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살면서 여행하는 법
이스탄불에서 집 구하기
지난 봄, 두 번째 터키 여행을 앞두고 내가 생각한 것은 '이스탄불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스탄불에서 살아보는 것'이었다.
물론 터키는 넓고 가보고 싶은 곳은 많기에, 아무리 이스탄불이 매혹적인 도시라 해도 한 도시에만 머물다가 올 수는 없었다.
그래도 석 달 동안 터키를 여행할 계획이었으니 그 중 한 달 정도라면 이스탄불만을 위해서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이스탄불에 방을 구하기로 했고, 그렇게 찾아낸 곳이 바로 Ada의 집이었다.
이국의 도시에서 방을 구하는 일은 꽤 번거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일은 간단하고 쉬웠다.
나는 '에어비앤비(www.airbnb.co.kr)'라는 숙박 공유 서비스를 이용했고,
그곳에서 며칠간 열심히 웹서핑을 한 덕분에 깔끔한 방 하나를 찾아냈다.
▲ 이스탄불에서 내가 머물렀던 Ada의 집
주인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긴 했지만, 위치가 매우 마음에 들었고 그곳을 이용했던 숙박객들의 평도 훌륭했다.
때문에 나는 단 몇 시간의 고민 끝에 Ada의 집에서 한 번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 Ada의 집은 Besiktas 지구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었다
이곳에서 나는 한 달을 살았다. 집주인인 Ada는 혼자 생활하고 있는 터키 아가씨로,
자신을 'hard worker'라고 소개하며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지 않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쯤의 시간 동안 같이 생활해본 결과, 한국인의 기준에서 Ada는 조금도 hard하지 않은 worker였다.
만약 Ada가 한국의 직장인이 어떤 삶을 사는지 알고 있었다면, 결코 나에게 스스로를 하드워커라고 말하지 못했으리라.
▲ 터키 아가씨의 거실
▲ 포토그래퍼 답게 집 안 곳곳에 사진을 걸어두었던 Ada
▲ 나는 이곳에서 터키인의 삶을, 조심스레 들여다보고는 했다
읽을 수 없었지만, 나는 가끔 Ada의 책을 펼쳐보았다. 또 가끔은 Ada의 업무용 책상을 하릴없이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그런 것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왠지 터키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해 기분이 묘했다.
▲ 한 달 동안 내가 '나의 방'이라고 불렀던 곳
내 방은, 바닥에 여러 장의 카펫이 잔뜩 깔려 있는 방이었다. 넓지는 않았지만 지내는 동안에는 안락했다.
하지만 카펫이란 것은 먼지가 쌓이기도 좋고 벌레가 숨어 살기도 좋아서, 나는 종종 미심쩍은 눈으로 그 카펫을 내려다보고는 했다.
바닥에 주저앉기 좋아하는 나에게, 카펫이란 것은 다소 걸리적거리는 존재였다.
하지만 터키인들은 카펫을 너무나 좋아했고, 그래서 어딜 가나 아름다운 무늬가 수놓아진 다양한 카펫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이스탄불'이라는 도시에 나는 잠시나마 내 방을 가지게 되었다.
덕분에 나는, 여행자가 아닌 척하며 이 도시를 여행했고, 실은 여행하는 척하며 이 도시에서 살았다.
바로 그러한 '살면서 여행했던 시간'에 대해 앞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살면서 여행하기.
자, 시작해볼까? :)
'살면서 여행하기'를 모토로 좋아하는 축구를 좇아 세계 각국을 유랑했다. 축구 전문 미디어 '스포탈코리아'와 전문 잡지 '풋볼위클리'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했으며 그 밖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시민기자로서 투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