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울진여행 1박 2일 추천일정
울진여행 1박 2일 - 첫째날
대게로 유명한 관광도시 울진에 1박 2일로 나 홀로 여행을 떠났다. 반년 이상 책을 쓰면서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다. 시간은 있었지만 책이 신경쓰여서 섣불리 떠날 수 없었다. 다음주 부터는 새로운 직장에 출근한다. 출근하기 전에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자며 울진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동서울터미널 홈페이지(www.ti21.co.kr)에서 울진행 고속버스를 예매할 수 있다. 어른 1인을 기준으로 25,700원에 우등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동서울터미널은 이른 오전이었지만 여행을 떠나려는 이들로 붐볐다.
오전 9:35분 차를 탔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울진까지는 4시간이 걸린다. 인스타그램으로 인증샷도 올리고, 음악도 듣고, 사색에 잠기기도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와 나른함이 기분좋게 다가왔다.
드디어! 울진종합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산도 안 가져왔는데 어떡하지?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블로그를 검색해봐도 여행 일정이 나온 글이 없어서 일단 울진군청에 가보기로 했다. 울진버스는 티머니, 교통카드를 지원해서 좋았다. 시골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현금을 따로 준비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터미널에서 울진군청까지 아주 가깝다. 날씨가 좋으면 걸어갈 수도 있을만한 거리였다. 여기서 내리면 왼쪽으로 울진군청이 보인다.
버스정류장에서 바라본 울진군청의 전경이다. 흐린날씨였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울진군청 정문에는 관광안내 책자가 꽂혀있었다. 몇개 챙겨서 여행을 해도 되겠지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는 만큼, 우산도 없는 만큼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문화관광과로 찾아가보기로 했다.
여기가 바로 생태문화 관광도시 울진의 문화관광과다. "저기요.. 뭐 좀 여쭤보려고 하는데요.."라고 어느 직원분께 물었더니 담당자분이 오셔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나는 직원분께 "울진여행이 처음인데 인터넷에 별로 정보가 없더라고요. 1박 2일 일정으로 왔는데 혹시 여행일정을 추천받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직원분은 지도를 펼쳐 자세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메모지와 볼펜도 내주셔서 편하게 내용을 받아적을 수 있었다. 울진여행에 도움이 되는 현지인(?)의 말씀을 정리했다.
- 울진은 차를 가져오는 게 대중교통 보다 유리할 수 있습니다. 대중교통이 서울처럼 자주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 금강소나무숲길은 하루에 여행할 수 있는 인원이 정해져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해야 합니다. 시간도 하루 종일 걸립니다.
- 주요여행지 간의 거리가 상당합니다. 한시간 이상 걸리는 곳이 많습니다.
사전 연락도 없이 무작정 찾아갔는데도 직원분이 친절히 응대해주셔서 너무 고마웠다. 내가 추천받은 1박 2일 여행지는 다음과 같다.
- 망양정 해수욕장 - 성류굴 - 울진엑스포공원 - 은어다리 - 죽변항(죽변 등대) - 폭풍속으로 드라마세트장 - 숙박 - 덕구계곡 - 덕구온천스파월드
군청을 나오면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침도 안 먹고 점심시간도 지나서 배가 등에 달라붙기 직전이었다. 망양정 해수욕장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기로 했다. 일단 망양정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군청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그런데 30분 정도가 지나도 버스가 지나가지 않았다. 네이버 지도 앱을 열어 출발지는 현재 위치, 도착지는 망양정해수욕장으로 입력했다. 그렇게 긴 거리가 아니라서 택시를 탔다.
여행지에서 택시를 타려고 하면 왠지 바가지요금을 요구하지는 않을지 불안하기 마련이다. 울진에서 여행하면서 2번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들이 도착지까지 얼마의 요금이 나올 거라고 미리 언질 해주고 여행정보를 묻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드디어 해물칼국수가 유명하다는 먕양정횟집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을 마주 보고 있어서 무척 찾기 쉬웠다.
원래 1인분에 9천원이지만 혼자 시키려면 1만원을 내야한다고 했다. 와! 이 비주얼을 보라. 거의 세숫대야에 버금가는 크기의 양에 한번 놀라고 조개와 해산물의 양에 놀랐다. 시원한 맛의 국물 맛이 참 좋았다.
크! 이렇게 푸짐한 해물칼국수는 여태 본 적이 없다. 조개만 까먹어도 배가 불렀다. 칼국수까지 먹고 났더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INFORMATION
망양정 횟집
경북 울진군 근남면 산포리 716-6
054-783-0430
점심을 맛있게 먹고 건너 편에 있는 망양정 해수욕장에 갔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사람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치 겨울바다에 온 느낌이 들었다.
바다를 보고 있으니 마음이 후련해지는 게.. 참 좋았다. 올 한해 힘든 일이 참 많았는데 파도와 함께 씻어내려가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크, 바다는 언제보아도 좋다. 날도 흐리고 사람도 없었지만 해변가를 따라 걸었다. 유튜브로 Cat Power의 Sea of Love를 들었다. 크아- 너무 좋았다.
더 비가 오기 전에 서둘러 엑스포공원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보였다. 집에 있는 자전거 생각이 났다. 산포 4리 마을 푯돌이 보였다.
망양정 해수욕장에서 울진엑스포공원으로 가는 길이 멋지게 꾸며져 있었다. 보슬 보슬 내리는 비를 친구 삼아 터벅터벅 걸었다.
건너편으로 엑스포 공원이 보였다. 안개 낀 산과 바닷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풍경이 장관이었다.
30분 정도 걸었을까. 울진엑스포공원에 다다랐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내 촬영을 하려고 했는데 오늘이 하필 휴무였다.
월요일에 휴무라니 이럴수가. 발가락이 아파서 신발을 벗었더니 피가 나고 있었다. 탐스 신발이 젖어서 마찰이 심해졌나보다. 많이 걸어야 하는 여행에는 탐스 신발을 신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울진엑스포공원은 매주 월요일이 휴무일이다.
- 탐스 신발은 여행용으로 적절하지 못하다.
비가 많이 와서 급하게 숙소를 알아봤다. 엑스포공원 주변에서 숙소를 찾다가 황금장을 발견했다. 울진에는 좋은 펜션도 많았지만 혼자 여행와서 비싼 숙소에 묵을 이유는 없는 법, 저렴한 숙소를 발견했다.
황금장은 옛날 느낌의 여관이다. 주인할머니한테 하루 숙박비가 얼마냐고 물었더니 2만5천원이라고 하신다. 대박 싸다!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TV, 냉장고, 거울, 에어컨 등 있을 건 다 있고 욕실시설도 깔끔했다. 나홀로 엑스포공원을 여행하는 분들께 황금장을 추천한다.
저녁에는 맥주랑 안주거리좀 사와야겠다며 근처 슈퍼에 갔다. 24시간 슈퍼 낚시라니! 이렇게 직관적인 가게 이름은 '급한 마음' 모텔 이래로 처음 보았다.
맥주 한잔 하면서 다음 날 일정을 계획했다. 역시 오징어땅콩만한 맥주 안주도 없다. 내일은 더 많은 곳을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스르륵 잠에 들었다.
INFORMATION
황금장
경북 울진군 근남면 노음3길 3
054-782-2212
울진여행 1박 2일 - 둘째날
첫째날에는 비가 오는 바람에 제대로 여행하지 못했다. 둘째날은 다행히 정오가 지날무렵부터 날씨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제의 설움을 씻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울진엑스포공원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도착해서 그랬는지 관광객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황금장 여관에서 다리를 건너 조금 걷다보면 엑스포공원이 나온다.
엑스포공원에 도착해 친환경농업관에 가보기로 했다. 입구에 매표소가 있었다. 구경하고 싶은 곳만 따로 구입할 수도 있고 유료 시설을 모두 구경할 수 있는 통합권을 구입할 수도 있었다.
8,000원짜리 통합관람권을 구입했다. 나는 오전 9시 20분부터 구경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붐비는 걸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 와서 구경하는 걸 추천한다.
먼저 세계의 식탁을 구경했다. 건물 안을 이런식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았다.
목초를 먹고 유유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하기 쉽도록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왼쪽에 홀로 서있는 소가 귀여웠다.
관람객들이 하도 쓰다듬어서 그런지 볼에 상처가 있었다. 제발 만지라고 써놓은 물건 외에는 만지지 말자.
체험기구가 많았다.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재미있는 표정으로 오목거울과 대화하는 것에는 실패했지만 셀카 찍기에는 성공했다.
14가지 건강음식 슈퍼푸드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슈퍼푸드 아래로 자세한 설명들이 나와있었다.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존도 보였다. 가족들끼리, 친구들끼리 와서 사진을 찍어도 좋을 듯했다.
곤충을 구경하러 곤충여행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마다 컨셉에 맞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보기 좋았다. 아이들이 엄청 좋아할 것 같았다고 할까.
나비를 비롯해 각종 곤충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곤충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곳도 없을 것 같다.
생육전시실에서는 살아있는 곤충들을 구경할 수 있다. 곤충들을 보고 있으니 어릴 적 곤충채집망을 들고 잠자리를 잡던 추억이 떠올랐다. 요즘은 도시에서 거의 곤충을 볼 수 없다.
곤충생태관에 갔더니 푸른 식물들이 나를 반겼다.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었다.
딱정벌레의 세계도 있다. 벌레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나비와 잠자리를 구경했다. 수십마리의 하얀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었다.
곤충생태관에 가면 이렇게 예쁜 나비를 구경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으로 찍기도 하고 나비에 잠시 혼을 뺏겼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실내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것도 곤충생태관의 재미다.
가까운 곳에 원예치료관이 있었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정원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원예치료관을 나와서 이번에는 아쿠아리움에 가보기로 했다.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어디든 앉아서 쉬거나 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래터널도 몇군데 있었는데 내부에 들어서면 아늑한 풍경이 펼쳐졌다.
드디어! 아쿠아리움에 도착했다. 물고기는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구경하는 것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는 나도 참 이중적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표검사를 했지만 나는 통합관람권이 있어서 무사통과했다.
아쿠아리움에는 예쁜 물고기들이 많았다. 어종의 다양성 측면에서 본다면 대기업의 아쿠아리움(예를 들면 '한화 아쿠아플라넷')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나름의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이런 물고기들을 집에서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한동안 멈춰서서 행복한 상상을 했다. 물고기 배설물 청소, 물갈이, 먹이주기는 누가하지? 나같은 귀차니스트는 못할거야, 아마. 일주일도 못가 물고기가 굶어 죽고 말겠지. 가끔씩 이렇게 아쿠아리움에 와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천연기념물 점박이 물범도 있었는데 비범해보였다. 나를 쳐다볼때면 왠지 내 마음속을 꿰뚫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영물스러운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물 밖에 있었다면 쓰담쓰담 해주고 싶었다.
의자에 앉아서 점박이 물범을 한참동안 구경하고 있었는데 직원 한분이 오셨다. "먹이주기 체험행사가 있는데 참여하실래요?"라며 말을 걸어왔다. 관람객이 나랑 어느 가족 1팀만 있었는데도 체험행사를 진행해서 기뻤다. 오징어랑 새우를 직접 잡아들고 물고기가 있는 수족관에 던져서 먹이는 주는 행사였다.
나는 사진을 찍느라 가족팀의 딸로 보이는 소녀가 먹이를 주는 걸 구경했다. 수많은 물고기떼가 먹이를 구하려고 몰려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엑스포공원에서 나와 죽변항으로 향했다. 다음에 울진에 올 때는 차를 렌트해서라도 꼭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땅이 워낙 넓어서 차가 없으면 걷는 데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지쳐서 택시를 탔다. 엑스포공원에서 택시를 타면 죽변항에 있는 폭풍속으로 드라마세트장까지 약 1만5천원이 든다. 세트장에 도착하자마자 탁트인 바다가 펼쳐졌다.
죽변제일교회라는 이름의 교회도 있었다. 배경의 바다와 자그마한 교회가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유명한 하트해변도 보였다. 말 그대로 해변이 하트모양으로 되어있다. 이른 오후라서 그랬는지 연인보다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더 많이 보였다.
바다 가까이 가서 물이 들어오는 모습을 구경했다. 바다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아서 참 좋다.
교회 아래로 어부의 집이 보인다. 드라마 속에서 이덕화가 살던 집이라고 한다. 관광객들이 더운 햇볕을 피해 어부의 집에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세트장 오른편으로 용의 꿈길이 보였다. 더운 날씨였지만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용의 꿈길은 숲과 나무로 꾸며져있었다.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공간은 바로 여기였다. 여기 오르면 새파란 동해바다를 구경할 수 있다.
깊은 수심의 바다 속이 보일 정도로 깨끗한 바다였다. 이 멋진 풍경을 노래 없이 지나칠 수는 없는 법. '낡은 서랍 속의 바다'를 틀어놓고 한참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INFORMATION
폭풍속으로 드라마세트장
경상북도 울진군 죽변면 죽변리 120-36
054-789-6893
세트장에서 걸어내려왔더니 수많은 펜션과 식당들이 보였다. 펜션도 깔끔하고 좋아보였다.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울진으로 여행할 때는 바로 죽변항으로 오는 것도 좋을 듯했다. 울산회식당으로 들어갔다.
물회를 많이들 먹지만 나는 물회가 맛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메뉴판에 횟밥이라는 게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한테 여쭤봤더니 회덮밥이랑 비슷한 거라고 하셨다. 횟밥을 주문했는데 회가 정말 푸짐했다. 야박한 서울 인심과 달리 어딜 들어가도 푸짐한 양의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울산회식당의 횟밥은 1인분에 1만2천원이다.
죽변항에는 동서울로 가는 고속버스가 있다. 죽변시외버스정류장에서 표를 구입하고 시간에 맞춰 버스를 타면 된다. 과자, 음료 등 먹을 것도 많아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군것질 하기에도 좋았다.
매표소 옆에 버스 정류장이 보이는데 여기에 앉아서 고속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죽변항에 오기 전에 택시기사분께 물으니 금강소나무숲길은 꼭 가보라고 했는데 못 가봐서 너무 아쉬웠다. 조만간 다시 한번 울진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어야겠다.
잠깐! 울진 워터피아페스티벌 축제 소식
올해 8월 1일부터 9일까지 울진에서 워터피아페스티벌이 열린다. 민물잡이 체험, 윈드서핑 체험, 모래썰매타기, 요트체험, 스킨스쿠버체험, 승마체험 등 다양한 체험행사들이 준비되어 있다. 이번 여름 휴가는 울진 워터피아페스티벌 축제현장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축제기간 - 2015년 8월 1일 ~ 8월 9일
축제장소 - 울진 염전해변, 연호공원
축제정보 - http://waterpia.uljin.go.kr/main/main.asp
※ 하나투어와 울진군청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다녀온 여행기입니다.
여행을 사모하는 여행 짝사랑쟁이 aka '여행스토커', 작가(책), 블로거, 키보드 워리어. >.<