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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 언저리 여행, 한옥마을 윗동네를 가다

    엄턴구리 엄턴구리 2015.03.23

     

    한옥마을 윗동네를 가다

    전주 언저리 여행

     

    전주여누GH (4)

    "전주 사람은 전주(정확히 말하면 한옥마을)에서 절대 비빔밥을 먹지 않는다!"
    지인은 비빔밥을 비추했고, '그래도 전주하면 비빔밥인데...' 뭔가 아쉬운 나는 그 말을 일부러 무시했다. 비빔밥은 비쌌다. 고기 '좀' 들어간 비빔밤은 '더'비쌌다. 별것도 아닌 게 ​'진짜' 비싸다고 생각했다. ​‘전주 사람은 전주에서 절대 비빔밥을 먹지 않는다’는 그 말은 맞는 것도 같다.  ​
    한옥마을은 동화 속 풍경이다. 그래서 현실성이 없다. 현실성이 없는 풍경은 감흥을 주지 못 했다.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 ‘만지면 사야 합니다.’​ 남부시장 청년몰은 재미졌다. 하지만 대부분의 점포들은 셔텨를 내렸다.
    ‘현대옥’과 ‘웽이집’은 전주 콩나물국밥의 양대 산맥이다. 뭔가 다를 줄 알고 방문한 두 집은 실은 그렇지 않았으니, 콩나물국밥이 특별해 봐야 얼마나 특별할까 싶다. 순대는 피가 진하게 배야 ​제 맛이다. 남부시장 할머니 피순대는 그래서 줄이 길다. ​한옥마을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었지만, 따지고 보면 남부시장은 한옥마을 바깥 이다.​

     

     

     

    한옥마을 윗 동네를 가다

     

    전주한옥마을윗동네 (1)

    전주한옥마을윗동네 (6)

    윗동네는 조금 거칠다. ​여기저기 까지고 군데군데 녹이 슬어있다. 창틀로 쌓인 먼지는 화석처럼 굳어져 겨우 '입김' 정도로는 미동조차 않는다. 나무 기둥 벌어진 틈새로 정체 모를 벌레가 줄지어 기어간다. 틈새마다 꽉 찬 것이 미분양은 없어뵌다.

     

     

    전주한옥마을윗동네 (16)

    외벽의 까칠함은 세월 속에 중첩되어 한옥마을의 그것이 단번에 찍어낸 판화라면, 윗동네의 이것은 오래 묵힌 회화 같다. 

     

     

    전주한옥마을윗동네 (8)

    전주한옥마을윗동네 (10)

    때론 이 모습이 더한 삭막함을 품기도 하지만, ​지나간 시간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것은 가치 있다. 환풍기는 '달달달' 힘겹게 돌아가고, 대원 보일러는 가만 서서 피눈물을 흘린다.

     

     

    전주한옥마을윗동네 (12)

    폐가를 집어 삼킨​음산한 기운은 어딘지 힘이 없어뵌다. 봉인 된 시간, 그 문턱을 넘고 자면 재갈 문 사자의 허락이 필요한 터, 이집트 ​스핑크스의 기묘한 질문이 떠오른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것이 무엇이냐?”

    ​이제는 너무도 유명해져 누구나 답할 수 있는 질문이기에 쉽게 열릴 만한 문이건만

    “두 자매가 있는데, 서로 번갈아 낳아주는 것이 무엇이냐?”​​

    재갈이 두 개이니 질문도 두 개여야 마땅하다.

     

     

     

    디딤발은 땅의 기운을, 하늘 기운은 온 몸으로...

     

    전주한옥마을윗동네 (2)

    골목을 헤집고 다닌다. 넓었다 좁아지고, 가다가 막히고, 쭉 뻗다 꺾이는 게 골목의 특성인 지라 디딤 발의 속력 또한 그때그때 달라진다. 확 트인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러면 부러 멈춰, 하늘 기운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디딤 발의 속력은 막다른 골목에서만 멈추는 게 아니다. 디딤 발은 가만 서서 땅의 기운을 흡수하고, 하늘의 기운은 온몸으로 빠르게 번져 간다.​

     

     

    전주한옥마을윗동네 (9)

    윗동네 한옥마을 언저리는 아랫동네 한옥마을에 비하자면​ (관광하기에) 여러모로 불친절하지만, 윗동네 한옥마을 언저리는 아랫동네 한옥마을에 비하자면​ ​다방면에서 친근했다. 윗마을 한정식은 그 차림이 뻑적지근했지만, 한옥마을 (고기 든) 비빔밥 보다 지출은 덜 했다. 가는 길에 가맥(전주 특유의 가게 맥주집) 집에 들러 연탄불에 잘 구운 황태 한 마리 데려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엄턴구리

    용의 머리가 되고 싶은 뱀의 꼬리로 ‘잡다함’이 지나쳐 자칫 ‘너저분함’으로 치닫는다. 미대를 졸업해 그림을 그리며 교양 있게 살줄 알았는데 생뚱맞게 연극과 영화미술에 빠진 탓에 한 몇 년을 작살나게 고생만 했다. 그러다 운 좋게 환경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지만 그저 좀 ‘무료’하단 이유로 지복을 날로 차고, 지금까지 몇 년 째 시나리오 작가가 되겠다며 되도 않는 글들을 끼적이고 있다. 밥먹고 사는 일은 자유로운 기고로 이어진다. 문화 예술 칼럼을 비롯해 다양한 취재 원고를 소화하고 있다. 한 번의 긴 여행과 몇 번의 짧은 여행을 무한 반복 중이다. 덕분에 적당히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견문은 넓혀진 것도 또 아닌 것도 같다. 쉽게 마음이 동하는 갈대 같은 호기심에 뿌리 깊은 나태함이 더해져 도대체가 갈피를 못 잡는다. 여행과 생각, 사람과 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blog.naver.com/waste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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