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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코테, 한발 느린 봄이 기다리는 싱그러운 도시

    토종감자 토종감자 2014.06.20

     

    아키타에서의 늦은 봄맞이 

    요코테, 한발 느린 봄이 기다리는 싱그러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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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겨울, 드라마 아이리스 속의 로맨틱한 설원에 단번에 반해버려 마음에 두고 있던 아키타의 겨울 온천을 찾았다. 보통 드라마 속 모습이 실제보다 예쁘게 묘사되기 마련이건만, 아키타는 예외라는 것이 우리의 결론.

    하얀 설원은 물론, 대자연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숲과 호수가 우리의 마음을 홀딱 빼앗아 버린 것이다. 이 곳에 꽃이 피고, 녹음이 내려 앉으면 또 얼마나 멋진 풍경이 펼쳐질까? 한 번 발을 들이면, 사계절을 모두 보고 싶은 욕심이 생겨나는 아키타, 그래서 5월 말에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는 그곳의 봄을 엿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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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그런데 5월 말에 봄이라니? 한국은 이미 30도를 넘나들며 여름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웬 봄타령인가.

    그렇다. 일본의 북쪽에 위치한 아키타는 우리가 방문했던 5월 말, 아직 봄이 한창이었다. 산 위에는 여전히 벚꽃이 피어 있었고, 마을 곳곳에 이름 모를 수 많은 꽃들이 미모를 뽐내기에 바빴다. 지금 막 싹을 틔운 연두빛 어린 잎들은 온천지를 뒤덮으며 싱그러운 봄을 사방에 뿌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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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시간 남짓한 비행을 마치고 아키타 공항에 착륙하는데, 남편이 비행기가 스위스로 잘못 왔다며 웃는다. 푸르른 들판위를 가득 덮은 유채꽃과 수평선을 가린 짙은 녹음의 산맥은 왠지 남편의 고향, 뉴샤텔Neuchatel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조금은 흐린 날씨였지만 벌써부터 스트레스 가득한 도시의 묵은 때를 부드럽게 씻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 역시 예상대로 아키타는 봄도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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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렌트카 여행을 선택했다. 아키타 공항에 도착하는 건물의 옆 건물에 렌트카 데스크가 있는데, 그곳 전화기를 이용해 사무실로 전화를 건다. 수화기만 들면 사무실로 바로 연결이 되니 당황하지 말고 신호를 기다리면 된다. 물론 일본어로 대답하는 직원의 압박이 있었지만,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영어로 렌트카 리저베이션Rentcar Reservation이라고 이야기하면 직원이 데리러 온다. 그와 함께 공항 옆의 사무실로 이동해서, 영문 계약서를 꼼꼼하게 읽고 사인을 하면 계약 완료.

    이곳은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차가 마치 공장에서 바로 나온 듯 새 것 같다. 차를 건네주기 전에 같이 흠집 체크를 하는데, 맨눈으로 거의 보이지 않을 법한 미세한 흠집도 다 체크를 하더라. 역시 꼼꼼한 일본인이구나.

    드디어 앙증맞은 일본차를 타고, 오늘의 목적지 유자와로 향했다. 다행히 GPS 음성을 영어로 선택할 수 있어, 전화번호 검색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간단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단, 조심할 것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ETC라고 쓰여있는 게이트로 나가면 안된다는 것. 이것은 우리나라의 하이패스와 같은 것으로 렌트카에는 ETC 카드가 부착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어리버리하게 이리로 들어가는 바람에 부슬부슬 비 내리는 날, 직원들을 사무실 밖으로 나오게 만들었다. 그러나 실수는 우리가 했는데, 직원은 마치 본인이 잘못이라도 한 듯 상냥하게 웃으며 인사를 한다. 이런 작은 상냥함이 낯선 곳에서 당황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부드럽게 녹여, 결국은 일본 전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싱그러운 봄에는 요코테 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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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아키타 현 남쪽, 유자와에 있는 오야스쿄 온천마을. 아키타 공항에서 차로 약 두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다. 그러나 공항에서 바로 유자와에 있는 호텔로가 가면, 어영부영 아무것도 못하고 밤이 될 것 같기에, 내려가는 길목, 요코테라는 작은 도시에 들려 잠시 구경을 하기로 했다.

    요코테를 가로지르는 강 위, 단아하고 동양적인 미녀가 우리를 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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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코테성

     

    요코테시에는 무사들이 살았던 가옥과 오래된 창고등 여러 전통적인 건물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우리는 그 중에서 요코테 공원 안에 위치하여 봄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요코테 성을 둘러보기로 했다. 성이라고는 하지만 무사들의 군사거점으로 사용된 작은 요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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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은 매우 작은 언덕 위에 있고,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서 맨 윗층은 멋진 전망대 역할을 한다. 입장료가 있는데, 이 100엔짜리 티켓으로 요코테 시에 있는 4가지 전시관, 요코테성, 카마쿠라관, 이시자카 요지로 문학기념관, 고산넨노약쿠 가네자와 자료관을 모두 둘러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요코테 성 역시 아키타 곳곳에서 촬영되었던 아이리스에 한 장면 담겨 있는데, 바로 가마쿠라 축제 시즌의 모습이 그것. 드라마 속에서 이병헌과 김태희가 이곳으로 밀월여행을 와 데이트를 했다.

    가마쿠라는 '눈집'이란 뜻으로, 겨울에 이글루 같이 생긴 눈집을 지어 그 안에서 떡도 구워먹고 국도 끓여먹을 수 있는 요코테의 겨울 눈 축제이다. 또 작은 가마쿠라를 수 백 개 지어 그 안에 촛불을 밝혀 놓기도 한다.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온다는 요코테 지역의 옛 사람들이 긴긴 겨울을 조금이나마 즐겁게 보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아이리스가 촬영되었던 3월에는 산 아래 마을들, 즉 요코테의 눈이 모두 녹아버렸던 관계로 스탭들이 산에서 눈을 퍼와서 촬영용으로 특별 제작을 했다는 슬픈(?)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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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안에는 몇 점의 유물들과 수공예품 등이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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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탁트인 전망을 보면 왜 이곳이 군사요지로 이용되었는지 알것 같다. 시야가 넓어 요코테시 전체를 멀리까지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연둣빛이 곳곳에 스미고, 강 한 줄기가 잔잔히 가로지르는 참 평화로운 마을이다.

    가만히 둘러보니 성의 위치가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스위스인인 남편에게 배산임수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더니, 남편 왈 유럽의 성도 마찬가지로 배산임수 지형에 세워진다고 한다. 풍수지리는 동양만의 이론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생각해 보면 방어에 유리한 위치라는 것은 동서양 막론하고 다를 바 없을 것 같다. 

     

     

    촉촉한 봄길 따라, 요코테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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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테성은 넓은 요코테 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벚꽃놀이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갔던 5월 마지막 주에는 벚꽃 시즌이 막 끝나고, 본격적으로 어린 잎들만 앞 다투어 나오고 있었다. 성에서 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은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어디선가 요정이 살그머니 나와 인사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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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 안에는 작은 호수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물고기가 꽤 있는 모양인지 옆에서 잠시 지켜보는 동안에 한마리가 낚여 올라왔다. 잔잔한 수면이 커다란 거울이 되어, 사람들이 마치 숲사이를 날아다니는 물고기들을 낚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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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있고, 벚꽃 잎이 떨어진 자리에선 조그마한 버찌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비가 내려 촉촉히 물기를 머금은 식물들이 어찌나 싱싱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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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원에는 이제 더이상 사용되지 않는 철도위에 오래된 기차 한대가 놓여 있다.

    어떤 역사를 가졌는지 주변에 설명이 없어서, 왜 이곳에 이 기차가 놓여 있는지 알 길이 없었으나, 오래된 증기기차는 어떤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나는 증기기차가 널리 사용되던 때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기차의 기관실에도 들어가 볼 수 있어서, 복잡한 내부를 처음 구경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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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코테는 도시라지만 높은 건물도 요란한 네온사인도 없다. 자연속에 둘러싸인 여유롭고 작은 도시가 우리가 바로 느낀 요코테였다. 이렇게 우리는 싱그러운 봄길을 따라, 더 깊은 곳에 숨어있는 아키타의 자연을 감상하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Information

     

    요코테성

    - 주소 : 秋田県横手市睦成 (아키타현 요코테시 무츠나리)

    - 가는 방법 : JR요코테역에서 도보 30분

    - 운영시간 : 9:00~16:30 (동계기간 휴관)

    - 입장료 : 100엔 (4 관광지 통합요금, 공원은 무료입장)

    - Tel : 0182-32-2111

     

    아키타현 정보

    - 홈페이지 : akita.or.kr (한국어)

     

     

    ※ 취재지원 : 아키타현 한국 코디네이터사무소

     

    토종감자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토종감자와 수입오이의 여행노트’ www.lucki.kr 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부터 세계를 유랑하고 있는 유목민으로 한국일보 여행 웹진, 월간 CEO, 동원블로그, 에어비엔비, 투어팁스, 서울대치과대학 소식지 등 온오프라인 여러 매체에 여행칼럼을 기고했다. 도시보다는 세계의 자연에 관심이 많아 섬여행이나 오지트래킹, 화산, 산간지역 등 세계의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닷 속 이야기를 주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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