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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의 겨울 -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

    발없는새 발없는새 2012.06.01

    카테고리

    미주, 캐나다, 풍경,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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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아가라 폭포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자연의 산물이자 온타리오에게 있어 상징적인 명소입니다. 폭포를 접하고 있는 지역의 이름을 아예 '나이아가라 폴즈(Niagara Falls)'라고 부른 것만 봐도 그 의미를 십분 알 수 있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온타리오는 또 하나의 지역에 나이아가라의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바로 지금부터 소개하려고 하는, 나아아가라 폭포에서 차로 약 30분가량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인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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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온타리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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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이름 그대로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나이아가라 강이 흘러 들어가는 온타리오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입니다. 여기서 잠시 눈을 감고 호수와 인접한 이 마을의 풍경이 어떨지 한번 상상해보세요. 어렴풋이 떠올릴 형상이 조금이나마 더 뚜렷해질 수 있도록 전제를 하나 덧붙인다면, 하늘로부터 내려온 새하얀 눈이 온 마을에 흩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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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수와 눈과 작은 마을의 조합이라면 아마 사진을 보지 않고도 대략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풍경이 있을 것입니다. 미술에 젬병이거나 상상력이 빈약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이 마을을 누비는 분위기쯤은 짐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분히 감상주의적 사고에 기인하고 있다면,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실제로도 여러분이 원하고 계실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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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쉽게 말해 남부 온타리오의 올드 타운(Old Town)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찍이 1700년대 후반에 형성된 마을이라 지금도 시간을 거스르는 건물을 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명소 중 하나인 '조지 요새(Fort George)'도 그 무렵에 건축됐던 것을 1930년대에 복원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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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지 요새 외에도 군사시설이 몇몇 보이는데, 이는 당시에 캐나다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이 미국과의 전쟁을 대비하여 만든 것입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그로부터 약 40년이 흐른 1812년에 이르자 먼저 선전포고를 할 만큼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Upper Canada'라고 불리던 지역을 넘보면서 침공한 미국에게 조지 요새가 점령됐던 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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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시설을 갖췄다는 것은 곧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가 전략적 요충지였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국경에서도 가까웠던 터라 영국과 미국 사이에서는 이 마을을 뺏고 뺏기는 전투가 수시로 벌어졌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치열했던 전장이라면 생사의 기로에서 엇갈렸던 젊은 군인도 많았을 터, 거기에 얽힌 흔하디 흔한 전설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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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보고 계신 '앤젤 여관(Angel Inn)'에 그런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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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가 한창이던 때에 이 앤젤 여관은 영국군의 사령부로 쓰였다고 합니다. 미국군에게 밀려 철수를 해야만 하던 중에 한 젊은 군인이 포로로 잡혔는데, 안타깝게도 그만 여기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더 비극적인 건 그에게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여한으로 인해 남자는 유령이 되어 앤젤 여관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는 전설입니다. 지금도 밤마다 누군가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네요. 생각만 해도 오싹한데 어째서 여관이 운영되고 있는 걸까요? 어쩌면 담력을 시험하고 싶어하거나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들의 필수 방문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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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건물은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명소이자 자랑거리 중 하나인 'Prince of Wales Hotel'입니다. 1864년에 지어져 지금까지 호텔로 남아 있는 만큼 역사가 깊어 호텔 내, 외부가 고풍적이기로 유명합니다. 정말이지 프린스 오브 웨일즈 호텔의 외관은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여느 건물과 비교해도 단연 돋보일 정도로 특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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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린스 오브 웨일즈 호텔이라는 이름은 글자 그대로 프린스 오브 웨일즈에게서 가져온 것입니다. 영화 <킹스 스피치>의 주인공인 조지 6세의 아버지가 조지 5세로 재위하기 전에, 즉 '요크 공작'이자 '웨일즈의 왕자'였던 1901년에 이 호텔에 부인과 함께 머물면서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1973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도 이 호텔에서 묵었다고 합니다.


    가격이 어느 정도일지 다들 궁금하시겠죠? 홈페이지에서 4월 3일자로 확인해보니 최저가 169불, 최고가 269불입니다. 세금과 조식은 별도. 세금을 포함하면 최저 20만 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비싸긴 비싸군요 –_-; 홈페이지 http://www.vintage-hotels.com/princeofwales/default.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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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가 깊은 것과 더불어 적은 인구도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고즈넉한 정취를 자아내는 데 한몫 거듭니다. 이곳은 차로 불과 30분 떨어져 있지만 나이아가라 폴즈와는 또 다릅니다. 2011년 기준으로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총 인구는 15,400명입니다.


    물론 성수기에는 여기도 관광객으로 붐비겠지만 한겨울에 방문을 했던 덕에 한산한 거리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습니다. 워낙 거리를 오가는 사람이 없어 대체 저 많은 차들은 누가 모는 것인지 궁금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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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키피디아'를 보면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인구 중 14세 이하의 어린이는 단 15%입니다. 반면에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22.6%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뭘까요? 우리나라의 시골처럼 도시를 찾아 떠나는 젊은이가 많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은퇴한 사람들이 속속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를 찾아와 해마다 1%씩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습니다. 이걸 보면 그만큼 평온한 노년을 보내기에 알맞은 마을이라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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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거리의 중앙에 세워진 전사자 기념비.

    1차 대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10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단 10명의 희생도 잊지 않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 씀씀이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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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부터 나이아가라 일대의 명물로 급부상한 것으로는 아이스와인이 있습니다.

    온타리오 호수를 보유한 나이아가라 반도는 환경적으로 아이스와인 생산의 최적지로 꼽힙니다.

    이 부분은 전편에서 좀 더 상세히 다뤘던 적이 있으니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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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 페스티발(Shaw Festival)'은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사입니다. 쇼 페스티발에서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라는 명언(?)을 남긴 작가인 조지 버나드 쇼의 작품을 상연합니다.


    1962년에 변호사이자 극작가였던 브라이언 도허티가 단원들과 함께 조철하게 시작한 공연이 성공을 거두면서 올해로 50주년을 넘었습니다. 영어권에서 최고로 꼽히는 이들이 무대에 오르는 공연을 감독한다고 합니다. 버나드 쇼의 팬이라면 필견인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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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 페스티벌은 총 네 개의 극장에서 열립니다.

    사진에 보이는 페스티발 시어터 외에

    로얄 조지 시어터, 코트하우스 시어터, 스튜디오 시어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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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라고 하니 특정 단기간에만 열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쇼 페스티발은 매해 4월부터 10월까지 장기간에 걸쳐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를 버나드 쇼의 연극으로 가득 채웁니다. 하지만 참말로 억세게 운이 좋았던 저는~ 2월에 방문했기에 극장 외관만 보고 돌아오는 악운을 맘껏 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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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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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생긴 스타벅스 카페는 또 처음 봤습니다.

    우리나라도 한옥으로 하나 만들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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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에서 만난 투싼과 제네시스 쿠페.

    캐나다에서는 한국 자동차가 쉽게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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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였던 과자.

    지금 이 사진을 보니

    왜 하나 사지 않고 성냥팔이 소녀처럼

    창밖에 서서 사진만 찍었던 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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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핫도그처럼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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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광경.

    눈이 많이 와서 그런지 저렇게 썰매에

    애를 앉힌 채로 질질 끌고 다닙니다.

     

    애가 무지 재미있어하더군요.

    그걸 보면서 저도 한번 타보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위 사진 속에서 끄시는 분은 아빠가 아니라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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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agara on the Lake'만큼이나 이름이 예쁜 가게 'By the Lake'

    흠...이걸 보니 영화 <시월애>의 집이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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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게의 이름도 재밌습니다.

    'Just Christmas'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시기에만 장사를 하는 걸까요?

    아님 크리스마스에 관한 것만 파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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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수북하게 쌓인 걸 보니 주차한 지 한참 지난 차량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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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아가라를 떠나는 길에 재차 잠시 들렀습니다.

    눈이 싹 녹은 마을은 색다른 감상에 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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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올 때나 안 올 때나 거리가 한산하긴 마찬가지네요.

    하지만 빌딩이 들어찬 도시와는 다르게 적막한 기운은 감돌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고요함이 더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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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에 안 마시는 커피에까지

    마음이 동하게 만든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의 아침.

    근데 메뉴는 식사랑 사이다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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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는 국내 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은 곳이라고 합니다. 제 포스트를 보시고 나이아가라 일대를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혼자서 조용히 상념에 젖어 산책을 하고 싶다면 겨울의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가 제격입니다. 비록 눈과 침묵은 없더라도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에서의 산책은 그만한 값어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단 한 시간이었지만 산책을 하는 동안에 모처럼 여행다운 여행의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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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생 처음 유럽여행을 떠났을 때는 일상과 다를 바가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금도 여유를 가지지 못한 채로 어디를 얼마나 더 많이 가보는지에 혈안이 되었었죠. 첫 여행이었던 탓에 욕심을 내기에만 급급했던 겁니다. 나중에 귀국한 후에서야 깨달았습니다. 몇 개의 나라를 방문했는지, 남들이 다 가는 유명 관광지마다 들러 발자국을 남겼는지는 여행에서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심야의 산책이나마 즐기게 된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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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 시간 속에서 여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여유를 통해 온갖 잡상과 상념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큰 묘미입니다. 눈으로 덮힌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에서의 산책에서 모처럼 그럴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는 특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산책하는 내내 좀체로 그칠 줄을 모르고 내리던 눈이 머리와 어깨에 쌓여 조금씩 젖어들었던 것처럼, 제 마음도 머리와 가슴 속에 응고되어 있던 추억을 끄집어내면서 차츰차츰 물러지고 있었습니다.


    2011년 겨울.





     

     

    발없는새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고 여행을 꿈꾸는 어느 블로거의 세계입니다.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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