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소도시 여행 – 페치
페치(Pécs)는 헝가리 서남부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로 크로아티아와 국경을 가까이 마주하고 있다. 헝가리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로 로마제국 시절에 건설되었으며 2,0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도시이다. 도시의 역사답게 페치에는 로마제국 시절에 건설된 초기 기독교 묘지 및 대성당 등 도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곳들이 많다. 또한 11세기에 헝가리 최초의 국왕 이슈트반 1세가 페치를 주 교관구로 삼은 종교적 도시이기도 하다.
-페치 의대건물 로비
하지만, 한국인에게 페치는 대학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바로 1367년에 창설된 헝가리 최초의 대학 페치대학 때문이다. 특히 페치 의대는 세계적으로 그 명성이 대단하여 전 세계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학생도 많아 헝가리에서 가장 많은 한국 대학생이 거주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페치의 중심은 세체니 광장에서 시작된다. 세체니 광장에는 16세기 터키가 지배할 당시 건설된 모스크가 위치하고 있는데 (사진 연두색 둥근 지붕 건물) 이는 페치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약 150년 동안 이곳에서 이슬람 종교를 전파하였지만, 터키가 물러간 후 현재까지 이곳은 카톨릭교회로 사용되고 있다.
페치 도시의 모습은 아기자기한 귀여운 모습이다. 하지만 모든 건물에서 페치의 역사와 문화가 느껴지는 부다페스트와는 다른 느낌을 찾을 수 있다. 시내 중심도 크지 않아 세체니 광장을 중심으로 걸어 돌아볼 수 있다.
페치에서 찾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Hotel Palatinus
하지만 이번 페치 편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곳은 바로 '호텔 팔라티누스'이다. 이곳 또한 페치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로 역사가 깊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제를 페치에서 찾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고 하였지만 이곳이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촬영한 곳은 아니다. 이점 오해 없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는, 이 호텔에 처음 들어서자마자 마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 세트 장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시대에 실재했던 이 호텔이 그 시대의 옛 인테리어를 지금까지 잘 보존해 와서가 아닐까 싶다.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바로 리셉션이다. 옛날 방식 그대로 열쇠를 리셥센 키 보관소에 걸어놓은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호텔 방 키 또한 요즘 같은 카드 키가 아닌 엄청나게 무거운 열쇠 키 이다. 솔직히 이런 옛날 방식 키는 처음 보았는데 이런 작은 것 하나하나가 내가 마치 1930년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엘리베이터다. 딱 보기에도 고전의 느낌을 풍기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내부 벽과 손잡이 모든 것 하나하나에 오랜 시간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현대식인 요즘 이런 엘레베이터를 타보는 게 나를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했다 ^^;
-무도회장 올라가는 계단
-무도회장 입구
하지만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무도회장 (Ballroom) 이다. 원래는 출입을 통제해 놓는데 리셉션에 계시던 호텔리어(연세가 많이 드신 할아버지셨다) 분께 호텔이 너무 예쁘다고 하니, 무도회장을 보여주신 다며 잠겨 있던 무도회장을 열어주셨다.
무도회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이렇게 고풍스러운 계단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되어 있다. 정말 꼭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이 바로 무도회장 내부 모습이다. 바닥, 천장, 벽, 조명 등등 모든 것들이 정말 마치 영화 세트 장 같은 모습이다. 이런 곳을 영화 속 혹은 박물관 등에서만 보다가 내가 직접 묵는 호텔이 이런 곳이라는 게 신기했다. 이곳 호텔 팔라티누스에서의 하룻밤은 내가 마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페치를 방문한다면 1박2일 코스로 호텔 팔라티누스와 세체니 광장, 페치 성벽, 대성당, 졸나이 박물관 등등을 돌아보며 도시를 천천히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Hotel Palatinus Information
+ 주소: Pécs, Király u. 5, 7621
+ 웹페이지: www.danubiushotels.hu/szallodak-pecs/hotel-palatinus
현재 베를린에서 어학연수생으로 머물고 있지만 여행카페와 블로그 그리고 한국 모 잡지 의 베를린 해외통신원으로 활동하며 현지인만 아는 특별한 장소를 소개 해 오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였지만 디자이너로 일은 안하고 다른 문화, 언어, 사람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것에 푹 빠져, 대학시절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일본, 미국, 터키, 그리스, 아프리카를 누비며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배우고, 성장한 1인 이다. 그리고 지금도 그녀의 문화예찬 꿈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