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스물여섯, 교토와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파릇파릇한(?) 나이의 꽃쳐녀의 눈에도 마냥 매력적으로 비춰지던 도시 교토.
스치듯 짧은 첫 만남을 가진 그날로부터
무려 6년의 시간이 흐른 지난 5월의 어느 늦은 봄날,
저는 교토와 다시 재회했습니다.
하지만 감격스러운 재회도 잠시,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교토와 이별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두달 후, 생각보다 빨리 교토와의 세 번째 만남을 갖게 되었습니다.
기다림 끝에 낙이 온다고 앞선 두 번의 여행과는 달리
이번엔 교토에서만 무려 이틀이라는 긴 시간이 주어졌지요.
이 보물 같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보다 알차게 아깝지 않게 보낼 수 있을까
고심한 끝에 하루는 튼튼한 두 다리로, 또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교토를 누비기로 했어요!
그렇게 이틀간 제가 알차게 누빈 교토의 거리 곳곳을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
'교토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하면 교토역과 기온 가와라마치 이 두 곳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데요. 한큐선 가와라마치 역이 자리하고 있어 JR 교토 역과 함께 교토 제2의 현관문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기온 가와라마치는 교토 역 만큼이나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닿는 거리입니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상점들과 백화점 그리고 쇼핑 거리를 넋 놓고 걸었다간 어느새 예쁜 상점 안에 들어와 지갑을 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일! 그만큼 기온 가와라마치에는 예쁜 상점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가와라마치역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걷다 보면 가와라마치, 테라마치 등 골목 맛집과 상점들이 늘어선 예쁜 시장 거리도 만날 수 있는데요. 가모가와(鴨川) 강변을 따라 줄지어 선 식당에 비하면 그나마 가격이 좀 착한 편이니 이곳에서 교토식 식사를 즐겨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 폰토초(先斗町)
가모가와 강변을 따라 북쪽 방면인 산조 역까지 이어지는 폰토초(先斗町)는 고급 음식점과 카페 등이 몰려있는 거리입니다. 밤이면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식당과 카페에 불이 켜지면서 아주 특별한 야경을 선물하는 곳이니만큼 꼭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어둠이 내린 시간 한 번쯤 들러 골목을 타박타박 걸어보시는 것을 추천해요!
어둠이 내릴 즈음 교토 시민들에게 최고의 산책 장소로 손꼽히는 가모가와 강변을 찬찬히 걸으면서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교토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도시 풍경을 감상하는 일도 참 멋진 일이더군요.
산조 다리 바로 앞에는 교토에서 가장 멋진 전망을 갖고 있다는 스타벅스 산조오하시점(京都三条大橋店)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커피 한 잔 값을 지불하고 멋진 야경을 감상하며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여유가 있다면 '교토의 부엌'이라는 별명을 가진
400년 전통의 니시키 이치바 재래시장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고요 :)
가와라마치 역에서 동쪽으로 가모가와 강을 건너 야사카 신사 방면으로 걷다보면 고풍스러운 전통 가옥이 늘어선 거리가 눈에 띕니다. 교토를 배경으로 하는 일본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곤 하는 거리답게 마치 세트장을 꾸며놓은 듯한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예쁘기도 예쁘지만, 고급 레스토랑과 주점이 모여 있는 교토의 대표적인 유흥가인 하나미 코지에서는 운이 좋을 경우 교토 유흥의 꽃인 진짜 게이샤와 마이코를 만날 수도 있다니 밑져야 본전! 꼭 한 번 그 길을 걸어보시기 바랍니다.
교토 골목골목을 제대로 돌아보리라 결심한 만큼 무작정 길을 따라 걷다보니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풍경들도 만나게 되더군요.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예쁜 신사에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꽃향기 가득한 집들도 만날 수 있었어요~ (^^)
지도 하나 달랑 손에 쥐고 무작정 걷기를 삼십 여분. 더위도 식힐 겸 마트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집어 들고 나왔는데 건너편 골목길 저 끝 오층탑이 눈에 띄더군요. 가이드북에도 나와 있지 않은 탑이라 호기심에 무작정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것의 이름은 '야사카 탑(八坂の塔)'
높이가 무려 46m에 달하므로 너무 가까이 가면 한 프레임에 탑을 담기 힘들 수 있으니
골목을 오르는 중간 중간 탑을 배경 삼아 멋진 기념 사진을 남기시는 것을 추천해요!
무작정 오른 언덕 끝에서 야사카 탑을 만나고 그 우측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덧 니넨자카에 다다랐습니다. 이어서 산넨자카도 만날 수 있었고요.
처음 교토에 왔을 때 이곳에서 넘어지면 2년, 3년 안에 죽는다는 미신을 듣고 흠칫했지만, 그 재앙을 막으려면 이 거리의 상점에서 파는 호리병박을 몸에 지니면 된다는 이야기를 마저 듣고 왠지 상술인 것 같다는 생각에 픽- 하고 웃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이날 제 바로 앞에서 한 일본인이 쿵 하고 넘어지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작 넘어진 그 일본인은 툭툭 털고 일어나 제 갈 길을 갔지만,
저랑 제 옆의 금발의 여자분은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그 자리에 박힌 듯 서있었답니다.
말로는 안 믿는다고 해놓고 속으론 그 미신을 믿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미신이지만, 그래도 왠지 찜찜하니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를 걸을 땐 꼭 발끝에 힘 팍팍 주시고 걸으세요!
전통 음식을 파는 가게부터 기념품 숍까지 기요미즈데라까지 쭉 늘어선 상점들.
어찌나 구경거리가 많은지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하마터면 상점 구경하는데 정신을 팔다가 정작 기요미즈데라 입장 시간을 놓쳐 못 들어갈 뻔 했지 뭐에요!
기요미즈 언덕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 아기자기하고 볼거리 많은 상점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모노를 곱게 차려입은 마이코 체험객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실제로 이곳에서 만나는 마이코들은 대부분 마이코 체험을 신청한 여행객들이라고 합니다. 진짜 게이샤와 마이코들이 이곳을 찾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요.
비까지 오르락내리락하는 궂은 날씨에 반나절 가까이 교토를 누볐으니 그날 밤 저희 자매의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하지만 몸은 피곤해도 마음만큼은 부자가 된 듯 벅차고 뿌듯했던 그 기분을 저는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천년고도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교토의 골목골목을 여러분도 꼭 걸어보세요 :)
사진을 좋아하여 자연스레 여행을 하게 된 로맨틱 커플 여행가. 티스토리 여행블로거로서 '헬로뷰티플데이즈'라는 아기자기한 공간을 운영 중이다. (http://hellobeautifuldays.com/) => "블로그라는 작은 공간에 저와 사랑하는 남편이 함께한 로맨틱한 커플 여행부터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의 여행까지 5년여간의 추억들을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행복한 순간들을 당신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