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바로가기
  • 메뉴 바로가기
  • 하단 바로가기
  • 딤섬의 기억 :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마카오 THE EIGHT>

    경험주의자 경험주의자 2018.07.23

    [프롤로그]

    피렌체 뒷골목을 걷고 있었다.
    행인들의 발걸음이 사그라드는 작은 골목 귀퉁이에서 맛있는 향기가 피어올랐다.
    낯선 향신료가 섞여 기분 좋은 거리감을 두는 향
    한 면만 칼집이 들어간 투박해 보이는 호밀빵엔 육즙과 양념이 한껏 배인 촉촉한 살코기가 넘치게 차있었다.

    DSC02729.JPG

    지나간 여행을 회상하면 많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하나의 스토리가 온전히 생각나기는 쉽지 않다. 사금을 채취할 때 무거운 불순물이 가라앉고 나면 그 위로 남겨진 것들이 눈이 아리듯 선명하게 보이는 것처럼 기억이란 것도 흘러간 것들 사이로 남겨진 조각들은 꽤나 진하게 느껴지는 법이다.

    음식에 대한 기억들, 그것은 복잡하지 않고 꾸밈이 없기에 좋다. 시간이 흘러 길 위에서 만난 많은 것들이 희미해져 가지만 입안을 맴돌던 독특한 향과 맛의 기억들은 오롯이 남아있다.   

     

    THE EIGHT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숫자 8을 상징하는 이 레스토랑은 마카오에 있는 단 두 개의 미슐랭 3스타 중 한 곳이다. 미슐랭은 별의 숫자가 높을수록 더 가치가 있으며 별이 3개라는 건 미슐랭 가이드 평가로부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이다.

    •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 : 세계 최고 권의의 여행안내서로 전세계 레스토랑을 찾아 별점을 주는 안내서로 유명하다 전 세계를 통틀어 3스타 레스토랑은 현재 단 50개만 존재한다.

     

    The_8.png 3star.jpg

    ▲ 디에잇 레스토랑은 그랜드 리스보아 호텔 2층에 위치해있다.

     

    금빛으로 장식된 커다란 8자 모양의 조형물을 지나 내부로 들어가면 벽면엔 영상으로 투사된 사람만 한 금붕어가 자유롭게 노닐고 있다. 발밑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 위로는 벽면 금붕어가 반사되어 마치 내가 커다란 수조안에 들어온 착각마저 들게 했다.

    The_8_Interior_1.jpg

     

    DSC04444s.jpg

     

    숫자 8과 금붕어는 중국인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8은 중국어로 빠(ba)라는 발음으로 부자가 된다는 发财 : 퐈차이(facai)와 유사하며 금붕어는 돈을 가져와주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디에잇은 점심 메뉴판엔 일반적인 딤섬조차 재료 혹은 조리법을 바꾸어 한자를 다르게 써놓고 음식 사진은 따로 없어 현지 중국인조차 메뉴판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연구하곤 한다.

    • 디에잇은 런치와 디너 메뉴판이 따로 있으며 디너에는 딤섬을 판매하지 않는다.

     

    자리를 배정받고 앉아있으면 따뜻한 자스민 차와 함께 아뮤즈부쉬가 나온다. 튀김과 다진고기 그리고 유자소스 전복으로 구성된 스타터는 독특한 풍미와 농도 짙은 맛들의 향현이 식당의 첫인상만큼이나 강렬했다.

    DSC04446s.jpg

    DSC04450s.jpg

    딤섬 첫 주자는 하가우이다.

    DSC04453s.jpg

    ▲ 하가우

    디에잇의 시그니처 딤섬으로 밀전분을 금붕어 모양으로 빗어 안에 큼지막한 새우가 통째로 집어넣었다. 하가우는 본디 내용물이 비출 정도로 피를 얇게 빗어내는 것이 관건인데 디에잇의 하가우는 그런 정석을 따르고 있지 않다. 적당히 도톰한 피는 씹을수록 고소한 향이 올라와 새우의 감칠맛과 뒤섞여 묵직하고 중후한 맛을 낸다.

     

    DSC04454s.jpg

    ▲ 차샤오빠오

    디에잇의 차샤오빠오는 고슴도치를 형상화한 게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빵 바닥을 살짝 구워 바삭한 식감을 살린 차샤오빠오를 선호하지만 디에잇은 카스테라처럼 폭신한 식감을 가지고 있다. 차샤오는 오랜 시간 구워낸 소스에 조려진 돼지고기를 뜻한다. 덮밥에 올려먹거나 빵 등의 소로 주로 활용하는데 디에잇의 차샤오는 흔한 달고 짠 바베큐 소스가 아닌 자체 제작한 특제소스를 사용하여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다.

     

    DSC04460s.jpg

    ▲ 와와차이

    딤섬을 먹을 땐 광동식 모닝글로리인 공심채를 주문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수프와 야채를 같이 먹고 싶을 땐 와와차이탕을 주문하는 게 좋다. 일반 배추의 5/1 크기의 작은 배추의 형태를 띤 와와차이는 볶음으로 먹기도 하지만 사실 탕으로 먹을 때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진하고 걸쭉한 국물과 적당히 익혀진 채소는 두 명의 주인공이 전부 돋보이는 영화와 같다. 잘 만들어진 와와차이탕은 겉잎이 으스러질 정도로 무르고 속심지는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어야 한다. 국물 역시 점성이 너무 높거나 묽지 않고 육수의 향과 향신료의 배합이 너무 강하거나 어디 한 곳에 치우지지 말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 디에잇은 그런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재료의 본질을 이해하고 손질하는 건 간단해 보이지만 사람을 알고 알아가는 과정 마냥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이다.

     

    DSC04462s.jpg

    창펀

    창펀은 광동지역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 딤섬이다. 곱게 갈린 쌀가루를 물에 풀어 익히면 한겨울의 눈처럼 희고 고운 색을 띠게 된다. 그 안에 취향에 따라 다양한 소를 넣을 수가 있는데 돼지고기를 넣으면 돼지고기 창펀, 새우를 넣으면 새우 창펀이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창펀에는 감미료가 첨가된 중국식 간장을 부어 간을 맞추는데 디에잇의 창펀은 따로 간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간이 잘되어 있었다. 바삭하게 구운 돼지껍데기와 촉촉한 살코기 위로 부드럽고 두툼한 피가 둘러진 디에잇의 창펀은 그 식감만으로 사치스러운 기분이 들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브런치(bruch),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가 합쳐진 이 표현은 입안 어딘가 돋아난 혓바늘처럼 낯설고 불편할 때가 있다.
    딤섬(点心)의 한자를 풀면 마음의 점을 찍는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하루 중 짧은 휴식을 뜻하기도 하며 인생의 쉼표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루가 마냥 길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하루야 빨리 지나가라 수없이 외치고 싶은 날이 있다.
    따스한 무언가가 날 안아주면 그 안에서 깊고 서러운 울음을 터트리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 

    그리고 그런 날엔 브런치가 아닌 딤섬이 생각날 거 같다.  

     

    [INFO]

    - 식당명 : THE 8 RESTAURANT
    - 위치 : 2F Grand Lisboa HOTEL in MACAU
    - 영업시간 : LUNCH l 11:30 - 14:30(월요일 - 토요일) / 10:00 - 15:00(일요일, 공휴일)
                    DINNER l 18:30 - 22:30
    - 연락처 :  (853) 8803 7788
    - 1인당 예상 비용 : 600HKD - 1000HKD

     

    경험주의자

    창업가, 기획자, 여행작가 편의에 따라 꺼내드는 타이틀은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처럼 지극히 불안정하고 또 순수하다 2번의 스타트업 창업 속 직장인이라는 낯선 옷을 수 차례 입고 또 벗으며 줄곧 새로운 것에 목말라있다 개인저서 <저가항공 세계일주>를 비롯 등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있다

    같이 보기 좋은 글

    SNS 로그인

    복잡한 절차 없이 SNS 계정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겟어바웃 에디터라면 로그인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