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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에 더욱 그리운 중국음식, 셩지엔

    경험주의자 경험주의자 2013.02.28

    카테고리

    상하이, 음식

     

    중국 갈 때는 꼭 고추장이랑 신라면을 들고 가야 해.

    음식이 느끼하고 비려서 먹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어.

     

    중국을 다녀오신 분들께 심심치 않게 듣는 소리이다. 심지어 일부 중국 가이드는 비행기 안에서 나눠주는 기내식 고추장을 지참하라고 권유까지 한다고 하니, 중국여행 떠나기 전부터 음식에 대한 겁을 집어먹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유구한 문화을 가지고 있는 중국 음식이,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재료와 조리방법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음식이 정말 그렇게 맛이 없을까? 오랜 시간과 많은 피실험체(지인 및 가족)들을 통해 준비한 특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중국음식 이야기. 중국음식의 허와 실을 밝히기 위한 여행을 시작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중국음식 이야기 - 제1탄

    셩지엔 生煎 

     

     

    입에서 뿜어져나오는 입김은 옅지만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있다. 섭씨 마이너스 1도. 한국은 한강도 얼어붙을 기세의 한파가 덥쳤다는데 상해의 겨울은 아직 온화하기만 하다. 상해는 절강성 북부에 위치한 중국의 상업도시이다. 최근엔 중국어 발음을 본따 상하이 혹은 썅하이 등으로 표기 하는 추세지만, 나에겐 아직 한자음 그대로 '상해'라는 이름이 익숙한 곳이다. 

    허기진 배를 달래러 울창하게 우거진 빌딩숲 사이로 들어섰다. 초가을에 상해를 왔다면 필시 참게를 찾았겠지만 요즘처럼 냉랭한 기운이 감돌땐 다른게 더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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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쟝루 吴江路

     

    상해 최대 번화가 한편에 자리잡은 이 거리는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각종 길거리 음식들이 가판대 위로 맛있는 냄새를 뿜어냈다. 하지만 최근 상해정부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노점상들을 전부 철거한 이후, 거리에선 예전 맛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상해에서 가장 맛있는 '셩지엔'을 파는 가게가 이 거리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노점상들은 사라졌지만 새로 단장한 거리에 그 셩지엔 가게만은 높다란 신식 빌딩 안으로 자리를 옮겨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름도 낯선 셩지엔이 도대체 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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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셩지엔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중국음식 중 하나로, 우시/가흥/소주/상해 일대의 특색을 지닌 음식이다. 고기육수를 담은 만두를 한 번 쪄내, 끓는 기름에 만두피 밑단만 튀기듯이 익혀 만든다. 보통 국물이 들어간 음식과 같이 먹으며 이때 중국식초를 기호에 따라 곁들이기도 한다.

     

     

    상해에서 가장 맛있는 셩지엔을 파는 곳, 小场生煎(소창셩지엔)

    * 주소 : 静安区吴江路54-60号(近南京西路)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긴줄은 쉽게 줄어들 생각을 안한다. 세상에서 기다리는걸 가장 싫어하는 나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것이라면 그 고통 마저 달게 느껴진다.

    "来来来"(들어와, 어여 들어와)

    아주머니의 힘찬 구령에 맞춰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채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안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입구에서 셩지엔과 우육면을 주문하곤 분홍색의 티켓을 건네받는다. 손에 티켓을 들고서서 둘러보니 아직 남는 자리는 없다. 쭈뼛쭈뼛 서있으니 음식을 나르는 아주머니의 호통이 들려왔다. 

    "当心当心 让开以下"(조심혀, 좀 비켜봐)

    몸을 돌려 음식이 지나갈 공간을 만들어준다.

     

    가게는 진작에 만석이지만 입구에 선 아주머니는 손님 받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 뒤로는 나 말고도 분홍색 티켓을 손에 쥔 손님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잠시 뒤 내 앞에 앉은 숙녀분이 깔끔하게 그릇을 비워내곤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빠르게 가방을 던져 자리를 차지하고는 아주머니께 티켓을 건넸다.

    드디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식탁위로 노릇노릇하게 익은 셩지엔과 우육면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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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엔을 먹는 방법은 소롱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않다. 먼저 오목한 중국 수저위에 셩지엔 하나를 올려놓고 젓가락으로 가볍게 만두피를 열어 뜨거운 김을 빼낸다. 이때 중국식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수저위에 먼저 식초를 잔잔히 깔아주는게 좋다. 조심할 것은 기름에 튀겨낸 음식이므로 증기로 쪄낸 소롱포보다 더 시간을 두고 식혀줘야 화상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식혔다면 수저를 통째로 입안에 집어넣고 음미하면 된다. 조심스럽게 먹는다고 셩지엔을 쪼개먹다간 아까운 국물이 다 흘러넘칠 수 있으니 최대한 한입에 넣는 것이 포인트.

    우육면은 셩지엔을 삼키다 중간중간 목이 메면 들이키기 좋다. 소창셩지엔에서 파는 우육면은 대만식의 밀가루 면이 아닌 우뭇가사리같이 얇고 투명한 면이 들어있다보니 면보다 국물이 더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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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심스럽게 셩지엔을 하나 들고 살살 식혀서 입안에 집어넣었다. 터져나오는 고기육즙에 촉촉하고 바삭한 만두피의 절묘한 식감이 한데 어우러져 입안에서 멋진 하모니를 이룬다. 고추기름을 듬뿍 넣은 우육면을 들이키고는 다시 셩지엔을 집었다. 이번엔 바삭한 부분을 위로가게 뒤집어 올렸다. 과자처럼 고소한 만두피를 갉아먹다 다시 단번에 육즙을 들이키니-

     

    "캬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신선한 돼지고기 소의 담백함에 각종 야채가 부드러움을 더하고 과하지 않은 진한 고기육즙은 맛의 풍미를 더 깊게 만들어준다. 쫄깃한 수제 만두피의 찰진 맛에 깨와 파로 깔끔함까지 잡아주니 명불허전 만두계의 전설이라 불릴만 하다. 맛에 취해 보내는 오찬의 짧은 기억은 중국음식이기에 더욱 그립다. 

     

     

     

     

     

    경험주의자

    창업가, 기획자, 여행작가 편의에 따라 꺼내드는 타이틀은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처럼 지극히 불안정하고 또 순수하다 2번의 스타트업 창업 속 직장인이라는 낯선 옷을 수 차례 입고 또 벗으며 줄곧 새로운 것에 목말라있다 개인저서 <저가항공 세계일주>를 비롯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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