낸다.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스트링 치즈처럼 스틱형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치즈가 식으면 이렇게 우리가 흔히 아는 실 (스트링)처럼 죽죽 찢어지는 스트링 치즈가 되는 것이다.
사실 모양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이렇게 잘게 찢어 녹여 먹을 예정이기 때문. 뭐니 뭐니 해도 공방 체험의 가장 좋은 점은 비싼 스트링 치즈를 대량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치즈 마니아라면 꽤 탐내볼 만한 체험. 그러나 하루쯤 다이어트는 완벽하게 포기해야 한다.
빵 위에 치즈를 원없이 뿌려 전자레인지에 2분. 바깥에 쌓인 눈처럼 순백의 치즈 빵이 탄생했다. 뜨끈한 눈 빵.
그리고 우리가 만든 (갖고 놀던) 치즈를 잔뜩 뿌려 먹게 될 메뉴를 선택해야 한다. 치즈김치볶음밥, 토마토 스파게티, 또띠야 피자, 치즈 김치 부침개가 선택으로 주어지는데, 우리는 스파게티를 선택했다.
스파게티 위에 소스와 치즈를 붓고, 녹여 먹는데, 음...치즈는 훌륭했으나, 소스가 그냥 병에 든 소스에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거라 엄청 밍밍하더라.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김치볶음밥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대표님이 직접 담그셨다는 사과 깍두기. 사과를 깍두기같이 묻힌 것을 반찬으로 주셨는데, 나름 별미다.
모든 제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도 있는데, 공방에 직접 찾아가면 더 다양한 치즈가 있다. 원래는 스트링 치즈와 숙성치즈 한 종류만 판매하지만, 가서 뭐 다른 종류 없는지 물어보면 여러 가지 치즈가 숨어(?) 있다. 빨간 고추를 살짝 첨가한 매콤한 치즈, 허브치즈, 까망베르 등의 몇가지 숙성치즈가 더 준비되어 있다. 짭조름한 외국 숙성 치즈 맛에 길들어 있다면 다 약간씩 싱겁지만, 그런 짙은 향의 치즈가 부담되었던 이들에겐 오히려 반가운 맛일 듯하다.
치즈 공방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손과 입이 즐거운 곳인 것 같다. 치즈 제조과정 전체와 숙성실, 농장 등을 함께 둘러볼 수 있었다면, 더 인상적인 체험이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INFORMATION
포천 하네뜨 치즈 공방
주소: 경기도 포천시 영중면 거사리 328-4번지
전화: 070-4177-9066,010-2755-9066
홈페이지: http://www.hanette.co.kr/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