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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프랑스 라벤더 로드를 찾아 발랑솔으로!

    젠엔콩 젠엔콩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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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랑스에 체류하는 동안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 중 하나는 7월의 프로방스였다. 보랏빛 물결이 일렁이는 라벤더 바다와 따사로운 남프랑스의 햇살을 만끽하기 위해. 6월 말, 사하라에서 올라온 무더위가 지나가고 7월이 왔다. 6월 30일 밤 비행기로 마르세유에 도착했다. 남부의 공기는 파리와 다르다. 보다 농밀하고 보다 짙은 더위를 품고 있다. 진득하게 녹아내린 듯한 공기. 그 공기를 호흡하며 남부에 왔다고 실감했다.

    라벤더 로드는 마르세유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발랑솔(Valensole)에 위치한 라벤더 밭을 일컫는다. 발랑솔 지역 특산품인 라벤더를 수확하기 직전인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펼쳐지는 보라색 바다가 아름답다. 지평선 너머로 펼쳐진 라벤더를 보며 좁은 찻길을 달리다보면 탄성이 멈추질 않는다. 발랑솔이 품고 있는 공기는 다른 남부 지역과 또 다르다. 은은하게 배어 있는 라벤더 향이 마음에 따스하게 스며드니까.


    발랑솔 근처엔 어디나 라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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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랑솔 근방을 운전하다 보면 라벤더 밭이 3분에 한 번은 등장한다. 과장이 아니다. 마을 주변엔 온통 라벤더가 자란다. 낮 시간엔 정처 없이 돌아다니길 추천한다. 눈에 들어오는 장소에서 머물고 싶은 만큼 시간을 보내면 좋다.

    유명한 장소도 좋지만 이름을 알린 장소는 사람이 모이기 마련. 나만의 사진을 찍기 위해선 여유로운 장소를 찾아야 한다. 단, 사람이 없는 곳엔 사람이 없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라벤더가 분포한 형태나 주변 경관과의 조화가 명소에 비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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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바람에 산들거리는 라벤더와 꽃이 뿜어내는 향기를 맡고 있자면, 사진의 구도 따위 상관없다."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향기를 실어 나르는 미풍과 따사롭게 꽃을 키우는 햇살이 그곳에 있다. 내 마음 속에 뿌리 내리는 그 풍경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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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삶에 온기를 더해 줄 그 풍경을 지긋이 바라보다 보면 찰나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 순간을 프레임에 담아 내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라벤더 명소: Lavendes Angel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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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랑솔 라벤더 밭을 찍기 위해 전 세계의 사진가들이 모이는 장소는 라방드 앙젤방(Lavandes Angelvin). 라벤더 관련 기념품을 파는 가게다. 그 주변에 있는 라벤더 밭은 굴곡있는 언덕에 자리해 매력적인 구도로 사진에 담을 수 있다. 그리고 두 그루의 나무가 사진에 재치를 더한다.

    무엇보다 해가 지는 쪽으로 라벤더 고랑이 파여 노을의 햇볕이 꽃을 더욱 선명한 보랏빛으로 만들어 준다. 동틀 녘과 해 질 녘, 매직 아워에 라벤더는 가장 선명하게 색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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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보니 해가 지는 20시 무렵엔 이미 삼각대를 대동한 수많은 사진가가 자리를 잡고 서 있다. 그 외에도 개인 촬영자로도 붐벼서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곳에 꼭 가보길 추천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언덕을 따라 늘어선 라벤더 사이로 노을빛이 물드는 순간, 클로드 모네가 꿈꾸고 라라랜드가 구현한 보랏빛 세상이 그곳에 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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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p.  여유롭게 사진을 찍고 싶다면 새벽에 방문하길 추천! 사람이 없지는 않지만 노을 시간에 비해 현저히 적다.


    해바라기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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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방드 앙젤방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엔 해바라기 밭도 있다. 발랑솔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액상 프로방스 지방이 해바라기로 유명하지만, 이곳에서도 해바라기가 종종 보인다. 일석이조랄까. 라벤더를 한껏 즐기고 조금만 걸어가면 해바라기가 기다리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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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없이 서 있는 해바라기는 라벤더 바다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라벤더가 몽환적인 분위기로 다가온다면 해바라기는 정열적인 분위기로 압도한다.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 와있는기분이었다. 두 장소 모두 눈으로 보기에도 사진으로 담기에도 설레는 장소인 건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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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방스의 거대한 골짜기 베르동 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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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나 엘니도에서 볼 법한 기암괴석과 푸른 호수를 프로방스에서 만날 줄이야.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베르동 협곡에 도착했다. 비취처럼 빛나는 오묘한 물과 깎아지를 듯한 절벽은 남국의 절경을 연상케 했다. 절벽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다이빙하는 사람도, 힘이 잔뜩 들어간 팔로 노를 저으며 카누를 타는 사람도, 작은 보트를 타고 협곡 곳곳을 탐험하는 사람도, 상상했던 프로방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풍경이 신기했다.

    물은 따뜻해 헤엄치기에 딱 좋았다. 다음번엔 이곳 근처에 머물며 하루 종일 수영하고 협곡 깊숙이 들어가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면 협곡 어딘가에 숨어 있는 공룡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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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특하면서도 경치 좋은 남프랑스의 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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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랑솔(Valensole), 히에즈(Riez), 켕송(Quinson), 무스티에 생트마히(Moustiers-Sainte-Marie), 오(Aups)를 비롯한 여러 작은 마을.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하며 지나쳐 온 이름들. 이동하며 스쳐지나거나 잠깐의 시간을 보낸 그곳들은 하나같이 남프랑스의 태양빛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야외에 앉아 햇살을 즐기며 와인을 마시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한가로이 오후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느긋한 남부는 내게 낮잠에서 갓 깨어난 나른한 만족감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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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의 정취를 간직한 골목길. 색 바랜 건물이 아련한 미감을 전해 온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이 길을 지나쳤을까. 그들의 사상, 열정, 기대, 마음속 외침을 받아들인 채 이 자리를 지켜온 옛 건물. 켜켜이 호흡과 걸음이 쌓였을 장소에서 그 삶을 상상하며 오래된 마을을 즐겨보았다. 


    mémoire sur province...

    DSC02315_27389187.jpg:: 도시 어디에서나 보이는 마르세유 노트르담 성당. 중세 사람에겐 이정표 역할을 했겠지.

    DSC02244_13502118.jpg:: 파리에선 절대 볼 수 없는 풍경. 야외에 빨래에 스며든 햇살의 향기는 남프랑스인이 누리는 특권이다.

    DSC01893_42863818.jpg:: 보랏빛 바다 위에 파란 돛단배 하나.

    DSC02087_26173749.jpg:: 안녕, 반 고흐.

    DSC02254_16304346.jpg:: 항구에 늘어선 배를 보면 설렌다. 배를 만들게 하려면 재료를 주지 말고 바다에 대한 동경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말에 동감.

     travel info. 
    1. 인천에서 발랑솔로 직항으로 가는 비행 편은 없다. 종종 마르세유 직항 편이 생긴다고는 하나, 부정기적. 파리 또는 기타 유럽 거점 도시에서 마르세유/니스로 가서 여행을 시작하길 추천. 마르세유나 니스에서 렌터카를 이용해야 한다. 라벤더 밭은 넓게 분포하기에 렌터카가 아니면 여행하기 부적합한 편.
    2. 발랑솔 라벤더 시즌은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발랑솔 라벤더 축제가 끝나는 7월 21일 이후론 수확철이라 라벤더가 듬성듬성 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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