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고 여유롭게 이 여름을 즐기는 법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 핫 스프링스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 출발한 자동차는 남서쪽 방향으로 네 시간을 내리 달려 앨러게니 산맥(Allegheny Mountains)으로 접어듭니다. 마음을 가득 채우는 초록과 여름답지 않게 선선한 바람에 빠져 있던 나의 눈에 웜 스프링스(Warm springs)라는 재미있는 지명이 보이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점입가경으로 핫 스프링스(Hot springs)라는 지명까지 들어옵니다. 핫 스프링스, 그러니까 굳이 우리 말로 바꾸자면 '온천'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곳에, 오늘 우리가 방문할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The Omni Homestead Resort)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가 처음으로 문을 연 것은 1776년의 일입니다. 핫 스프링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온천으로 유명했었고, 온천을 찾는 관광객들을 위해 문을 연 숙박시설이 바로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였던 것이지요.

18세기라면 지금처럼 지역간 이동이 쉽지는 않았을 게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유명세는 미국 각지로부터 사람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18세기의 토머스 제퍼슨을 비롯한 스물 두 명에 달하는 미국의 대통령들도 핫 스프링스의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에서 휴식을 취했다고 하니 이곳이 얼마나 전통 있는 고급 리조트였는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듯합니다.

분명 도시에서의 여름은 푹푹 쪘지만, 산 속에 자리하고 있어서인지, 아니면 휴가를 맞아 달라진 나의 마음가짐 때문인지,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에서 즐기는 여름은 시원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인공적인 바람 없이, 그저 바깥에 내놓은 의자에 앉아 푸르른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 이때 한 줄기 바람이라도 불어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1776년, 18개의 방으로 소박하게 시작했다던 리조트가 오늘날에는 483개의 객실과 26개의 회의실, 온천욕장과 수영장, 스파 시설은 물론, 극장, 골프 코스 등을 갖춘, 그야말로 거대한 리조트로 탈바꿈을 했습니다. 이렇게 양적으로 팽창하느라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여전히 고풍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참 다행입니다.

방 자체는 고풍적인 느낌이되 소박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도 많아 최근에 지어진 호텔의 깔끔함과 편리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불만이 한 두 개쯤은 고개를 들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리조트 곳곳에 마련된 보석같은 공간들. 마치 누군가의 서재처럼 꾸며놓은 편안한 공간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책을 읽고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방에 대한 불만이 쏙 들어갑니다.

책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여행을 다닐 때도 꼭 책을 챙겨갑니다. 그런 저희에게 편안하게 독서를 할 공간이 충분한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는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습니다.

둘 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선호하는 책의 장르는 전혀 다릅니다. 우리 부부가 같은 공간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각자의 책을 잡고 자신만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함께, 그리고 또 따로 즐기는 여유로운 시간, 그 시간 덕분에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는 오랫동안 우리 부부의 기억 속에 자리하게 될 것 같습니다.

햇살이 비쳐드는 창가, 그곳에 놓여 있던 이 의자를 아직 기억합니다. 이곳에 앉아 책을 읽고 있던 나에게 옆 자리에 앉아서 수를 놓으시던 할머니가 말을 걸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70세가 넘었다는 그분은, 자신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매 년 온 가족이 다 함께 이곳, 핫 스프링스의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를 찾아 휴가를 즐겼다고 합니다. 햇살 쏟아지는 창가 곁에 비스듬이 누워, 그 날 처음 만났지만, 왠지 우리 할머니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던 분으로부터 당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치 나도 이곳에서 매년 추억을 쌓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는 온천욕장이 매우 유명하고, 그중에서도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의 이름을 딴 제퍼슨 풀(Jefferson pools)은 반드시 가봐야 할 장소입니다.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된 매우 맑은 물이라 피부 미용은 물론 피로 회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1818년, 이곳에 삼 주간 머물면서 하루에 세 번씩 온천욕장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이후 핫 스프링스의 온천은 최고중에 최고라는 찬사를 남겼다고 하네요. 사실, 어느 온천욕장이 자기네 물은 미네랄 함량이 적고 피부 미용이나 피로 회복에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광고하겠습니까마는, 그 부분은 차치하고서라도 제퍼슨 풀은 미국 전역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스파 시설이라고 하니 그 역사적인 의미만으로도 충분한 볼거리가 됩니다.   

아무래도 여름이다 보니 온천욕보다는 수영 쪽에 더 마음이 가는 게 사실입니다. 이곳에는 실내 풀장과 실외 풀장도 잘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뭐하고 놀지?'라는 고민은 잠시 접어 넣어 둬도 될 것 같네요.

수영장 시설이 깨끗하게 잘 관리되어 있는 것 뿐만이 아니라, 너무 북적이지도 않아 여유롭게 물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리조트 안에는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 가게도 마련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특히 건물 안에서만 생활하는 것을 답답해하는 저 같은 여행자에게는,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 같은 야외에 있는 카페의 존재가 참 고마웠습니다.

폭염 속에 잠 못 이루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우아하고 여유롭게 여름을 즐겼던 버지니아 핫 스프링스의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가 더욱 그리워집니다. 언젠가 다시 한 번 이곳을 방문할 날을 고대하며, 내 추억 속의 책장 한 장을 덮어봅니다. 잠시.

옴니 홈스테드 리조트 핫 스프링스(The Omni Homestead Resort Hot Springs)

+ 주소: 7696 Sam Snead Highway, Hot Springs, Virginia 24445

+ 전화번호: 1-800-838-1766

+ 웹사이트: https://www.omnihotels.com/hotels/homestead-virginia

* 제퍼슨 풀, 골프 코스, 스파 등 일부은 추가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