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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유혹하는 봄섬의 향기, 선유도 벚꽃놀이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4.04.07

    카테고리

    서울, 풍경,

     

    나를 유혹하는 봄섬의 향기, 선유도 벚꽃놀이  

     

    140405 선유도 공원 봄꽃

     

    부드럽고 매혹적인 형형 색색의 불꽃이 어둠 속으로 높이 솟아 올랐다가 금세 그 속에 잠겨 사라져버리는 모습은,

    마치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안타깝게 그리고 더 빠르게 사그라져 버려야만 하는

    모든 인간적 즐거움을 상징하는 듯 했다. - 크눌프, 헤르만 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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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꽃뿐일까, 봄꽃도 그렇다. 아름다운 꽃들은 곧 사그라져버릴 것이니, 그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이렇게 겨우내 닫아 두었던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꽃 마중에 머뭇대다가는 꽃 배웅을 할 지 모르는 요즘이다. 시절이 예전보다 빠르게 지나기 때문이다.

      

     

    서울 벚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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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 인근이라면 당인리 발전소 인근과 당인리 발전소 내의 벚꽃도 볼 만 하다. 보통 4월 초 당인리 발전소 벚꽃길 개방을 한다. 상수역 인근으로, 연인이나 가족끼리 조용히 걸을 만한 길지 않은 길이며 홍대라는 거대 번화가 인근이라 밥 먹고 차 마시기도 좋다. 하지만 올해 홍대 당인리 발전소 내는 공사중 이라, 예전처럼 공개하지는 않고- 다만 발전소 주변의 벚꽃은 여전하니 산책삼아 지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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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도 손꼽히는 벚꽃놀이 장소다. 벚꽃의 절정이 살짝 지날 즈음 눈처럼 날리는 꽃잎을 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러기에 남산 정점에서 남산 도서관 쪽으로 내려오는 길이 참으로 좋다. 길게 걷게 되므로 편한 신발이 좋다. 사람이 많은 편이므로 이태원 한강진역에서 올라가는, 조경이 잘 된 길로 봄 나들이 가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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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유명한 봄소풍지, 여의도. 여의도 봄꽃축제는 여느 때보다 보름은 당겨졌다. 2014.04.03-04.13 동안 열린다. 국회의사당 앞, 꽃분홍 구름이 내려 앉았다. 멀리서 보기에도 붐빈다. 서울 사람들은 다 봄날의 여의도로 모여드는 걸까, 매년 인산인해다. 꽃보러 갔다가 사람에 치여 기함하고 올 정도로 붐빈다. 그래서 대학생 때는 늦게 도서관에서 머물다가 학교 정문에서 신촌까지 가던 버스를 타고, 자정 무렵 여의도에 내려 호젓하게 보곤 했다.

     

      

    선유도 벚꽃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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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는 아무래도 사람이 너무 많고. 여의도 벚꽃을 멀찍한 거리에서 볼 수 있으면서도 충분히 걷고 쉴 수 있는 곳 없을까. 천천히 푸른 하늘 아래 흰눈처럼 날리는 꽃잎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중간에 자리 펴고 앉아 천천히, 샌드위치라도 느긋하게 먹고 싶다. 선유도라면 그런 봄소풍을 즐길 수 있다. 공원이다. 잘 조성해놓은 꽃밭과 식물원이 있고 그늘이 있으니 다정한 이와 함께 할 봄 소풍지로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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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는 양화대교 중간에 위치한다. 보통 큰 강이 발달하면 강의 흐름방향으로 긴 둔덕이 강 내에 발달한다. 퇴적물이 쌓이는 곳이다. 밤섬이나 선유도도 처음엔 그리 만들어졌을 것이다. 선유도는 과거의 정수장이었다. 그 구조물을 환경재생 생태공원으로 만든 것이다. 2002년 문을 열었으니 벌써 10여년 넘게 사계절이 오갔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친숙해 졌다. 집에서도 머지않다. 합정역 부근에서 반시간이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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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선유도 공원은 물의 공원이다. 정수장이었던 만큼 水을 주제로 공원화 하면서 각종 물 관련 테마 섹션을 만들었다. 강 사이의 섬이지만 11만 m2의 부지에 생태숲까지 조성하여 숲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을 맛볼 수도 있다. 수질정화원과 수생식물원, 환경물놀이터에서 다양한 수생식물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도 있다.

      

     

    선유도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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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는 곳곳에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수생식물을 관찰하기도 참으로 좋은 곳이다. 수생식물들은 물을 정화하는 첨병들이다. 스스로 열심히 살면서 세상을 위한 좋은 역할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기존 정수장을 살려서 만든 선유도의 수생식물원에서는 수생식물의 물 정화 역할을 자세하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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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색 기둥의 정원은 담쟁이가 자라난 기둥들이 서있는 곳이다. 정수지의 콘크리트 지붕을 걷고 남은 기둥이다. 연둣빛의 담쟁이가 자라난 기둥은 을씨년스럽던 회색을 가려 준다. 푸름은 생명을 전하는 색이다. 무채색이 유채색으로, 그 중에서도 녹색으로 변하니, 기둥은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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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생식물원은 정수할 때 물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던 여과지를 재활용했다. 백련과 수련, 갯버들 등이 자라나는 여과지는 가까이서 수생식물을 관찰하기 좋다. 여름의 꽃, 연꽃이 피기는 이른 시절이다. 하지만 초록의 잎새는 가득하게 여과지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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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의 정원은 여과지에서 걸러낸 물에 포함된 이물질들을 약품으로 침전시키던 곳이었다. 지금은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백리향이라던가 한약재로 유명한 당귀 등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회색의 구조물들이 도열해 있지만 그 사이사이 초록과 연두의 물결이 있어 생동감 넘치는 공간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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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어느 곳보다 자작나무가 나란하게 서 있는 시간의 정원 윗길은 아끼는 산책길이다. 참으로 곱다. 하얀 자작나무기둥이 빛에 은빛으로 반사되고 다른 한쪽에는 메타세콰이어가 찌를 듯 솟아있다. 높은 나무 아래로 낮은 키의 꽃나무가 하얀 봄꽃을 피웠다. 소금이라도 뿌린 듯한 하얀 꽃무리가 이어지는 길은, 곱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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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는 초록이 영롱한 곳이다. 자연의 빛이 닿으면 모든 색은 생명의 힘이 더해진다. 나는 보석의 반짝임보다 저 빛의 반짝임이 훨씬 좋다. 향을 내는 식물들이 있는 방향원, 덩굴식물들이 자리한 덩굴원, 꽃이 화려하게 피는 색채원, 대나무가 사그락 대는 소리의 정원. 인동 등 만경류의 풀이 자라나는 초록벽의 정원, 수목이 자라나는 푸른 숲의 정원, 그 밖에 이끼원고사리원, 습지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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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실도 있다. 더운 지방의 식물들이 있으며 한겨울에 선유도에서 초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선유도의 노천에서 볼 수 있는 2백여 식물들의 싹을 내고 번식 시키는 장소가 바로 이 온실이다. 난대와 열대성 수생식물들이 성장하는 이곳은 기존에 있었던 침전지의 스테인리스 수로를 재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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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밖에 수질정화원에서는 약품침전지 구조물을 이용하여 수조를 만들었다. 오염물질의 정화능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부레옥잠을 비롯하여 마름, 갈대, 창포 등이 있다. 단오날 머리를 감는데 썼다는 창포를 직접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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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좋은 곳에 정자가 빠질 수 있나. 선유정에서는 잠깐 신선놀음 하듯 한강을 조망할 수 있다. 아이들이 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물놀이터는 여름에 인기다. 여기엔 정수된 물이 얕게 흐르고 있다. 선유도 이야기관은 그동안 선유도 공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강의 옛 모습은 어떠했는지 알려준다.

     

      

    선유도의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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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교는 양화지구를 연결하는 다리다. 서울시와 프랑스 2백년 위원회 공동기념사업으로 만든, 469m의 다리다. 보행자 전용 도로라서 사람들만 걸어 건널 수 있다. 유연하게 뻗은 곡선이 멋지다. 선유도 다리는 다리의 야간조명이 백미다. 이 다리 너머로 여의도가 보인다. 강을 따라 연분홍 꽃구름이 내려앉은 모습을 여유롭게 볼 수 있다. 벌써 수상보트가 지난다. 시원하게 흰 포말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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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의 전망대는 선유도 공원과 선유교의 접점에 있다. 여의도 뿐 아니라 성산대교와 월드컵 공원이 보인다. 한마디로 서울의 봄이 얼마큼 진하게 내려앉았는지 볼 수 있는 곳이다. 시원한 봄의 강바람은 덤이다. 낮에는 푸른 강과 청빛 하늘을 볼 수 있고 밤이면 별빛이 내려앉은듯한 한강 야경을 볼 수 있다.

     

     

    선유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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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에서 탄생하는 우주, 그것이 봄이다. 어느 계절도 그것이 찾아 왔을 때 가장 아름답지만

    그 가운데서도 봄의 방문은 혼돈에서 우주의 창조, 황금시대의 도래다.

    - 고독의 즐거움,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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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은 꽃과 동의어다. 봄 하면 이미 사람들의 눈앞에는 꽃망울이 떠오를 것이다. 달려 나온 사람들, 흐드러진 봄꽃. 이제껏 봄을 맞은 적이 없는 듯 생경하게 바라본다. 매년 봄이 와도, 오늘의 봄은 오직 오늘 뿐. 잎보다 먼저 꽃을 내는 초목들이 공원 곳곳에서 봄봄 하고 외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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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길이 다른 곳 보다 선유도가 아름다운 건 강변의 벚꽃이기 때문이다. 회색빛 건물도 빵빵대는 차량도 없이, 강변에 날리는 벚꽃. 푸름 그리고 푸름을 배경으로, 하나의 푸름은 강물이고 또 하나의 푸름은 하늘이다. 그 푸름을 뒤로 하고 분홍이 날린다. 연인들이 손을 잡고 걷다가 이 시절이 아쉬워 멈춰 사진을 찍고 웃는, 그런 고운 선유도의 벚꽃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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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길 아래 개나리는 무더기로 피어난다. 네 갈래로 갈라진 노랑은 점이 아니라 거대한 색면이 되어 땅 위를 덮는다. 왈칵왈칵 쏟아지는 노랑. 긴 줄기를 따라 노랑이 이어진다. 툭 터져 길로 노랑물이 밀려들 것만 같다. 아마 저 상큼한 레몬빛 노랑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초록의 잎이 무성하게 줄기를 채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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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에 얼굴을 내민 연초록 이파리와 작은 꽃, 봄은 그렇게 아름답다.

    살짝 얼굴을 내민 어린 봄의 부드러운 첫 징후와 엄동설한을 이겨내느라 메말라 버린 식물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비교해 보는 것도 즐겁다.

    보릿대국화, 미역취, 쥐손이풀, 그리고 우아한 들풀은 여름에 그 아름다움의 절정을 맞이할 것 같지만

    이시기가 보다 눈에 띄고 아름답다. - 고독의 즐거움, 헨리 데이비드 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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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나무라고 하여 사람들이 애써 심은 꽃들 말고, 들꽃이 더 곱다. 내 눈에는 그렇다. 주름잎은 벌써 2월부터 피기 시작했고 너무 작아 애틋한 별꽃도 피었다. 3월 말부턴 제비꽃도 핀다. 애기똥풀의 노랑꽃도 피어오르고 개갓냉이의 노랗고 흰 꽃들도 앙증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어쩌면 이리도 하나같이 성실한지.

      

     

    선유도,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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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유도의 작은 섬에 숲. 이미 봄이 완연하다. 사람들의 마음도 가득 봄이다. 봄이 왔는가 싶은데 가버리려 한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봄은 아슬아슬 사라지려한다. 얼른 쫓아가지 않으면 아쉽게 봄의 뒷모습만 볼 것 같다. 그래서 누구와 어디로든 가야할 것 같은 꽃피는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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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갓 내려온 손흘림 커피에 커피향이 나는 모카빵 한쪽을 먹으며 봄에 잠깐 머물렀다. 단촐한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또 한해가 이렇게 깊이 다가 왔군요, 한다. 동네에도 벚꽃이 분홍 진달래가 노랑 개나리가 피어나지만 봄나들이는 빼 놓으면 아쉬우니까. 이것은 만남을 위한 이유인지 모른다. 은근 빛이 뜨겁다. 조금 두텁게 입었나 싶었다. 바스락대는 마르고 보송한 빛이 옷 사이로 스며드는 기분, 눈을 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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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뺨을 스친다. 눈을 뜬다. 눈망울에 꽃망울이 맺힌다. 바람이 불고 점점이 연분홍 잎이 눈처럼 날린다. Cherry Blossom, 뽀오얀 꽃구름이 저렇게 흩어진다. 사라진다. 봄이 하늘하늘 흩어지는 듯 싶다. 감정이 모아지는 듯싶다. Love Blossom, 피어나는 것이 꽃뿐일까. 눈이 부신 줄도 잊고 피어나 흩날리는 꽃을 망연하게 바라본다. 바람의 흐름을 꽃잎의 흐름으로 안다. 마음도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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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였던가. 알을 깨고 나오는 모든 것들, 또 하나의 세상을 맞이하는 모든 것들에게 잔인한 달이다. 사람들은 꽃을 보고 그저 아름답다 웃고 지나지만, 꽃은 다음 생을 이어갈 자손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식물의 뜻이 그렇게 치열하게 가다듬어지고 있는 고운, 봄이 마법처럼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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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FORMATION

     

    선유도 공원, 2014

    - 전화 : 02-2634-725 / - 이용시간 : 06:00~24:00

    - 공원 정보 출처 : http://parks.seoul.go.kr/park/default.jsp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 343 / - 주차불가 (양화 한강 공원 주차장 이용 요망)

    - 선유도 이야기 관(선유도 역사관) : 9:00-18:00 / - 버스 : 선유도공원 정문 하차 603, 760, 5714, 7612

    - 도보 : 합정역에서 걸어서 선유도 갈 경우 20-30분 소요됨. / - 현재 양화대교의 상행 하행 방향의 까페 아리따움은 공사중임.

    - 지하철 : 9호선 선유도역> 2번 출구, 도보 5분 소요 (약 700m) / - 지하철 : 2호선 당산역 > 1번 출구(약 100m) → 버스 760, 5714 탑승 후 선유도공원 정문 하차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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