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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산골마을, 강원도 정선 탄광촌의 희망여행

    홍대고양이 홍대고양이 2019.10.16

    카테고리

    강원, 한국,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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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산골로 향했다. 웅장한 자연경관도 찬란했던 역사의 흔적도 없는 곳으로 향할 때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며 여행해야 하는지 고심하게 된다. 누군가 무엇을 보면 된다며 탁! 정해놓은 것이 없는 곳. 그런 곳에서는 오롯하게 나의 시선이 ‘볼만한 것’과 ‘느낄만한 것’을 구별하는 기준이 된다. 이번 여행의 기준. 조그만 마을들에서 희망적이면서 기운 나는 면면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 강원도 정선, 그곳-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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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정선은 강원도 남동부의 군으로, 동쪽에 동해시와 삼척시, 서쪽 평창군, 남쪽으로 태백시와 영월군, 북쪽으로 강릉 등을 접하고 있다. 태백산맥 한가운데 있어 백운산, 함백산 등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산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 사이 조그마한 마을들이 모여 있다. 산 뚫은 터널을 지나고 또 지나, 정선군의 작은 마을 중 하나인 사북과 고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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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디디면서 강원도 ‘정선’? 하고 생각하니 딱 세 가지 떠오른다. 정선 아리랑, 정선 탄광, 정선 카지노. 역사의 순서다. 산촌마을 삶을 살며 정선 아리랑을 부르던 사람들이 1948년 정선군 신동읍에 대한 석탄공사 함백광업소가 문 열면서 탄광촌 사람들로 살았다.

    이후 석탄 없이 쇠하자 카지노가 들어서 지역 경제를 지탱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탄광촌의 어제와 오늘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한다. 소소한 마을 여행이다.

     

    ● 탄광촌 마을 - 마을호텔, 고한 18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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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락한 탄광촌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 먼저 독특한 호텔이 있다는 말에 솔깃하여 정선군 고한읍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없는 골목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거대하거나 찬란하지 않지만 아기자기하게 손길이 지난 흔적이 분명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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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침체된 마을을 살리고자 전문가들과 행정가, 그리고 마을 주민이 힘을 모았단다. 빈 집과 장기 주차 차량, 쓰레기 등이 있던 골목이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이름하여 ‘마을 호텔, 고한 18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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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 호텔’이라는 아이디어, 콜럼버스의 달걀 같다. 문화기획자가 낸 아이디어는 평범한 마을을 색다른 눈으로 보게 했다. 호텔 하면 무릇 하나의 빌딩 안 숙박, 레스토랑, 세탁소 등이 있지만 이곳은 그 호텔이 골목에 누워서, 펼쳐져 있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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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 하나 걷다 보면 나오는 제각각 건물의 여관, 도서관, 중국집 같은 식당, 세탁소 등이 모두 하나의 마을 호텔의 일부다. 실행은 마을 주민 몫이다. 누군가 이 골목에서 자고, 먹고, 즐길만한 충분한 시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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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예쁜’ 시골 골목 같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폐광으로 죽어가던 지역 경제를 살리려 카지노를 필두로 강원랜드가 들어섰지만 밝고 건강한 마을로 살려내는 건 주민들의 손길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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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이 직접 생활공간인 마을과 골목길을 꽃길로 꾸미고, 지역 청년이 골목에 ‘들꽃 사진관’을 열었으며, 공예 카페를 만들고 마을회관도 단장했다. 전문 강연자를 초청해 마을 주민들의 18번가 마을 호텔 아카데미를 열기도 한다. 덕분에 지방 소멸이라는 말이 심심찮은 지금, 지방의 작은 마을에 대한 희망, 가능성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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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골목에서는 올여름 ‘골목길 정원박람회’도 열렸다. 국내 최초로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했다. 인근 함백산에서 야생화 축제를 열고, 여기 읍내는 함백산 야생화를 이용한 골목길 정원박람회를 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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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람회 기간이 지났어도 마을 주민들은 여전히 골목을 가꾼다. 골목은 여전히 곱다. 화려하지 않지만 분명 사랑스러운 것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오종종 놓인 다육이, 이 지역 화가의 화사한 벽화가 있다. 프레임에 담는다. 이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담는 진짜 여행의 순간이다.

     

    ● 탄광촌 공연 - 탄광촌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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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탄광촌에선 특별한 연극을 볼 기회도 있다. 이 지역 탄광촌으로 시집와 평생을 살아온 극단 '광부댁’ 들의 연극이다. 강원도 폐광 지역의 경제 진흥과 사회공원을 위해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들어선 강원랜드. 거대한 복합 리조트 시설로 거대한 카지노, 호텔, 콘도, 골프장, 스키장이 있다.

    강원랜드 하이원에는 카지노뿐만 아니라 ‘카사시네마’가 있다. 올해 추석 연휴 광부댁의 연극이 카사시네마 무대에 올랐으며, 연말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이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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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댁이었던 주민분들이 직접 만든 연극, 이름하여 ‘탄광촌의 봄’이다. 평균연령 68세 마을 분들이 탄광촌의 삶을 희곡으로 쓰고 대본에 밑줄 그으며 외우고 연습해 만든 극이다.

    연극이 본업이 아니었던 분들, 게다가 환갑을 넘긴 아마추어 분들이 무대에서 한 시간 남짓 연극을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하지만 열정이 대단하다. 관절 아픈 것도 무대에 올라가면 잊힌다며 열의 있게 연극을 준비해 꾸준히 기회 될 때마다 무대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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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시간 남짓 연극에는 탄광촌 역사가 담겼다. 광부댁들이 오늘도 갱도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며 남편을 일터에 보내고 검은 광부 옷을 빨며 자식을 키우던 때, 노동항쟁과 탄광 사고를 겪는다. 강원도 탄광촌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 바로 사북사태다.

    1980년 봄, 국내 최대 민영탄광인 동원탄좌 사북 영업소에서 어용노조와 임금 인상폭에 대해 광부들이 일으킨 노동항쟁이다. 열악했던 광산 노동조건에 대해 폭로하며 1980년대 노동운동의 도화선 같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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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간을 온몸으로 겪으며 여기 무대 위 광부댁들은 자식을 키워냈다. 산촌마을이 탄광마을로 변화했다가 강원랜드가 들어서면서 있었던 일들이 할머니들의 노래와 손짓 속에서 천천히 되살아난다.

    막걸리 한 사발에 목에 낀 검은 석탄 먼지를 씻으며 고달픈 하루하루를 버텼던 시간들에 대한 오늘의 위로 같은 연극이다. 힘들었지만 소중했던 그때의 시간들을 추억하며 사람들에게 과거를 선물하는 할머니들, 뭉클해지고야 만다.

     * Info.  연극 <탄광촌의 봄>

    • 공연제목 : 탄광촌의 봄
    • 공연일자 : 2019.9.12.-14 (올 연말 재공연 예정, 변동 가능) / 무료
    • 공연장소 : 강원랜드호텔 3층 카사시네마 극장
    • 극단 : 광부댁 문화창작소 광부댁협동조합 / 원안 : 김순심 & 극단 광부댁 / 각색연출 : 강경환
    • 문의 : 010-2966-4496

     

    ● 탄광촌 소소 매력 - 볼거리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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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 보고 연극 보고 이제 마을 시장도 둘러본다. 고한읍 구공탄 시장이다. 시장 입구는 과거 탄광처럼 꾸미는 등 신경 썼다. 시장은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산나물도 팔고 지역 농산물로 만든 마카롱을 세련된 박스에 담아 파는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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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옆은 탄광촌 역사를 담은 180m 벽화로 단장했다. 시장과 근처 골목, 쭉 따라 걷기만 해도 누가 어떻게 살았는지 설명이 있어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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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 골목 옆, 죽 늘어선 간판들은 여느 마을 간판과 사뭇 다른 점들이 조금씩 보인다. 갈비도 ‘연탄’갈비 전문점이다. 구공탄 구이집이라는 이름도 보인다. 길거리 쓰레기 수거지역엔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연탄재 수거함도 있다.

    그곳에 가는 이유는 그곳에서 밖의 볼 수 없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면, 하얗게 불태워진 연탄재 자체가 여기 온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 Info.   고한 구공탄 시장

    • 주소 :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97-10
    • 시장 안 야생화 마을 추리 극장 꽃 개비 도서관이 있으며 연탄재에 그린 그림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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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한읍 골목에는 신촌마을 야생화 공방이라는 곳도 보인다. 고한 맛집 메밀촌 막국수 바로 뒷골목이다. 마을 아이들이 지역 사진작가와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고한 골목길 정원 박람회의 일환으로 연 다육 아트 전시회도 한창이다. 이곳 사람들의 생활 단면을 살짝 엿볼 수 있으면서 무료로 쾌적한 곳에 앉아 쉴 수 있으니 가볍게 거쳐 갈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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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촌의 변신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과거 탄광을 예술공간으로 만든 삼탄 아트센터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삼탄 아트센터는 광원(광부의 존칭)의 작업환경을 개선하려고 애쓴 삼척 탄좌의 종합 사무동을 문화예술 광산으로 바꾼 것이다. 과거 삼척탄좌 종합 사무동은 1천 명 광부의 샤워실, 세탁실, 수직갱 종합 운전실 등이 있었다. 지금은 현대미술관, 삼탄 뮤지엄 등으로 꾸며져 있다.

     * Info.  강원도 고한읍, 삼탄 아트센터 

    • 주소 : 강원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로 1445-44
    • 운영시간 : 9:00-19:00 (하절기~18:00, 동절기~17:30), 월 휴무
    • 관람료 : 성인 13000 / 문의 : 033-591-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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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탄광을 보고 싶다면 사북 탄광문화 관광촌 & 석탄유물 종합전시관으로 가자. 이곳은 1962년부터 2004년까지, 동양 최대 민영탄광이었던 동원탄좌로 석탄을 캐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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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광된 뒤 탄광 광부였던 분들이 모여 사북읍 번영회를 만들고, 강원랜드와 손을 잡고 당시 탄광 건물을 탄광문화 관광촌으로 되살렸다. 그때의 샤워실, 채탄 장비실, 세화실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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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탄광 광부들이 갱도로 들어가며 탔던 열차가 그대로 멈춰 있고 석탄과 산소를 올리던 거대한 구조물도 서 있다. 광부들이 몸 씻던 검은 수도꼭지 대열과 지표에 만든 거대한 지하 갱도 지도가 탄광업이 성했던 과거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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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신잡의 유시민과 유희열이 여기서 근현대사를 짚기도 하였다. 현재 재단장으로 전시관 운영은 잠시 중단했으나, 갱도 체험은 가능하다.

     * Info.  강원도 사북읍, 사북 탄광문화 관광촌 & 석탄유물 종합전시관 정보 

    • 주소 : 강원 정선군 사북읍 하이원길 57-3
    • 갱도체험운영시간 : 10:00-17:00 (1시간 간격), 비 오는 날 및 현장보수일 체험불가
    • 현재 전시관은 내부공사 관계로 관람 중단
    • 문의 : 사북석탄유물보존회 033-592-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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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광촌은 산촌이다. 산에 온 기분, 놓칠 수 없다. 탄광촌에 온 김에 정선과 영월이 만나는 고개, 백두대간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에 들러 보자. 고한읍에서 지척이다. 탐방로 입구, 지역화가 최승선의 작품이 반겨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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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풍 같은 산이 호위하는 해발 1330m, 우리나라 최대 규모 야생화 군락지가 있다. 1.5km 가량의 소나무 숲 & 야생화 산책로가 훌륭하다. 대자연의 품속, 숨을 쉴 때마다 온몸이 푸름에 물든다.

     * Info.  강원도 만항재 야생화 군락지

    • 만항재 야생화쉼터 주소 : 강원도 영월군 상동읍 구래리 산 1-35
    • 주차 무료, 입장료 없음, 산책로 정비 잘 되어 있음, 야생화 설명 팻말들 있음.
    • 여름마다 정선 함백산 야생화 축제(2019.7.25.-2019.8.4.) 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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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초가을 골목 여행은 뜻깊었다. 깊은 산골 마을 작은 읍을 둘러보는 길, 웅장한 인공물도 찬란했던 역사의 흔적도 없는 곳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며 다녔다.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들을 바탕으로 작은 시골마을은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까, 그런 고민도 포함해서.

    그러면서도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다. 희망을 품은 골목과 사람들을 봐서 그럴 것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잊히게 마련이다. 탄광촌 마을 분들은 스스로의 역사를 갈무리하고 기억하고 전하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희망을 품고 내일의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홍대고양이

    동아사이언스 과학기자, 웹진과학전문기자, 아트센터 객원기자, 경기여행지식인단으로 활동. 지금 하나투어 겟어바웃의 글짓는 여행자이자 소믈리에로 막걸리 빚는 술사랑 여행자. 손그림, 사진, 글로 여행지의 낭만 정보를 전하는 감성 여행자. http://mahastha.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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