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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글을 읽으면 당신은 몽생미셸에 가게 됩니다

    젠엔콩 젠엔콩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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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미셸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만든 경이다. 밀물과 썰물에 따라 섬이 되기도, 육지가 되기도 하는 아름다운 건축물. 그 정경은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디즈니의 성, 천공의 성, 라푼젤의 성, 같은 다양한 별명을 가진 몽생미셸 수도원. 그곳은 꼭 한 번쯤, 아니 여러 번도 가볼 만한 곳이다.

    파리에 체류하는 동안, 기회가 될 때마다 몽생미셸을 찾았다. 평소의 모습, 대만조의 모습. 날씨 좋은 날의 모습 등 모두가 궁금했기 때문에. 중세 순례객이 지녔을 마음으로 찾아간 그곳은 단 한 번도 방문을 후회하도록 만들지 않았다. 아름답게, 굳건히, 고고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흔히 몽생미셸이라 부르는 이름은 이 섬에 자리한 수도원에서 비롯되었다. '미카엘 천사의 언덕'이라는 의미를 지닌 수도원이다. 그 이유는 먼 옛날 한 성직자가 미카엘 대천사의 계시를 받아 시초가 되었기 때문. 그 후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키며 수도원, 요새, 감옥 등 여러 가지 역할로 바뀌었다. 현재는 산 정상 부엔 수도원이, 중턱엔 마을이 형성 되어 있다. 마을이라고 해도, 실제 거주민은 없고 호텔과 식당, 기념품 가게 등을 사용되고 있지만.

     


    #로드 투 몽생미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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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망디 지방은 파리와 멀지 않아 근교 여행을 하기 좋다. 모네가 사랑했던 지베르니, 루앙, 에트르타, 옹플뢰르는 모두 노르망디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파리 근교 여행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장소도 이 지역에 위치한다. 그 이름은 바로 미카엘 대천사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지닌, 몽생미셸. 근교 여행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근교여행이 아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길이를 가야하기 때문. 서울에서 부산 여행을 근교라고 부르진 않으니까.

    몽생미셸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1) 대중교통으로 간다. 2) 렌트카를 이용한다. 3) 당일 투어를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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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녕, 몽생미셸!

    1)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도 두 가지가 있다. 우선 기차를 타고 렌(Rennes)까지 가서 렌과 몽생미셸을 잇는 버스를 타는 방법과 파리에서 몽생미셸로 향하는 플릭스(flix) 버스를 타는 방법이다. 플릭스 버스를 타는 게 가장 저렴하다. 단점은 유럽 버스는 국내 버스보다 차간 간격이 좁은 편이라 만차가 되면 불편할 수 있다는 점.

    기차는 티켓이 비싸기도 하고 경로 자체가 꽤나 돌아가는 편이다. 기차를 타고 간다면 몽생미셸만 가기엔 큰 고생이다. 렌을 비롯한 브루타뉴 지방 곳곳을 여행하길 추천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주체적으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면서 바깥 풍경을 마음껏 구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 렌터카를 이용하면 편하다. 내리고 싶은 곳에 내려서 쉬다 가기도 좋다. 몽생미셸 말고도 이곳저곳 원하는 여행지를 구경할 수 있다. 시원시원한 프랑스 전원 풍경을 보며 운전하는 재미도 쏠쏠. 단점은 유럽 렌터카는 하루 최대 이용 거리가 있어서 추가 요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보통 하루에 200-300km가 주어지는데, 파리에서 몽생미셸까지 약 400km에 달한다. 게다가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 비용도 만만찮다. 여행지에서의 주차요금도 꽤나 비싼 편. 출국 전 국제 면허증 발급은 필수!

    3) 당일 투어를 듣는 방법. 새벽 6시 즈음 출발해서 다음날 새벽 1-2시에 파리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여름엔 파리 도착 시간이 새벽 3-4시에 이른다고. 몽생미셸만 가는 건 아니다. 에트르타, 옹플뢰르 같은 노르망디의 소도시도 방문한다. 체류 시간이 짧아서 아쉽기도 하지만 혼자 가서는 알 수 없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와 숨은 명소를 알 수 있어 좋다. 몽생미셸 수도원이 품은 천 년의 역사도 생생히 들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방법 모두를 사용해 몽생미셸에 다녀와 본 감상을 말하자면, 모두 각기 다른 매력이 있으니 고려해보고 선택하시길 바란다.

     

    #몽생미셸은 언제나 맑음 뒤 흐림 뒤 맑음 뒤 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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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망디 지방은 날씨가 변덕스럽다. 대부분 평지라서 바람이 거침없이 불고, 영불해협은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이라 구름 생성이 잦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만나 변덕스러운 날씨를 만들었다. 프랑스인들은 노르망디 지방은 365일 중 300일이 비가 오거나 흐리다고 놀릴 정도. 하지만 날씨가 급변하는 만큼 하루 종일 비가 오거나 흐린 날은 드문 편이다.

    아침엔 비가 엄청 오다가도 오후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지거나 파란 하늘이다가 갑자기 매서운 소나기가 내리기도 한다. 하여, 출발할 때 흐리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다시 맑아질 수도 있기에. 마찬가지로 출발할 때 맑다고 해서 안심해서도 안 된다. 우산 하나 쯤은 꼭 챙기고 가길 추천한다.

    동화처럼 아름다운 분홍 보라로 가득한 노을도 한바탕 쏟아진 소나기 뒤에 찾아온 선물이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귀여운 양들은 프레 살레(pré salé). 몽생미셸과 노을, 프레 살레가 어우러져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목초지를 찾아 풀을 뜯는 양 떼를 홀린 듯 바라보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양치기가 강아지와 함께 나타났다. 영리해 보이는 강아지는 양보다 작은 체구였지만 날렵하고 효율적으로 양 떼를 한 쪽으로 몰아갔다. 밤이 다가오니 목장으로 가는 모양이었다. 양치기는 휘파람을 불며 그 행렬을 지켜보더라.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그날의 기억. 실은 프레 살레의 슬픈 전설이 하나 있는데, 그건 뒤에서 다시 이야기할 예정이다.

     

    #성벽 안 쪽에 자리한 중세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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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곽 내부엔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마을이 있다. <반지의 제왕> 세트장에 들어 온 것 같은 기분을 주는 중앙길, 몽생미셸 주변 자연 경관을 만끽할 수 있는 성곽길, 그 외에도 굽이굽이 숨어 있는 골목길. 어느 길을 택해도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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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내부에서 유명한 식당은 뿔라 아주머니네(La Mère Poulard). 몽생미셸의 진정한 주인이라고 불릴 만한 뿔라 아주머니가 만든 식당으로 오믈렛이 유명하다. 가격은 34유로. 오믈렛 치고는 매우 비싼 편. 맛있지만 평범한 오믈렛이다. 역사가 깊은 곳인 만큼 한 번쯤은 먹어봐도 좋을 듯. 몽생미셸의 진정한 주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성곽 내부 상권을 뿔라 아주머니 후손들이 장악한 덕분. 뿔라 이름이 걸린 식당, 호텔, 기념품 가게가 엄청 많다. 

     

    #천년의 역사의 시작, 몽생미셸 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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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곳까지 온 만큼, 산 정상에 자리한 수도원도 가봐야 한다. 중세인들은 파리에서 이곳까지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이 걸리며 찾아 올 정도로 오고 싶어 했다. 긴 순례의 종착지인 이곳은 길고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천사의 계시로 만들어진 수도원에서, 백년 전쟁 당시 요새로, 프랑스 대혁명 이후 감옥으로, 19세기 이후 수도원으로 다시 복원된 장소. 역사의 격동을 지나며 천년 동안 켜켜이 쌓여 온 시간을 느껴보자.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장소마다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기 마련. 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오디오 가이드, 가이드 투어, 관련 책을 미리 구매해서 독서, 같은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 색 바랜 돌만 가득해 보이는 수도원에 담긴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지만 꽁꽁 숨겨져 모습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셋 중의 하나는 꼭 택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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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 온 빛으로 성경을 필사하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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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원 서쪽 테라스에서 바라본 주변 경관. 오전 내내 내린 폭우로 갯벌에 물이 고였다. 물에 비친 반영이 신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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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른 날의 서쪽 테라스. 이번에 고인 물은 미쳐 빠져나가지 못한 썰물이다. 갯벌 탐험을 하는 사람도 보인다. 

     

    #별 빛 내리는 몽생미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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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생미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야경. 조명 하나 없는 자연 속 유일하게 조명을 받는 몽생미셸의 야경은 압권이다.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 여러 색으로 물드는 하늘이 개인적으론 더 좋다.

    참고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든 렌터카를 이용하든 당일 투어를 이용하든 몽생미셸 바로 앞까지 직행으로 갈 수는 없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바로 앞까지 제방이 쌓여 있고, 주차장이 조성되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말에 쌓인 제방은 점차 주변 자연을 훼손시켰다. 밀물과 썰물에 의해 대만조, 몽생미셸이 완전한 섬이 되는 횟수가 점차 사라져 갔다. 그 모습을 지키기 위해 현재는 제방을 뜯어내고 나무다리를 설치했다. 주차장도 크기를 축소 시켜 직원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엔 자연이 살아나고 있는 추세라고 하니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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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에서 몽생미셸 앞까지 가는 방법은 세 가지. 마을에서 운행하는 무료 셔틀버스를 타거나, 유료 마차를 타고 가거나(말이 너무 힘들어 보이니 지양하도록 하자.), 튼튼한 두 발로 걸어가는 방법.

    소요시간은 각 10분, 30분, 1시간이다. 날씨가 좋다면, 걸어가기를 추천하다. 점점 가까워지는 몽생미셸의 모습, 그리고 그와 어우러진 목초지와 갯벌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단, 꽤나 먼 거리여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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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스쳐 보내는 풍경에 주목할 수 있기에 여행이 좋다. 하늘의 색이 이토록 다채롭게 변할 줄은. 파랑에서 분홍으로, 보라로, 황금빛, 쪽빛, 하얀색, 먹색, 검정색까지. 씬스틸러는 초승달. 

    이 날은 일 년에도 손꼽히는 만조 지수를 기록했던 대만조. 갯벌은 바다 밑으로 사라졌다. 낮에 들어갔던 성문도 바다에 잠겼다. 완벽하게 섬이 된 몽생미셸은, 자연과 인간이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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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차 빛나기 시작하는 몽생미셸. 첨탑 위 미카엘 천사의 황금상도 밝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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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어둠이 찾아온다. 운 좋게 맑은 밤하늘을 만난다면, 머리 위로 쏟아질 듯한 별 무리가 보인다. 도시에선 볼 수 없는 수많은 별들. 별빛 내리는 몽생미셸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처럼 느껴진다. 몽생미셸은 마법의 피리처럼 우리를 끌어당긴다. 그 마법에 홀려 보시길. 후회하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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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드리 나무를 프레임 삼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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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성을 마주한 중세 순례객은 압도되었으려나. 나무 다리 아래로 바다가 가득한 대만조의 모습이 보인다. 나중엔 파도가 다리 가운데까지 솟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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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까 예고한 프레 살레의 슬픈 전설. 프레 살레는 안타깝게도 몽생미셸의 특산품이다. 이름에서부터 애잔함이 느껴진다. 프레 살레는 '미리 간이 된'이라는 뜻. 섬 주변 염생 습지를 먹으며 자라서 체내에 염분이 쌓였다. 덕분에 간을 하지 않아도 짭조름하니 맛있다. 보통 양고기 보다 귀해서 값도 비싸고 스테이크를 파는 곳은 드물다. 몽생미셸 주변에서도 프레 살레 스테이크는 프레 살레(Pré salé)라는 식당에서만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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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 info.

    1) 렌 국제공항이 있지만, 국내에서 직항 편은 없다. 국내에서 파리로 가는 항공편을 이용하고, 위에서 언급한 방법(대중교통, 렌터카, 당일 투어)을 통해 가야 한다.

    2) 몽생미셸 주변엔 바람을 막을 구조물이 없어 바람이 쉼 없이 분다. 시속 70km/h에 달할 때도 있다고 하니 따뜻하게 입고 가야 한다. 운 좋게 바람이 안 불 때도 있지만, 매우 드문 편. 여름에 가도 긴 팔 가디건 정도는 챙겨가는 게 좋다. 봄 가을 겨울엔 방한 용품을 철저히 챙겨야 고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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