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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에서 가까운 휴식, 안면도 1박2일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3.11.05

    카테고리

    충청, 휴양, 풍경

     

    느릿느릿 주말여행

    서울에서 가까운 휴식, 안면도 1박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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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은 느림이 대세다.

    걷기 여행, 슬로우 푸드, 느림의 미학, 슬로우 시티 등 여유있는 삶을 암시하는 다양한 단어들이 늘어났다. 곳곳에서 우리에게 "여유를 가지니 좋더라고, 당신도 느리게 한번 살아보라고" 조용히 외치고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빨리 빨리" 세태가 사라져간다. 이제 더 이상 빠른 것이 미덕이 아닌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여파로 여행도 예전에는 짧은 기간안에 많은 곳을 둘러보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이제는 한 곳을 보더라도 천천히 제대로 음미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슬로우 여행에 딱 맞는 곳이 우리나라에 있다. 바로 느림의 대명사, 충청도가 그 주인공이다.

    이곳에 가니 소문대로 서울에 비해 모든것이 정말 느리다. 사람들의 말씨가 느리고, 슈퍼마켓은 계산이 느리고, 식당에 가니 서빙이 느리다. 가끔 재촉을 해봐도 알겠다며 싱긋 웃기만하지 그 속도에는 큰 차이가 없다. 서울 토박이인 나로서는 종종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그 리듬이 반복 되다보니 어느새 내 마음에도 여유가 찾아왔다.

    그렇다. 느림이라는게 사실은 마음속의 여유였다는 것을 충청도에서 배운 것이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얼마 전 나의 친정집이 되어버린 안면도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Day 1. 느긋한 토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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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면도 가는 길

    안면도는 충청남도 태안군에 있다. 충청남도라고 하니 어째 저 멀리 남쪽 동네인 듯 느껴졌는데, 사실 안면도는 서울에서 두시간 남짓한 거리. 여유롭게 휴게소를 들르며 늑장을 부려도 세시간이면 충분한 거리에 있다. 

    어느 햇살좋은 가을 아침 우리는 안면도로 향했다. 부드러운 가을 햇살 아래 한들거리는 길가의 꽃들을 감상하며 안면도에 도착. 예전에도 가끔 친구들과 놀러가곤 했던 곳인데, 부모님이 사시는 곳이 되니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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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빠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스위스인 사위랑 무슨 이야길 저렇게 하실까?

     

    안면도에 도착하니 그새 현지 사람 다 돼서 구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시는 부모님. 친정이라지만 처음 가보는 길이라 역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우리는 일단 안면도가 처음인 오이군과 주변을 느긋하게 둘러보기로 했다. 코스는 부모님이 미리 둘러보시고 우리 취향에 맞춰 추천해주신 곳으로 정했다. 

      

     

    끝없는 모래사장으로, 기지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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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면도라고 하면 단연 꽃지 해수욕장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할매, 할배 바위를 배경으로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꽃지 해변. 그러나 사실 안면도에는 서쪽 해안을 따라 총 15개가 넘는 해수욕장이 있다. 그 중에서도 우리 부모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곳이 있었으니, 바로 '기지포 해수욕장'이었다.

    안면대교를 건너 약 5km정도 더 들어가면 나타나는 기지포 해수욕장. 이곳에 도착한 우리는 넓은 모래사장에 가장 먼저 놀라고 말았다. 늘 황토빛 바닷물에 검은 뻘로만 기억되던 서해바다인데, 이렇게 넓고 고운 모래사장이 평화롭게 펼쳐져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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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은 이미 가을. 해수욕철도 이미 지나 한적하기도 하거니와 관광객들은 보통 꽃지 해변으로만 가기 때문에 이곳은 여유로움 그 자체였다. 드넓은 모래사장 사이로 시내처럼 흐르는 바닷물, 사람의 발자국이 하나도 없는 모래사장, 그 위에 쓸쓸하게 놓여있는 조개껍질들. 넓은 모래사장에 우리만 있는 듯, 아니 정말 우리밖에 없었다. 저 멀리 갈매기들을 제외하면 말이다.당연히 관광객의 발길이 적으니 쓰레기도 거의 없다. 

    쉴 곳, 이곳을 묘사한다면 바로 이 단어가 어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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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곳도 예전에는 무분별한 자동차 난입과 해안식물 채취로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5년 이상 차량을 통제하고 자연 복구에 힘쓴 결과, 다시 이렇게 넓은 모래사장과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끔 너구리나 고라니도 발견될 정도라고하니 거의 예전 자연상태로 회복되고 있는 듯 하다. 

    안면도도 '걷기 열풍'에 힘입어 섬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는 6개의 걷기 코스가 마련되어 있는데, 이곳은 제 5코스 노을길에 속한다.

     

      

    대하철엔 방포수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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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나는 안면도를 여름보다 가을에 더 많이 왔었던것 같다. 이유는 단 하나. 가을은 바로 대하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는 오이군도 새우는 좋아하기 때문에 드넓은 기지포 모래사장에서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배가 출출해질 무렵 방포수산시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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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포수산시장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 주변에서는 대하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1kg에 만5천원인데다 싱싱해서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가격이었다. 방포수산은 당일 판매 분량이 빨리 마감되는 편이므로, 너무 늦은 저녁에 가면 새우수염만 남아있는 빈 소쿠리를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우리는 꽃게도 사려했건만, 도착했을 때 이미 다 팔리고 떨어진 다리 몇 개만 남아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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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포수산은 방포항에 있는데, 이곳에 오면 알록달록한 어선들과 다리 너머로 멋진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또 방포 수산 옆에 방포 회타운이 위치하고 있어서 요리사의 손을 거친 감칠맛 나는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안면도의 얼굴마담, 꽃지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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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안면도를 상징하는 해변, 꽃지 해수욕장이다. 할배바위 할매바위 사이로 지는 해를 보기 위해, 계절과 관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곳이다. '안면도'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뜨는 사진이 이곳일 정도다.  

    이 바위가 할배, 할매바위로 불리는 이유를 물으니 무려 통일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금술 좋은 부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먼 곳으로 원정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는 해변가에서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죽고 말았는데 그 자리에서 바위가 솟아올랐고 사람들은 이를 '할매 바위'라 불렀다고 한다. 그 후 옆에 솟아난 또 하나의 바위는 자연스레 '할배 바위'가 되었다고.  

    꽃지 해수욕장은 방포수산 바로 옆에 있으므로 우리도 저무는 해를 보려 이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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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지 해변은 기지포처럼 모래사장이 넓지 않고 모래도 곱지 않은 편이다. 대신 관광지로 개발이 되어, 주변에 편의 시설이 많고 주차장이 넓으며 좀 더 활기 넘치는 분위기다. 안타깝게도 해변에 쓰레기가 많아서 개인적으로는 한적한 기지포가 훨씬 마음에 들었으나, 이곳의 일몰을 아직 본 적이 없다면 한 번쯤은 봐줘야 할 멋진 풍경이라 자부한다. 

      

     

    저녁에는 역시 대하 바베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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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당에서 구워먹는 대하도 맛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대하를 직접 사와서 굵은 소금 잔뜩 뿌려 숯불에 구워먹는 것이 그 맛과 운치를 가장 정통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우리 커플의 '저녁'은 자연스럽게 대하 바베큐~! 펜션의 바베큐 시설을 빌려 맛있게 대하를 구워먹으니 안면도 여행의 진정한 완성이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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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토적인 분위기를 좋아하는 우리 커플이 가 본 펜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꽃지 통나무 펜션'. 그 밖에도 안면도에는 꽤 좋은 펜션들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으니 취향따라 고르면 되겠다. 꽃지 통나무 펜션은 이름 그대로 건물 전체가 통나무로 지어져 있어 따뜻한 느낌을 준다.

     

      

    Day 2. 아침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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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목적이 '느긋한 휴식'이라면 아침 역시 느긋하게 시작해야한다. 우리도 느지막히 일어나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차 한잔을 마셨다. 차를 마시며 조용히 오늘 하루 할 일을 생각하면, 온 몸과 마음이 천천히 깨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면 그 날은 하루종일 컨디션도 좋고 일에 능률도 오른다. 간혹 늦잠을 자 허둥지둥 일어나면 하루종일 정신이 없다.  

    여유를 음미하며 차를 마시고는 기분좋게 손 붙잡고 시골길을 걸었다. 무더기로 피어난 들꽃이 한들한들, 잘 꾸며놓은 정원 부럽지않게 아름답다.

     

     

    절벽 위의 사찰, 안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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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안면암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찰은 보통 산속에 꼭꼭 숨겨져있기 마련이거늘, 안면암은 바닷가 절벽위에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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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들은 지은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고, 어딘지 현대적인 느낌이 들어서, 한국 사찰 특유의 고즈넉한 느낌은 풍기지 않는다. 대신 천수만쪽으로 멋진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보통 산과 마을이 보이는 다른 사찰들과 달리, 바다와 갯뻘이 보이는 색다른 전망이 바로 이 안면암의 매력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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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곳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바로 이 물 위의 길.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저편에 보이는 섬까지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등장한다. 섬 뒤쪽으로는 이 다리처럼 물에 뜨는 작은 탑이 하나 있으니 방문하시거든 찾아보시기를.  

    가는 중간에 수상 카페도 하나 있다. 물이 빠졌을 때 보다 물이 들어와 있을 때 더 운치가 있으니 썰물 때 도착했다면 일단 카페를 지나 섬으로 가시기를 추천한다. 뻘에는 작은 망둥이들과 게들이 빽빽히 들어차 관광객들의 눈을 바쁘게 해주는데, 양식장인지라 채집은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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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은 이렇게 바위섬으로, 안쪽에는 빽빽하게 나무가 들어차 있어 올라갈 수 없지만 바다로 뻗은 바위는 앉아서 경치 감상하기 좋다. 둘이 바위에 걸터 앉아 망둥이 뛰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데, 슬금슬금 물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잠시 늑장을 부린 사이 물이 발 끝까지 들어와버린 것이다. 어이없이 섬에 갇혀 12시간 뒤에 올 썰물을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 서둘러 탈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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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말의 여행 컨셉은 휴식이었으므로 오랜만에 여유롭고 한적한 주말을 보냈다. 그럼 안면도가 이렇게 차분하고 조용하기만 할까? 그렇지 않다. 다음엔 액티비티의 천국으로 변모하는 안면도를 소개할 예정이니 기대해 주시기를. (^^) 

     

      

    INFORMATION

     

    방포수산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1317-19

    전화: 041-673-3311

     

    꽃지 통나무 펜션

    홈페이지: http://starstory.anmyondo.co.kr/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승언리 249-64

    전화: 041-674-0267

     

    안면암

    홈페이지: http://www.anmyeonam.org/maha/index.html

    주소: 충청남도 태안군 안면읍 정당리 178-7

    전화: 041-673-2333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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