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번쩍하고 현대적인 빌딩들로 가득한 도쿄의 마루노우치엔 유럽에서나 볼법한 빨간 벽돌의 3층 건물이 하나 있다. 고층 빌딩들 틈바구니에서 떡하니 존재감을 드러내는 그 건물은 놀랍게도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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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듯 보이는 건물로 1800년대 말에 영국 건축가에 의해 지어졌었는데 미쓰비시 사의 주관하에 1900년대에 이를 때려부수었다가, 2000년대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실은 그리 오래된 건물은 아닌 셈이다. 멀쩡한 건물을 철거했다가 다시 짓기까지의 사연이 제법 구구절절한데, 1900년대에 들어 이 건물이 건축 문화재로 지정될 분위기가 되자 미쓰비시 쪽에서 시내 한복판의 건물을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 따르는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여 문화재로 지정되기 전에 재빨리 해체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0년대가 되고 기업 이미지의 재고를 위해 19세기 말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었던 이 건물을 굳이 다시 복원하게 되었다고 하니, 말그대로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닌 건물이다. 뒤쪽의 거대한 유리 빌딩은 당연히 미쓰비시 사옥인데 이 빌딩을 짓기 위해 "보너스 용적률"을 할당받으려고 이 벽돌 건물을 복원했다는 비판도 있었으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물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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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빨간 벽돌 건물의 안뜰은 유럽식 가든처럼 꾸며져있어 많은 사람들이 테라스 자리에서 음료를 즐기고 산책을 하고 있다. 해가 떠 있는 동안과 해가 저문 뒤의 분위기가 무척 달라 오후 늦게 즈음 방문해 두 분위기를 모두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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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떠 있는 동안과 해가 진 이후의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

 

 

 

미쓰비시 1호관 미술관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유럽 화가들의 작품을 주로 소장하고 있는데  이 작품들을 바탕으로 상설전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특별전이 열리기도 하는데 특별전시 공간이 따로 있지는 않아서, 이럴 때는 상설 전시 작품들이 잠시 사라졌다가 특별전이 끝나면 되돌아오곤 한다. 여기에는 이 벽돌 건물이 지어졌던 시대와 같은 시대의 작품들을 소개한다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전시 공간은 모두 예전에 사무실이었던 곳들이라 관람에 그다지 효율적인 동선은 아닐 수도 있지만, 작은 방마다 작품이 나뉘어 걸려있어서 생각보다 집중은 잘되는 편이다.

 

이 미술관의 자랑 거리 중 하나는 '몽마르뜨의 화가'로 알려진 툴루즈 로트렉의 작품을 200점 넘게 가지고 있다는 것. 툴르즈 로트렉은 캬바레(물랑 루즈)의 광고 포스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그림"과는 달리 그의 포스터는 "광고"라는 확실한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좀더 형태가 단순하면서도 관람자의 시선을 확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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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나비파'의 일원이었던 오딜롱 르동의 <그랑 부케>를 갖고 있다는 점 또한 이 미술관의 엄청난 자랑거리다. 나비파의 작품 대다수는 오르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데 때마침 오르세 미술관과 함께 돌아오는 5월 21일까지 <오르세의 나비파 展>이 열리고 있으니 한번 들러봄 직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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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 중 대표작. 르동의 <그랑 부케>는 가장 마지막 파란 작품이다.

 

 

 

미술관 관람이 끝난 후엔  카페 1984 에도 들러보자. 과거에 은행이었던 곳이 지금은 카페 겸 레스토랑이 되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매 전시에 맞춰 한정 메뉴를 내기도 한다. 지금은 <오르세의 나비파 展>과 관련하여 나비파의 조형적 특징을 표현한 런치세트와 디저트가 한정 메뉴로 나와있다.

 

미술관 주변은 거의 회사 건물들이라 휴일에는 무척이나 한적하다.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이 없는 점이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미술관과 연결된 지하 아케이드에 식당가가 있으니 참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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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

- 현지명 : 三菱一号館美術館

- 주소 : 東京都千代田区丸の内2-6-2

- 홈페이지 : http://http://mimt.jp

- 오픈시간 : 10시~18시 / 금요일은 10시~20시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12월 31일, 1월 1일 / 부정기(전시 변경 등)는 홈페이지 참조 

- 입장료 : 전시 내용마다 상이, 현재 전시인 <오르세의 나비파 展>의 경우엔 1700엔

 

나예

미래에서 왔습니다. 아, 미술관에서 왔다고 해둡시다. http://blog.naver.com/egg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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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수(2) 트랙백수(0)
  1. 우와 마치 정말 유럽에 있을 것 같은 건물로 지어져있어 더욱 일본에서 눈에 잘 띌것만 같아요 :)
    낮에 봐도 미술관 외관이 아름다운데, 저녁에 보면 더욱 낭만적인 미술관으로 바껴 더 매력적이에요,
    요즘같은 날 미술관에 가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

    • 꼭 미술관 관람이 아니어도 가든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