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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번 여행을 더 사랑스럽게 하는, 시티 서클 트램

    Wish to fly Wish to fly 2015.06.25

    카테고리

    호주,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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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멜번 여행을 더 사랑스럽게 하는, 시티 서클 트램

     

    남반구에서 마주하는, 유럽이라는 이름의 도시

    뽀얀 빛깔의 석조 건축물, 신고전 양식의 웅대한 주의회 의사당, 아직도 증기 기관차가 달릴 것만 같은 클래식한 기차역. 아기자기한 공원들이 도시 곳곳에 자리잡고, 여전히 여왕의 이름을 딴 뒷골목 시장이 화려한 백화점보다 더 사랑을 받는 소박한 도시, 멜번Melbourne. 많은 이들이 이 도시를 '남반구의 유럽'이라 부르는 것은 이토록 많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 없이 읊기만 했음에도 술술술 그 이유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면, 멜번은 분명 그러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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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스러움이 살아 숨쉬는 멜번의 어느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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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카만 밤에도 그 중후한 매력은 가려질 줄 모른다.

     

    달리는 트램 또한 유럽을 이야기하다

    끼익- 끼익- 꽤나 거창한 소리를 내며 예스러운 기차역 앞을 지나가는 멜번의 트램, 멜번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던 이가 아니라면 그 풍경이 조금은 낯설 터.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울루물루,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와 오페라 하우스. 우리들의 머릿속 호주라는 나라에 대한 생각들이 그런 것들로 점철되는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니까. 남반구에서 마주하는 예스러움. 그것은 예상치 못한 것이기에 여행자들로 하여금 더 큰 기대와 감흥을 불러오는 것은 아닐까. 그래 어쩌면 별스러운 것도 없는 교통 수단일뿐인 트램이 지나는 거창한 소리가 들릴 때마다 여행자들이 고개를 돌려 한 번 더 바라보고 또 한 번 카메라 렌즈에 그 모습을 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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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램 기다리기.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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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멜번의 중심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 그리고 멜번의 상징 트램.

     

    시티 서클 트램, 너 하나면 돼

    여행자들에게 이토록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멜번의 트램은 사실 100년이 넘도록 시민들의 소중한 발 역할을 해 온 대중교통수단이란다. 다운타운의 거리거리는 물론, 저 멀리 세인트 킬다의 해변까지 이어져 오늘날에도 멜번의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총 스물다섯의 노선으로 멜번의 구석구석을 누비는 트램. 그 중에서도 여행자들이 특히 주목해야할 노선은 바로 35번, 시티 서클City Circle이다. 서클이라는 노선명대로 멜번의 다운타운을 순환하는 노선으로 다운타운에 몰려 있는 대부분의 명소들을 훑고 지나가니, 이 노선만 알고 있다면 멜번 여행도 한 반 정도는 준비가 된 셈.

    남쪽으로는 멜번 여행의 기점이 되는 플린더스 스트리트 역Flinders Street Station을, 동쪽과 북쪽으로는 주의회 의사당Parliament House과 칼튼 가든Carlton Gardens, 퀸 빅토리아 마켓Queen Victoria Market, 또 서쪽 끝으로는 도크랜드Docklands 지역까지 한데 엮어 주는 시티 서클. 다운타운의 남쪽으로 흘러드는 야라 강Yarra River 또한 시티 서클 트램이 순환하는 곳에서 멀지 않다.

    노선의 편리함 뿐일까. 웬만한 여행지를 지나쳐 가는 편리함과 유용함을 갖춘 매력적인 녀석이, 심지어 '공짜'란다. 호주도 교통비가 저렴한 편은 아닌데, 이 황금 노선이 '공짜'라니. 무시무시한 호주의 물가에 가뜩이나 지갑이 얇아진 여행자들이라면, 어찌 이 시티 서클 트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타고 타고 또 타도 질리지 않는, 또 타고 타고 또 타도 땡전 한 푼 받지 않는 멜번의 트램은, 분명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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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스러움이 한가득. 타는 것만으로 여행이 된다.

     

    이토록 매력적인 앤틱함은 또 어떻고. 다른 노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최신식 트램을 도입해 왔다. 하지만 시티 서클 트램만큼은 옛 차량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더욱더 매력적인 것 같다. 비록 여름엔 더 덥고 겨울엔 더 추울 테지만, 더 삐걱대며 잔소리를 해댈 테지만, 그것이 또 예스러움의 매력이 아니던가. 대개는 일흔 살은 훌쩍 넘은 멜번의 시티 서클 트램 차량들. 고풍스러운 멜번의 모습과 어울리는 노장들에게 자그마한 경의를 표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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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새빨간 시티 서클 트램.

     

    시티 서클 트램City Circle Tram : 다운타운 남쪽의 플린더스 스트리트Flinders St., 동쪽의 스프링 스트리트Spring St., 북쪽의 라 트로브 스트리트La Trobe St., 서쪽의 하버 에스플러네이드Harbour Esplanade를 차례로 돌며 멜번의 도심을 순환하는 노면 전차. 편리한 노선망과 공짜 요금으로 시민과 여행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멜번의 잇 아이템이다.

     

    이런 여행자에게 추천

    멜번 도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자.

    클래식한 멜번 트램 여행의 매력이 궁금한 여행자.

    목적지 없는 여행의 매력을 아는 여행자.

     

    목적지 없는 여행의 아름다움

    한 번쯤 2호선을 타고 무작정 한 바퀴를 돌아본 여행자가 있을지 모르겠다. 한강을 두 번 건너고, 도림천을 따라 달리고, 또 지하로 들어가면 잠시 꾸벅꾸벅 졸아 본 적이 있는 여행자가 혹여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 바퀴를 거하게 달린 뒤, 짧은 지하철 여행을 시작했던 역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잉여스러움, 아니 여유스러움. 2호선보다 스케일은 좀 작지만, 시티 서클 트램도 멜번의 다운타운을 휘감아 도는 일종의 순환선이다. 목적지를 고민하지 않고 잠시 시티 서클 트램에 가벼이 올라타는 것. 이미 보았던 도시의 풍경들을 또 담고, 또 느릿느릿 달리는 데에도 조바심 내지 않는 것. 그런 여행의 매력을 아는 여행자라면, 이 시티 서클 트램을 절대 놓치지 마시라. 저 멀리 35번 트램이 다가오고 있노라면, 주저 없이 삐걱대는 옛 트램에 몸을 실어보자. 목적지 없는 여행의 아름다움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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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 지금이다! 저 멀리 35번 트램이 다가오고 있노라면, 주저없이 삐걱대는 옛 트램에 몸을 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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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도 트램은 달린다.

     

    '무엇스럽다'라는 한 마디 말로 어떤 도시를 정의 내린다는 것은 사실 조금은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관용구처럼 굳어진 멜번의 유럽스러움을 굳이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것은 그 도시만의 별다른 정체성을 찾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이 도시의 '무엇스러움'은 결코 흉이 아니다. 도시의 생김새가 무언가를 닮았다고 이야기하긴 했지만, 사실 그 속에는 옛 것을 오래도록 지켜가는 것, 도시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어 옛것을 새것으로 바꾸지 않고 고수하고 있는 데에 대한 찬사와도 같은 것이니까.

    오늘도 트램은 달린다. 백년의 시간을 그대로 담은 일흔 살의 시티 서클 트램들은 오늘도 달린다. 그 소리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 나이 들어 더 심하게 끼익거려도, 그 예스러운 소리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Wish to fly

    건축이라는 것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의 경험으로 다시 건축을 하는 여행이 생활이고 생활이 여행인, 여행중독자입니다. http://blog.naver.com/ksn333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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