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요르단에서 만난 고대 로마의 숨결, 제라쉬 유적지

    프란 프란 2019.07.25

    중동의 폼페이, 제라쉬를 만나다.

    중동 국가인 요르단에서 유럽 국가인 이탈리아 로마의 흔적을 만나고 왔다. 로마제국은 그 세력이 이탈리아반도를 넘어 유럽뿐 아니라 지중해를 지나 북아프리카와 페르시아, 이집트까지 이르렀는데 이곳 요르단에서도 로마 제국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다.

    요르단의 제라쉬(Jerash)는 로마제국 당시 제라사 Gerasa로 불리던 도시였다. 지진으로 인해 1,000여 년간 사라져있던 이 도시는 1806년 발굴되어 현재까지 발굴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약 25%만이 진행된 상태이며 시리아의 팔미라와 함께 이탈리아 밖의 로마 유적지 중 보존 상태가 가장 우수하다고 전해진다.

    한낮에 방문한다면 선크림과 통풍이 잘 되는 긴 소매 옷 그리고 모자와 선글라스를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여행 중 사막 보다 더 뜨겁고 강한 햇살을 만났던 곳이 제라쉬 유적지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유적지나 그렇듯이, 사전 정보 없이 방문하기보다는 약간의 공부를 하고 관광한다면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다. 

    1_86843960.jpg

    제라쉬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멀지 않고, 대중교통으로도 찾아가기 쉬운 곳이라 많은 자유여행자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가는 관광지다. 제라쉬 유적지는 총 면적이 60만 평방미터가 넘는다. 천천히 둘러봐도 최소한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시기 별 입장 시간이 다르니 미리 확인 후 일정을 계획하면 좋겠다.

    [시기 별 입장 시간]
    01/01~03/31 AM 8:00 - 5:30 PM
    04/01~05/15 AM 8:00 - 7:00 PM
    05/16~08/31 AM 8:00 - 8:00 PM
    09/01~10/30 AM 8:00 - 6:30 PM
    11/01~12/31 AM 8:00 - 5:00 PM

     

    로마는 이탈리아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P6290391_68373006.jpg

    제라쉬 유적의 시작을 알리는 하드리아누스 개선문(Hadrian's Arch).

    P6290399_61152686.jpg

    AD129년 제라쉬를 방문한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를 맞이하기 위해 세워진 아치형 개선문이다. 3개의 아치로 구성되어 있고 가운데 아치의 높이는 약 13m라고 한다. (폭 7m, 두께 6.5m) 만들 당시엔 목재로 된 문이 달려있었으나 현재는 석조만 남아있다.

    2_67524009.jpg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보존 상태가 좋았던 개선문을 지나 본격적인 제라쉬 관광이 시작된다. 고대 찬란하게 꽃피웠던 로마 문명을 만나 볼 시간!

    P6290426_74746875.jpg

    제라쉬는 BC4세기 알렉산더 대왕의 등장과 함께 도시로 발전되기 시작했다. 이후 BC63년 폼페이에 의해 점령되면서 로마의 식민지가 되었다. 페트라를 만든 나바테인들과의 교역을 통해 성장하기 시작했다. 10개로 이루어진 로마의 위성도시인 데카폴리스의 일부가 되어 이 지역의 거점 도시로 성장했다고 한다.

    P6290409_15435350.jpg

    하드리아누스 개선문을 지나면 바로 왼쪽에 위치한 히포드롬. 로마시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스포츠 중 하나가 바로 전차 경기!

    3_99577187.jpg
    :: 개선문 전차 경기장(Hippodorome)

    길이 245m, 넓이 52m로 약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경기장임에도 불구하고 로마 제국의 경기장 중에서는 가장 작은 편이라니, 당시 로마 제국의 건축 기술과 규모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P6290411_84192143.jpg

    지금은 경기장 대략의 모습과 일부 관중석만 남아있지만 로마시대 복장을 한 군인과 검투사가 참여해 전차 경주 등을 재연하는 공연이 진행된다. 시간만 잘 맞춘다면 로마에서도 못 본 전차 공연을 볼 수 있다. 내가 방문한 시간대엔 승마 체험만이 한창이었다.

    P6290417_26564159.jpg

    다음 목적지로 이동 중 한국어를 너무나 잘 하셨던 엽서 판매 아저씨. 날이 너무 덥고 뜨거웠던 와중에 작은 웃음을 선사해주셨다. 

    4_40858765.jpg
    :: South Gate & City Wall

    제라쉬의 출입문 역할을 했던 건축물로 도시로 들어오는 남쪽 출입구에 있는 기념비적인 아치이다. 입장 티켓을 이곳에서 확인하고 있으니 현재에도 제라쉬의 출입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건축물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코린트식 기둥의 아칸서스 잎 모양의 조각! 비잔틴 양식으로 복원된 것으로 남문을 중심으로 3,456m에 달하는 성벽이 만들어져 있으며 남문을 통과하기 전 왼쪽엔 Visitor Center가 위치해있다.

     

    요르단에서 만난 제우스 신전

    P6290490_75223775.jpg:: 제우스 신전

    타원형 광장 왼편으로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제우스 신전.

    P6290438x_31431582.jpg5_40389729.jpg
    :: 제라쉬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타원형 광장(Oval Plaza)

    중동 국가인 요르단에서 만나는 유럽! 내가 중동에서 유럽을 만날 줄이야~ 로마 도시 건축에서 볼 수 있는 포럼(Forum)에 해당하는 곳으로 당시 시민들의 모임 장소 또는 시장 등으로 사용되던 공간이다.

    제라쉬 포럼은 독특하게도 원형이 아닌, 타원형으로 만들었으며 90m x 80m에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도저히 내가 가진 렌즈 하나로는 이 거대한 규모의 광장을 온전히 다 담지 못할 정도였다.

    P6290431_47447800.jpg

    타원형 광장은 무엇보다 이오니아 양식의 석주들이 인상적인데 모두 76개로 타원형 광장을 빙 둘러 세워져 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기둥들이지만 지진과 침략을 거치면서도 이렇게까지 온전히 보존되어 왔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P6290436_70662181.jpg
    :: Colonnades Street

    타원형 광장을 지나면 로마 도시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남북을 축으로 한 도로인 열주대로. 카르도 막시무스(Cardo Maximus)가 위치하는데 북문까지 무려 800m에 이르는 도로가 펼쳐진다.

    P6290485_92587491.jpg

    당시에는 대로를 따라 양쪽으로 260개씩 총 520개의 이오니아 양식의 석주가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차례의 전쟁과 지진 등을 거치면서 많이 훼손되었고 현재는 약 70여 개의 열주만이 복원되어 있다. 70개의 열주 만으로도 이렇게 압도적인데 250개의 열주가 늘어서 있었을 고대 도시를 떠올려보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이렇듯 고대 유적지 방문은 약간의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상상력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정보와 이야기들을 알아야 한다. 유적지 방문은 약간의 공부, 혹은 설명이 필수로 더 해져야 감동을 받을 수 있다.

    P6290454_33310194.jpg

    당시엔 열주 양편으로 주요 건물들과 상점, 주택들이 자리했다. 돌로 포장된 도로는 마차로와 인도로 구별이 되어 있고 양옆의 도로 아래에는 배수 장치를 만들어 비가 오면 하수구로 물이 흘러가는 구조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6_48138025.jpg7_21388331.jpg

    영화 속 장면처럼 CG로 당시 도시의 모습을 재현해 낸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상상도 잠시 해본다.

    P6290470_41611854.jpg

    열주대로 근처엔 상인들이 즐비하다. 그 옛날 이 큰 대로변 옆으로 위치했던 상가들은 상당한 재력과 부를 축적한, 소위 말하는 빽이 좀 있는 사람들의 차지였을 거라 생각된다.

    P6290461_94379474.jpg

    한때는 찬란했을 이곳. 역사 속으로 점점 잊히고 사라져 간다. 현재를 살고 있는 나, 그리고 시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P6290459_78383377.jpg

    석주대로변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비잔틴 교회인 대성당 입구. 하지만 현재는 화려했던 옛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의 모습만 남아있을 뿐이다. 본래 2세기에 디오니소스를 위한 로마 신전이었으나, 4세기경에 비잔틴 교회로 변모했다고 전해진다.

    P6290460_83853884.jpg
    :: 님페움(Nymphaeum)

    춤과 노래와 물의 요정인 님프를 위해 만들어진 님페움은 고대 로마 건축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중 분수대로 제라쉬의 님페움은 AD191년에 만들어졌으며 현재 남아있는 모습만으로도 당시 얼마나 크고 화려하고 아름다웠을지 상상이 되는 건축물이다.

    8_91582809.jpg

    아래층은 대리석으로, 위층은 회반죽을 이용해 아름답게 치장했는데 당시 대리석은 해외에서 수출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큰 대리석을 들여 꾸밀 정도의 재력을 가졌던 로마인들. 당시 이곳 제라쉬 사람들의 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꼭대기에는 반원 형태의 돔을 만들었던 7개의 사자 머리 조각에서 분수 물이 흘러나왔다.

    P6290471_29649461.jpg

    열주대로 너머로 보이는 동네 풍경. 유적지와 거주지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라니.. 고대의 유적지에서 바라보는 현재의 터전을 바라보고 있자니 지금의 모습은 또 먼 훗날 어떤 모습으로 후세에 전해질지 사뭇 궁금해진다.

    P6290446_48634027.jpg

    P6290477_91524784.jpg

    로마시대 당시의 시장터 정도로 추정되는 곳. 큰 규모는 아니지만 지금의 고급 쇼핑센터 정도의 장소로 예상된다고 한다. 활기 가득한 시장의 모습을 살짝 상상해 보고 지나간다.

    P6290451x_49725271.jpg:: 남쪽 원형극장

    열주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 보면 12개의 석주 기둥 중에 11개가 온전히 보전되어 전해지는 아르테미스 사원에 이른다. 나는 그곳까지는 가지 못하고 길을 되돌아 나와 제우스 신전 옆에 위치한 남쪽 원형극장으로 향했다.

    제라쉬에는 두 개의 원형극장이 있는데 이곳 남쪽 극장은 북쪽 극장보다 조금 오래된 서기 90~92년 도미티안 황제 시절에 지은 것이라고 한다. 3,000명이 동시에 입장이 가능한 이 남쪽 원형극장은 현대에 지은 건축물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보존 상태가 완벽했다.

    P6290492_35199258.jpg

    두 명의 악사가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원형 극장 맨 위 끄트머리에서도 그 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만큼 과학적인 건축물이었다. 역시나 고대 로마인들의 기술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P6290512_28311060.jpg

    매년 7월 제라쉬의 원형극장에서는 뮤지컬과 공연이 펼쳐지는 제라쉬 문화 예술축제 Jerash Festival of Culture 가 진행 된다. 

    제라쉬 문화예술축제
    웹사이트 http://jerashfestival.jo

    상당히 가파른 극장의 계단 맨 윗부분까지 올라오니 제라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형 광장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카르도 막시무스, 그리고 카르도 막시무스와 교차하는 데쿠마누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요르단 사람들의 삶의 터전까지 모두가 눈에 들어온다.

    P6290522_86326776.jpg

    요르단의 건축물들은 요르단 땅의 색과 닮아있다. 제라쉬 다음 일정으로 들렀던 시타델에서도 느꼈지만 요르단 특유의 그 색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제라쉬의 감동 포인트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수많은 기둥들! 전체의 25%만 발굴된 미완성의 현장에서도 이 정도의 강렬함을 뿜어내는 도시인데 모든 것이 발굴되면 얼마나 더 대단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요르단 정부도 이 고대 도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테지만 재정이 빈약한 관계로 아직은 급한 불을 끄기에 바쁘다.

    P6290523_98039101.jpg

    유적지 관광은 남아있는 유적들을 통해 역사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기에 의미가 있다. 우리가 유적지에서 감동받는 이유는 어쩌면 남아있는 돌 하나에도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의 열정과 혼이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라쉬! 당신의 상상력의 크기만큼 감동의 크기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프란

    아이와함께 여행하며 사진찍고 추억을 공유하고있습니다.

    같이 보기 좋은 글

    중동의 인기글

    프란 작가의 다른글

    전체보기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