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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낙타를 타고 황금빛 사막을 건너다

    엄턴구리 엄턴구리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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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풍경, 에피소드

      

    인도, 낙타를 타고 황금빛 사막을 건너다

    인도 자이살메르(Jaisalemr) 낙타 사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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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의 잊지 못할 추억 ‘낙타 사파리’

     

    추억에 들어가지 전 냉정히 말하자면 나는 이곳 자이살메르에서 경험한 낙타사파리를 그렇게 환상적이라 추켜세우지는 못한다. 사실 체험이란 게 프로그램은 엉성하기 그지없고 밥은 또 형편없는 게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 모든 건 사막의 밤, 그 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들로 정화된다. 내 생에 그렇게 많은 별빛을 언제고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사막의 한 가운데 자리를 펴고 누우니 눈앞으로 거대한 은하수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 향연의 길목을 홀연히 서성이는 나는 우주의 한 복판에 닿아있다. 그 거대한 존재 앞에 자연히 벅차오는 이 감정을 나는 황홀경이란 단어로밖에 정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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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행을 태운 지프는 달리고 달려 사막의 길목에 우리를 내려준다. 그곳에는 단단히 채비를 마친 낙타들과 무리를 이끌 몰이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낙타는 다들 고만고만했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호불호가 갈렸고, 그 호불호에 따라 우리는 각자의 낙타에 올라탔다. 그리곤 서로 제 낙타가 최고라며 근거도 없는 자부심을 쏟아냈다. 이틀 동안 자신과 함께할 동반자의 이름을 정하느라 주위는 다소 산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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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타의 등은 생각보단 편안했지만 그 높이는 상상 이상으로 높았다. 여기저기 약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앉아있을 땐 몰랐는데 3단으로 접힌 그 다리를 쭉 펴니 이거 생각보다 만만찮은 높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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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벅터벅, 낙타는 걷기 시작한다. 거친 돌길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황량한 모래밭 위에 뿌리를 내린 키 낮은 식물들이 듬성듬성 눈에 띈다. 사막에 피어나는 초록의 식물들은 어쨌든 그 자체로 대단히 위대하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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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도착한 사막에서 낙타들은 나름의 휴식을 취하고, 몰이꾼들은 손님들을 위한 부실한 저녁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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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스캠프라고 하는 곳은 사실 지나온 사막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그곳에서 낙타들은 휴식을 취했고 일행들은 땔감을 찾아 사방으로 흩어졌다. 솜씨가 없는 걸까? 여건이 그런 걸까? 몰이꾼들이 차린 저녁상은 실상 부실하기 짝이 없었지만 주린 배의 우리는 그것을 또 맛나다며 먹는다. 까끌까끌 모래도 좀 씹히는데 심지어 누군가는 맛있다며 되도 않는 허풍을 떨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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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노을이 지면 사막에는 밤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밤, 우리가 수집한 땔감에 불씨가 붙으면 사막에서 조촐한 캠프파이어가 시작된다. 미리 선약된 통닭이 구워나오자 자그마한 술판이 벌어진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사람들은 일순간 경계를 허물고 수다는 봇물 터졌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무리에서 나이가 제일 많던 나는 졸지에 늙은이가 돼 버린 듯, 부어라 마셔대는 그 분위기가 영 적응이 안 되었다. 오가는 얘기들은 어딘지 대꾸하기가 민망했고 여기까지 와서 술만 진창 마셔대는 것도 사막의 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정해진 맥주 한 병을 기분 좋게 비운 나는 그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맨발로 느껴지는 밤모래의 차가움이 좋았다. 벌어진 발가락 사이로 모래알이 스르르 흘러내린다. 낮에는 그토록 뜨겁기만 하던 모래가 밤이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확’ 안면을 몰수한다.

    사막의 한 가운데 자리를 펴고 누우니 눈 앞으로 화려한 별빛이 쏟아졌다. 눈이 부셨다. 거대한 은하수의 향연, 그 화려한 초대의 길목에서 나는 그만 길을 잃었다.

    ‘이봐! 술은 좀 그만 먹고 여기 와서 이 하늘을 좀 보라구, 술보다 더한 황홀경이 여기에 있다구!’

    자칫 꼰대로 비춰질까 이 말은 삼키었다. 한 놈이 얼큰히 술에 취해 '픽'하고 쓰러진다. 그 놈을 부축하고 온 자들도 걸음이 갈지(之)자다. 일행들은 떨어진 술이며 콜라를 더 달라고 억지 떼를 쓰기 시작한다. 급기야 이 밤에 콜라맨은 낙타를 하나 잡아끌고 사막을 건너간다. 이놈들 이거, 좀 과하다 싶다. 

    다음날 새벽, 어젯밤 맞춰놓은 시계가 울린다. 일어나 보니 주위는 아직 어둑히 컴컴하고 아이들은 드르렁 코를 곤다. 담요와 침낭을 있는 대로 주워들고 동쪽을 향해있는 모래 언덕으로 걸어간다. 모래알은 여전히 찬 기운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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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떠오른다. 그 사이 깨어난 누군가가 다가와 아침 인사를 건네 온다. 그는 말없이 먼 곳을 바라본다. 나도 다시 시선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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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동이 벌어졌다. 잠에서 깬 일행들은 술은 아직 덜 깬 건지 콜라맨의 추가 청구액이 과도하게 많다며 회의에 들어갔다. 심지어 어떤 이는 콜라맨이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며 근거 없는 의심을 해댄다. 그들은 기어이 콜라맨을 불러들여 따지기 시작한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더니 듣고 있자니 참으로 가관이다. 콜라맨은 강력하게 자신을 항변했다. 일행들은 회의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이 해결책이라고 들고 온 건 고작해야 '인원수대로 분담하기'였다. 새벽에 일출의 현장에서 만난 아이가 지갑을 열려한다. 어이가 없었다. 그는 분명 자신의 몫 한 병만 마셨을 뿐이다. 이렇게 찌질하게 구는 꼴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마실 땐 좋았겠지. 마시고 즐겼으면 책임도 져야 할 것, 왜 애꿎은 사람한테까지 책임을 떠넘기려 하느냐!”

    사막의 한 가운데서 제대로 정색하는 내 모습도 참 민망하고 짜증났다. 내 일갈 에 뜨끔했는지 사건은 어쨌든 일행들의 책임으로 넘어갔다. 빠른 해결을 촉구하는 몰이꾼들의 퀭한 눈빛에 그들의 지갑이 열린다. 긴 휴식을 끝낸 낙타들은 또다시 터벅터벅 사막의 모래로 발걸음을 내 딛는다. 중간에 들른 마을에서 지친 일행들은 지독한 숙취에 속을 끓이는데 몰이꾼들은 놀리기라도 하듯 퍽퍽한 식빵을 밥이라고 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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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 언덕 너머 색색의 사리자락이 보인다. 가까이 가니 '사막의 오아시스'가 보인다. 상상처럼 푸른색 수풀이 우거져 있거나 코발트 빛 물은 아니었지만 물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놀랍고 가치있는 풍경이었다. 

    일행들은 사파리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짐을 뺐다. 그리곤 다음 여정이 급하다는 듯 서둘러 밥을 먹고 무리지어 떠나버렸다. 사막에서의 아침, 그 낯 부끄러운 소동만 아니었어도 나는 좀 더 좋은 기억으로 자이살의 사막을 추억할 수 있었을까? 별빛으로 보상 받지 못한 빈 공간에 바람이 들락날락, 공기가 시리다. 여행은 사람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 하나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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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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